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빈티지 마네킨, 패션과 그래픽을 연결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1. 5. 28. 05:59

 

 

패션의 역사에서, 마네킨의 존재는 꽤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 저널리즘이 존재하기 전 부터

유럽의 각 궁정은 패션인형을 통해 당대 최신 패션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입체재단에 사용되는 바디는 실용적인 목적을 떠나, 예술의 오브제로서 그 기능을

톡톡히 해냈다. 1920년대 초현실주의 미술가 그룹은 이 마네킨을 이용해

당시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던 인간의 대리물로 표현했다.

 

 

파리에서 활동중인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장식 미술 아트 디렉터인

엠마뉴엘 보슈에는 마네킨의 바디만을 이용해, 매우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제품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을 멘토로, 디자인 철학을 배웠고 그래픽

분야의 컨설턴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던 보슈에는 일찌기 패션계와 연을 맺었다. 마틴 싯봉이나

소니아 리키엘은 자신의 매장의 인테리어와 장식 디자인을 그에게 맡겼다.

 

 

보슈에는 디스플레이 설치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몸소 찾았다. 그가 즐겨하는 방법은

필립 스탁의 영향력 때문인지, 유용성있는 제품이나 사물을

그 맥락에서 떼어내 독특한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네킨 제작 장인

스톡먼과 함께 협업한 작품이 지금 파리의 봉 마르셰 백화점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일명 '오트쿠튀르 마네킨'이다. 전면 흑백의 그래픽적 표현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프린트를 이용해 만들었다.

 

 

꼭 옷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하는 바디라기 보단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설치미술이 된다. 그래픽을 사용하는

패션작품들은 자주 봤지만, 이번 마네킨 작업은 유독 눈에 들어온다.

평소 빈티지 마네킨을 제조하는 스톡만의 작업은 종종 봐왔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개미 허리를 상징하는 몸선을 가진 마네킨을 만들기도 하고, 1940년대와 50년대,

현대 패션이 만든 여성의 신체를 본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당대의 미의식이 만든 여성의 마네킨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번 작품은 깔끔한 선 처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경매에 붙여지면 좋겠는데, 이미 개별 컬렉터들에게만 연락해서 판매하는

모양이다. 전화를 해 봤는데 대놓고 Not For Sale이라고 하니

이번 마네킨 컬렉팅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Image Couetesy By Emmanuel Bossu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