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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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큐레이터 2011. 4. 21. 11:22

 

 

클레어 맥카델의 <비치 수영복> 1942년

Image Courtesy by Metropolitan Fashion Institute

 

완연한 봄 기운이 찬연합니다. 미만했던 초록이 진청으로 변하겠지요. 어제 집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워커힐의 벚꽃들이 떨어져서, 도로엔 온통 연한 분홍빛의 도트무늬가 새겨졌습니다.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맥카델의 수영복을 걸어놓은 이유는, 여름이 돌아오는 계절이 되어서야, 이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패션과 미술이란 인기없는 영역의 저널리스트로서, 2009년에 책을 낸 이후 너무 오래 쉬었습니다. 서점가에서, 혹은 독자들에게 잊혀지기 전에 준비하던 책들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올해 문화이론과 미술사, 복식사와 인류학이 결합된 '패션읽기'를 책을 통해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오랜동안 이야기 해온 것이지만, 블로그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내진 않을겁니다. 그것은 제 원칙이고요. 설령 블로그 글을 참조할 수는 있겠지요. 완전히 재구성하거나 첨삭해서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두 권의 번역서를 마무리했고,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의 단행본도 마무리 해야 하고 패션의 사회심리학을 풀어낸 유쾌하고 깊이있는 한 권의 책도 마무리 해야 합니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많이 힘들었지만, 책을 쓰지않고 있는 동안 더 많이 저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좋은 한 권의 책으로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여름이 깊어갈 때, 다시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이 곳은 한동안 그리움의 장소로 기억해 주셔도 좋습니다. 집중이 필요한 때입니다. 제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야죠. 집중한 만큼, 몰입하는 만큼, 글은 아름답게 빚어낼 수 있습니다. 곰삭임의 시간이 없이, 단순히 블로그의 인기만을 믿고 글을 썼다가 하루아침에 지워진 블로그 저자들을 워낙 많이 본터라, 더욱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번에도 멋지게 해낼게요. <불멸의 보석 컬렉터들>과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는 번역을 마쳤습니다. 곧 나올 예정입니다. 글을 쉬는 동안에도 너무 그리우면 글을 남기겠습니다. 그때까지......영혼과 육체 모두 견고하게 지켜가시길요. 책 마무리 하고 여름의 끝에, 저 수영복 입고 함께 수영하러 가요......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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