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유영숙 환경부 장관, 만찬에 여고동창생을 부른 까닭은

패션 큐레이터 2011. 6. 8. 20:54

 

 

손준영_Untitled(Comb)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80×80cm_2011

 

유영숙 환경부 장관, 동창생에게 '자랑질'이 필요했나요?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구설수에 올랐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쪽에서 6월 3일 충남 계룡산에서 열린 '환경의 날' 행사 이후 염홍철 대전광역시장과 만찬을 요구하면서 시장과의 만찬에 환경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과의 배석을 통지했고, 대전시에서는 비관련 인사 참석에 난색을 표명한 것. 이에 돌연 장관이 만찬일정을 취소해버린 것이다. 장관의 부탁에 지역 관련 미팅도 취소하고 약속을 잡았는데 결례 아닌 결례를 범한 것이다. 유영숙 장관과 배석하려 한  민간인은 유영숙 장관의 진명여고 동창생, 남편 남충희씨가 2006년 대전시장 후보로 나섰을 당시의 선거캠프 관계자, 지역언론인, 대전지역 사회단체장 등이다. 만찬을 교회 순장 모임과 동창생 파티 수준으로 격하시킨 유 장관의 행실은 결례의 수준을 넘어 현 정권의 멘탈리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경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세계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시대다. 환경부의 위상 또한 높아진 터, 더욱 막중한 책임과 업무상의 전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소망교회 고액헌금, 위장전입 의혹, 배우자 특혜취업 의혹 등 자질과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며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유 장관이다. 이번 만찬 취소 사건은 지역장과 장관 사이의 오해에서 비롯한 사건이 아니다. 대전시가 외부인사 배제를 요구해서 만찬이 깨졌다는 건 웃기는 변명이다. 시 에선, 환경관련 어젠다와 관계를 맺은 인사들과의 자리를 원한 것 뿐이다. 그 자리에 자신의 여고 동창생이 왜 기어나오고, 경합관계에 있던 선거캠프 담당자가 왜 나와야 했는지 장관으로서 명확하게 해명이 필요하다.

 

환경부 장관은 교회 순장 자리와 다릅니다

 

소망교회를 다닌 14년의 세월, 나는 소망교회를 통해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적 계층의 대표단수를 봤다고 생각해왔다. 소망교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한 기억이 다 나쁜 건 아니다. 좋은 사례가 더 많고 감사한 이들이 더 많다. 문제는 교회 내에서 상층으로 갈수록, 만나게 되는  '금융인 선교회'를 필두로 직업의 종류에 따라 편제된 선교회는 일종의 폐쇄된 소셜 네트워크의 표본이었다. 장로선거 때는 또 어떤가? 내가 있었던 청년부 드라마팀은 소속 인원이 많다보니 선거 때면 장로선거 후보자들에게 '저녁식사' 문의를 받았다. 최근 메가 뱅크건으로 여야의 공격을 받는 강만수씨가 있던 금융인 선교회를 비롯 월례회란 형태로 벌어지는 친목 모임은 또 어떤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사업과 영역을 이야기 하던 이들이 아니던가? 이런 자들이 현 정권에서 장관 혹은 요직의 후보로 청문회에 나와, 교회와는 일절 관련이 없고, 어떤 혜택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먹먹해진다. 월례회와 기도회, 선교회를 빙자한 친목모임을 견고하게 다지던 이들이 청문회 장에 오면 하나같이 '서로를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함께 했던 이들이 섭섭할 것 같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소망교회의 성도 유입률이 얼마나 늘었는데, 툭하면 대통령과 성도 수의 증가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뺌을 할 것인가?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순수하게 소망교회를 지켜온 신앙인들이 함께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현 유영숙 장관이 보여준 행태는 각 구별/동별로 나뉜 소망교회 순장들의 모임 형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을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교회에서 자치 구역 내의 성도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구조를 누가 뭐라 하겠나. 문제는 이런 정신성을 국가의 행정에 '생각없이' 적용하는 염치없음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다. 여고 동창생에게 '나는 장관이다'라고 자랑하고 싶었다면 진명여고 동창회 측에 특별모임을 요청하면 될 일이었다(자신의 사비을 털어서 말이다) 선거에서 자신의 남편에게 한방을 먹인 현 대전시장에게 '두고볼거야'란 비언어적 협박을 하고 싶었다면, 정책적으로 하면 될 일. 그러나 고작 그녀가 선택한 방식이란 치졸하기 그지없게 '상견례'란 방식을 빌린 것이다. 국민의 예산으로 다양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순수한 목적의 상견례란 것이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정치가는 도덕적인 기준과 현명함을 갖추어야 한다. 행정가로서 대전시장이 보여준 '난색표명'이 뭐가 잘못된 것인가? 환경의 날 의제에 맞는 인사도 아니고, 자신의 개인적인 인맥으로 구성된 '인사'와 상견례를 해야 할 의무는 없지 싶다.

 

유영숙 장관에게, 삽질 대신 빗질을 하세요

 

환경부는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를 생생하게 듣고 현장감 있는 환경행정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에는 만찬 참석자 조정시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장관의 여고동창생과 선거캠프 관리자가 환경 행정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인가? 장관은 답변해주길 바란다.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일을 풀어가는 스타일과 철학이다. 유영숙 장관은 교회 월례회 모임과 행정 미팅도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유 장관에게 오늘 소개할 미술작품은 손준영 작가의 사진 콜라주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기까지, 숲의 섭생의 일부가 되고 한 몸이 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유장하다. 때로는 비바람에 몸이 부서지고 두터운 그루터기 날아가도 서로의 그늘 아래 누워 때로는 침목이 되어 다른 나무가지를 받친다. 환경이란 이런 것이다. 환경부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나날이 첨예화되는 환경의제들을 삽질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나게, 골이 아름답게 보여지도록 나무결을 빗는 빗질이 필요하다. 특히 비전공자로서의 멍에를 안고 있는 유장관으로서는, 더욱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이번 상견례 건은 매우 끝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