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뉴욕의 첼시마켓, 유태인이 예술을 상업에 이용하는 법

패션 큐레이터 2011. 8. 15. 10:29

 

 

뉴욕의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첼시 지구로 발을 옮기다

살짝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렀던 곳. 바로 첼시 마켓입니다.

원래 이곳은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라고 불리는 지역인데요. 말 그대로 예전

고기들을 포장하던 공장이 남아있던 지역이란 뜻이지요. 이곳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맨해튼 지역의 상업 갤러리들이 조금씩 파고들었고,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시도

세워졌죠. 그리고 이전의 쇠고기 가공 공장이었던 마켓 자리도 오늘날

독특한 느낌을 발산하는 마켓으로 성장합니다.

 

 

첼시지역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첼시 호텔입니다.

솔직한 느낌은 너나할것 없이 여행책자에서 소개해 놓은 탓에

인기를 끈 이유도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현재는

리노베이션 때문에 잠정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밥 딜런과 제니스 조플린,

레오나도 코헨, 로버트 메이플소프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둥지를 틀고 머무른 탓에 인기를

얻게 되었죠. 20세기 초 미국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찰스 제임스가 꽤 오랜동안 머물며 파리 풍의

오트 쿠튀르를 구상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가수 마이클 잭슨의 수의를

디자인 한 곳도 바로 이곳이지요. 랜드마크가 될만한 곳이긴 합니다. 특히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 곳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영화들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케이트 윈슬렛을 비롯한 배우들의 흔적이

호텔 곳곳에 배어나온답니다. 소소한 즐거움이죠.

 

 

북미지역에서 독특하지만 저렴한 가격대의 옷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앤스로폴로지 매장이 눈에 보이더군요. 마켓에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 있습니다. 제가 갔던 게 7월 21일부터 8월 초순까지라, 대부분 여름 의상

마지막 세일기간과 초가을 상품이 입점되는 간절기가 겹칩니다. 그러다보니

디스플레이된 상품을 보면 여름과 가을이 오버랩되죠.

 

 

 이번 뉴욕여행하면서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을 봤습니다.

요즘은 한국도 더 이상 뉴욕에서 뭐가 뜨느니 하는 식의 수사에 속지도

않을 뿐더러, 사실상 정서가 맞지 않을 경우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2-3년 안에

시장에서 철수될 경우가 많아서, 브랜드 선택에 진중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앤스로폴로지

와 유기농 면을 이용해 드레이프 느낌을 강하게 살린 아일린 피셔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네요.

아일린 피셔는 나름 뉴욕의 에코패션 매장으로 입지도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 더욱

애착이 갔습니다. 한국 고객들이 제품특유의 섬세한 우아함과 주름처리가

마음에 드는지 꽤 매상고가 좋다는 매니저의 말도 들었습니다.

  

 

이 첼시지구는 예전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살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지가가 높은 지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소호 이펙트(Soho Effect)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닐 듯 합니다. 유태인들은 특히 예술가들의 이동지역과 동선을 따라 돈을 투자합니다.

특히 아트 갤러리와 예술가들을 키워내면서, 그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후원하고 이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그들이 머물 지역을 매물로 사들여서 안정적인 작업이 이뤄지도록

투자하지요. 이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문화/예술 지역으로

성장하면 그때부터 돈을 긁어모읍니다.

 

오늘 소개할 첼시마켓이 있는 첼시 서부 지역은 1890년대

전 비스킷 공장단지가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전국에서 소비되는

모든 비스켓을 제공했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오레오 쿠키를 굽는 오븐도

이 지역에서 있었어요. 뉴욕 비스킷 컴퍼니가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합병한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있던 곳이기도 하죠. 물론 지금은 문화예술의 사이트가 되었지만요.

 

 

첼시 마켓에는 다양한 베이커리와 유기농 상점, 카페들이 즐비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로, 적어도 이 곳에 가면 다이어트에

대한 저항은 포기하시는 게 편할겁니다. 저도 이날 케익과 쿠키를 그저 생각없이 여러 개 먹었어요.

 

 

물론 케익이나 쿠키 값이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들을 캐릭터로 만든 쿠키는 하나에 만원이

훌쩍 넘지만, 뭐 이때가 아니면 언제 먹어보겠나

하는 생각에 손이 가게 되더라구요.

 

 

3시 반이 넘도록 눈에 차오르는 맨해튼의 풍경과 첼시의 고적함을

담느라 밥을 먹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Amy's Bread에 들어가서 산딸기 생크림

을 엊는 작은 컵케익에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가볍게 몸을 채우고요. 카메라를 두 개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번 사진은 작은 카메라로 찍어서인지 색감이 잘 안살았습니다. 그냥 이해하세요.

 

 

여기는 첼시 내 다양한 쿠키와 베이커리, 브라우니를 구워내는 곳입니다.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유리로 처리해놨습니다.

 

 

저 화려한 색감의 쿠키들을 한번 보세요.

마치 영화 속 초컬릿과 케익의 나라에 온 것 같은

환상에 빠집니다. 여기에 유기농 재료로 만든 신선한 빵과

점심거리를 제공하는 원 럭키 덕이나 시각적인 도발이란 표현밖엔

쓸 수없는 에이미스 베이커리, 그저 보는 것 만으로, '먹고 싶다'는 욕망에

빠지는 팻 위치 베이커리(Fat Witch Bakery), 말그대로 뚱보 마녀의

빵집이니 날씬한 아가씨들의 '다이어트 행태'를

용서할 수 없나 봅니다.

 

 

전날 근사한 터키식당에서 정찬을 한 탓에

약간 식감이 있는 신선한 야채들을 사고 싶기도 했었는데요

색감이 고운 유기농 야채들을 보니 마구 장을 보고 싶었습니다. 가격은

항상 말씀드립니다만, 한국의 야채와 과일값은 세계최고다란 말만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물가는 몰라도, 먹거리에 대해서는 이제 세계를 평정하신 것 같습니다.

'세계는 평평하다'란 믿음을 너무나 일상에서 실천하고 싶었던

현 대통령과 경제각료들의 노력 때문이겠죠.

 

 

첼시의 갤러리로 발을 옮기던 중

멋진 헤어스타일을 한 분이 보여서 한컷. 사실은

사진 찍기 전에 인사도 나눴습니다. 판화작업을 하는 작가

분이더군요. 스튜디오에도 와보라고 하셔서 연락처도 주고 받았습니다.

요즘은 첼시도 너무 상업화된 탓에 예전같은 고적한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여전히 멋들어진 갤러리들과

그 안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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