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난 보드카가 예술보다 좋다-콜라보레이션의 새로운 세계

패션 큐레이터 2011. 4. 20. 22:57

 

 

콜라보레이션이 대세이긴 한가 봅니다.

재작년 부터 페르노리카 코리아와 한국 예술가들의

협업 작업을 취재해서 내용을 올렸었는데요. 이번엔 페르노리카의

대표상품인 보드카 앱솔루트에서 지금껏 진행해온 예술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신사동 예화랑에서 국내 최초로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될

작품들은 원래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와인 앤 스피릿 역사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앤디 워홀을 비롯,

루이즈 부르주아.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로즈마리 트로켈, 베아트리체 쿠솔, 얀 사우덱 등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창의성 가득한 작품들입니다.

 

 

주기율표를 만들었던 화학자 만델레예프가

이 보드카의 도수를 만든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제 러시아

여행기를 보면 제가 이 보드카 박물관을 다니며 체험했던 것을

적어놓았는데요. 이 앱솔루트는 스웨덴 아후스 지방의 최고급 겨울밀과

청정 샘물을 원료로 한점의 불순물도 허락하지 않고, 수백번의 연속 증류 과정을

통해 스웨덴 현지에서 전량 생산되기로 유명합니다. 많은 향을 갖고

있지만 저는 지금 보시는 서양배 맛의 페어를 좋아합니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자신의 시그너처인 거미를

상징화 하여 앱솔루트를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네요.

제일 앞의 등장한 로즈마리 트로켈의 그래픽 작업도 좋고, 부르주아의

형상화 작업도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로즈마리 트로켈은 한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죠. 작가이기 전에, 큐레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중이구요.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작품입니다.

딱 그 사람의 작품 같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베아트리체 쿠솔의 작업입니다.

프랑스 툴루즈 태생인 그녀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할만한

작가로 선정되면서 세계의 미술계에 이름을 날렸습니다. 페미니즘 미술작업을

하는 작가인데요. 그래서 그럴까요? 작품 속 파란 병의 앱솔루트 두 개가 서로 액체를

교환하는 것이 마치 양성이 서로 교합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은 저명한 체코출신의 사진작가인 얀 사우덱과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얀 사우덱의 사진작업은 항상 몽환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요. 그의 가족 모두가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테레지엔 슈타트

강제 수용소에서 몰살당한 탓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개인의 처참한 체험과 상처의 무늬가

그의 작품 속에 새겨져 있는 건 당연합니다. 1963년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인간의 가족>전을 보고

그는 예술사진가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프라하로 돌아와서 비밀경찰을 피해, 개인의 에로스와 자유를 테마로

한 그의 작업은 부패와 순수라는 개념을 정치적인 상징으로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었지요.

그래서인지 앱솔루트와의 작업도 이런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피묻는 칼과, 저울 대신 든 보드카가 눈에 들어오네요.

 

 

요즘은 콜라보레이션이 패션과 예술의 결합을 넘어

일상의 다양한 장르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주목하는 것이죠.

결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 테마와 디자인을 고르는 것 그것이 콜라보레이션의

가장 관건이겠죠. 어찌되었건 이번 앱솔루트 콜라보레이션 전은 상품과

아티스트의 결합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 된 것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네요. 한번쯤 가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