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한국의 저자 30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패션 큐레이터 2011. 8. 7. 19:49

 

글을 쓰는 시간......

 

알렉산더 맥퀸전 리뷰를 한창 쓰고 있습니다. 시사인에 송고할 예정인데 사실 이틀이나 늦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월요일에는 OBS의 <전기현의 시네뮤직> 녹화가 있고 화/수/목에는 패션기업인 베이직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들과 임원진을 모시고 '현대패션의 역사'을 6시간 강의합니다. 강의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단순하게 복식사를 읖조리기 보다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가진 디자이너를 조명하거나 현대미술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정신을 풀어갔던 노력을 조명해 볼 생각입니다.

 

써야할 원고도 원고지만, 사실 단행본 준비가 자꾸 늦어져서 출판사에는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번 뉴욕출장시, 30여권의 책을 사왔는데, 곰삭여볼 만한 내용들이 많아 잘 추출해서 제 글로 승화시켜야 겠다 마음먹고 있습니다. 글이란 게 그렇습니다. 안써지다가도, 어느 순간 미칠 듯 쓰고 싶고, 또 그렇게 영혼의 빈 공간을 메우는 따스한 기운처럼, 자간과 자간을 메우지요.

 

지금 기분은 아주 좋습니다. 저를 믿고 기다리고 있는 출판사 에디터들에게는 올해 안에 반드시 '그들의 얼굴근육'을 환하게 만들어줄 원고를 안겨주고 싶습니다. 하나씩 완성하고 있습니다. 글의 진도는 잘 나아가고 있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쓰고 너무 오래 쉬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새 책을 쓰라고 재촉할 때마다 제가 이 분야에 비전공자로 스스로 공부하고 묵상하며 익힌 것들을 전시와 결합하여 글로 쓰다보니, 항상 시간이 걸린다고 달아나기 일쑤였지요. 그러나 그런 시간도 2년이 지나니 각종 매체에 발표한 글만 모아도 40여편의 글이 됩니다. 이제 단행본이 나올 때가 된거죠. 문제는 제 성격에 절대로 같은 글을 낼 수가 없다보니, 증보하고 전시내용을 강화하고, 레퍼런스가 될 만한 부분들을 보강하다 보니 시간이 걸립니다. 글이란게 참 신기하게도 고치면 고칠수록 더 예뻐집니다.

 

기획회의 300호를 읽다가

 

이번 기획회의 300호는 특집호입니다. 출판쪽에서 일하는 분들에겐 이 <기획회의>는 필수불가결한 소스인데요. 예전 책을 출간하고 이곳에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쓴 이후로,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번 특집호 기사는 <한국의 저자 300인>입니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장르를 제외하고 인문/학술/예술/정치/경제경영 분야 등의 작가들을 뽑았더군요. 현재까지의 성취와 가능성을 기준으로 뽑았답니다. 남우새스럽게도, 이 300명의 이름 중 제가 들어갔네요. 감사할 일이고 개인적으로는 기쁩니다. 우선 기준인 현재까지의 성취부분(여기에서 대해서는 제 레주메를 통해 많이 밝혔습니다)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나오게 될 패션 단행본들 3권을 말끔하게 처리해서 시장에 내 보내는 것으로 보여드려야지요. 한겨레 신문에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300인의 저자는>을 보니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인 한기호 선생님의 말을 빌려 미술과 패션책 저자인 저와 <로자의 인문학 서재>를 쓴 이현우 선생님을 블로그 기반형 작가라고 소개했더군요. 블로그 덕에 아직은 참 많은 걸 얻습니다.

 

어떤 형태로 세상에 나왔건, 중요한 것은 글의 진정성이겠지요. 사실 이번 알렉산더 맥퀸전을 보러 힘들게 뉴욕을 간 것도 더 이상 제대로 눈으로 보지 않은 전시를, 이미지와 보도자료, 도록만 보고 추정해서 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였습니다. 그런 글은 사실 죽은 글이기 때문이지요. 전시장에서 호흡하며, 옷의 질감을 눈에 담으며, 나와 함께 전시를 보며 신음을 내뱉는 사람들의 주변음을 들으며, 전시장에 설치된 오브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환영이 되어, 머리속에 담기는 짜릿한 전율감을 글로 써야 산 글이지요. 그래서 과감하게 휴가를 내어 달려갔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글을 쓰란 뜻으로 받아들여야 겠습니다. 단 살아있는 글이요. 그럴려면 주말에 열심히 예전의 열정을 살려 갤러리는 수십군데를 답파하는 '발의 문법'을 쓰는 수 밖에요.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300명이란 숫자가 유독 영화 속 숫자와 오버랩 되긴 하지만, 이 땅에 수많은 책들 중에서, 그래도 제 책을 사랑해 주신 분들 덕에, 이 곳에 있다고 믿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