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s/공지사항-필독

나의 뉴욕 스토리......다시 배를 띄우며

패션 큐레이터 2011. 8. 3. 14:34

 

 

뉴욕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블로그 폐쇄를 이야기 한 후 훌쩍 올라탄 뉴욕행 비행기, 나리타에서 기다리는 7시간의 시간을 비롯 지금껏 어깨를 누르던 마음의 짐을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하게 뉴욕이란 도시를 돌아보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패션 큐레이터 1호로서, 한국의 많은 공예작가들과 현대패션을 결합하여 뉴욕이란 국제무대의 허브에 소개하는 것. 이 목적을 위한 사전탐색의 시간이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전층을 빌려 전시한 한국의 화가 이우환 선생님의 전시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지금 이 땅의 문화가 팝문화의 들 속에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선 우리의 현대미술과 공예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왔습니다. 뉴욕의 굴지의 갤러리들과 미술관 대표들을 만나고 방향에 대해 묻고, 앞으로의 프로젝트들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파워블로거가 파워브로커가 되고, 블로그 거지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블로그를 폐쇄하기엔 부담이 컸습니다. 국내에서 공예와 현대미술, 패션이론 분과를 다루는 블로그는 이곳이 유일합니다. 지금껏 써온 글이 많은 학생들과 학자들에게 레퍼런스로 사용되는 점을 생각하면, 폐쇄는 좋은 의사결정이 아닐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실시간 정보를 나누는 것이 대세가 된 지금, 구 미디어인 블로그에 목숨을 걸고 싶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심층깊은 글을 쓰기 위한 공간으로 이곳을 열어두려 합니다.

 

앞으로 많은 현대작가들을 발굴해서 해외로 나가려 합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모험을 감행하겠지만, 작은 시도부터 침착하게 풀어가야겠지요. 이 모험을 위한 공간으로, 이 곳은 남겨두렵니다. 앞으로는 글 보다는, 실전에서, 현장에서 만나는 일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블로거들은 세상의 변혁을 이야기 하면서도, 정작 일상이란 달달한 현실이나 내뱉는데 머물고 있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는 이들을 지원하는 예술의 후원자로서, 기획자로서 제 2의 배를 진수시켜야 할 때가 온 것이죠. 이 공간은 그 상징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블로그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에 대한 역할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소통'이란 이름하에 영양가 없는 헛소리나 지껄이는 글들이 많아도, 이젠 그냥 그들을 무시하고 살려고 합니다. 내겐 분명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게 답이었습니다. 예술의 후원자로 살아가는 문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이번 여행은 그 동기를 확실하게 부여해준 여행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