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알렉산더 맥퀸....어둠의 시대를 그리다

패션 큐레이터 2011. 3. 24. 06:00

 

 

뉴욕 메트로폴리탄 복식 연구소는 이번 5월 4일 부터

타계한 영국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회고전을 연다

너무나 기대되는 전시라, 어떻게서든 출장을 핑계대서라도 뉴욕에 가고 싶은 심정이다.

1992년 그의 대학원 졸업작품에서 부터 2010년 최근 런웨이에 발표한 의상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날, 트위터로 정보를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 사람들은

그저 언론에서, 세계적 운운하는 수사가 붙는 디자이너의 죽음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 패션의 역사에서 그가 남긴 족적은 결코 적지 않다.

 

 

알렉산더 맥퀸은  패션의 개념을 바꾼 사람이다.

그는 무엇보다 옷의 기능성을 넘어 옷이 가진 사회 문화적 의미

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정치학적 발언의 토대로서, 정체성의 의미를 묻는

지점으로서 패션은 하나의 언어가 되고, 기호의 옷을 입은 거대한 실체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선 100여점이 넘는 그의 전작들이 소개되며, 그의 복식에 대한 입장과 미학을

한 자리에서 정리해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싶다. 그냥 도록으로 보는 것과

실제 의상들을 꼼꼼하게 바라보며 사유하는 것은 미술 작품을 도록으로

보았을 때와 실제 미술관에서 채광의 조건아래 그림을 볼 때

확연히 달라지는 느낌과 다를바 없다. 아니 더 심하다.

 

 

그림을 볼 때, 채광조건과 캔버스의 재질감과 그 위를

장식하는 색채와 붓터치를 반복해서 봐야하듯, 옷 전시를 볼 때

전체적인 옷의 형태와 실루엣 뿐만 아니라, 공예기술이 접목된 디테일

재질감과 모델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며 의미를 발산하는지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시그너처 아이템이었던 범스터 진 바지(힙 아래 걸쳐입는 청바지)에서

기모노의 영감을 얻어 만든 재킷, 일본의 종이접기 방식을 응용한 오리가미 프록 코트

등도 선보인다. 그는 영국의 전통명품 수트를 만드는 비스포크 재단법을 익힌

기초가 탄탄한 디자이너였다. 그의 모든 상상력은 견고한 재단기술에

바탕해 이뤄졌는데, 이번 전시에도 관련 작품들을 선 보인단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Savage Beauty 즉 야만의 아름다움이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다양한 산물을 섭취하면서 그들의 표피인 가죽과

모피를 이용 새로운 패션을 만들었다. 중세말 부터 시작된 모피 열풍은 이러한

역사의 궤적 위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최근 모피 프리 운동이 불면서 많은 셀리브리티들이

모피를 입지 않겠다는 선언문도 발표하지만 여전히 국제시장은 모피와 가죽제품

으로 넘쳐난다. 다양한 깃털과 모피, 가죽을 무두질해 만든 드레스가

이번 전시의 압권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현란하기 그지 없는 실루엣의 숲을 헤매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알렉산더 맥퀸은 항상 역사의 의미를

한 폭의 천으로 해석한다. 인간의 야만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깃털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신체 위에 덧입혀진 제2의 피부를

그린다. 정교한 깃털 드레스를 보라.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접착해 만든 것이다.

이때 옷은 단순히 실용적 의미의 사물을 넘어 어둡고 광폭한

시대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예술품이 된다.

 

 

꽃의 명멸처럼 인간의 삶도 그렇게 사라져간다

옷은 비록 인간의 몸을 감싸지만, 결국 그와 함께 죽어가는 사물이다.

한 벌의 수의 앞에서 겸허해져야 하는 이유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고딕 시대의 복식에서 영감을 차용한 것이다.

고딕예술은 "야만인"과 동의어로 사용하던 단어였다. 중세 고딕 시대의

예술품은 그리스 고전예술에서 추구하던 비례와 균형, 절제와 우아미 같은 가치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하나같이 세련됨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손으로 꾸욱 짜면 검은 담즙이

흐르는 시대의 풍경이 담겨서였을까? 사람들은 천국을 꿈꾸며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두팔을 뻣는

종교제단을 세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르네상스의 여명은 밝아오고

있었으니, 종교를 둘러싼 갈등, 새로운 믿음의 체계를 향한 인간의 갈망은

실제로는 점점 더 신앙과는 멀어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욱 높은 첨탑과 십자가로 장식한 교회를 짓도록 했다.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현실과의 괴리감과 불만족을 느끼며 은신처를 찾고자 하는

도피적 욕구를 갖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회고적 무드와 결합하여 중세를

근간으로 하는 신 고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패션에 있어 고스 스타일이

라 불리는 양식이 창출되었다. 어찌보면 인간의 역사에는 항상 이 고딕이라는 야만적 정신이

배후에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대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은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괴로와 하고 이런 감정들은 꼭 현실도피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들과 결합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도 요즘 내 자신의

마음 상태 때문일까?

 

Image Coutesy By Alexander Mc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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