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LAP 통큰 셔츠, SPA 전쟁에 가세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1. 3. 5. 09:00

 

 

토요일 오후, LAP 브랜드 런칭 쇼에 다녀왔습니다.

패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브랜드 관련 글은 쓰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었는데요. 복식사와 패션미학에 관련된 내용만 연구하다 보니, 너무

학제적인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을 읽어내지 않고

책 속의 패션에 메이게 된다는 점이지요. 광범위하게 패션을 읽어가려면 대중적인

가격대의 브랜드와 요즘 유행인 패스트패션도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제 자신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참했습니다.

 

(윗 점퍼의 아래 디테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여밈구조가 있는게 좋아요)

 

오늘 소개하는 브랜드는 LAP이란 이름의 셀렉트샵입니다.

아이올리 브랜드로 유명한 회사인데 최근 패션의 대세가 되어버린

SPA 형태의 편집샵을 만들었더군요. 회사에서 보내준 룩북이랑 기획서를

면밀하게 살폈습니다. 참신한 일면은 있지만 역시 제 성에 안차는 부분도 있죠. 많은

분들이 패스트 패션이란 단어로 알고 있는 말의 실제 용어는 SPA 입니다. 한국에

이 개념이 들어온건 꽤 됩니다. 제가 한창 바잉할때가 90년도 후반인데요

당시<유니클로>란 브랜드를 열심히 벤치마킹했었죠.

 

여러분들이 아이폰 쓰면서 자연스레 사용하는

QR 코드란 것도 사실은 패션산업을 통해서 나오게 된거죠.

제판일체란 철학, 말 그대로 제조와 판매를 일치시키기 위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정보를 서로 교류하면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뭐 이런 과정에서 일종의 암호화 된 것들이라고 봐야죠.

 

(님하.....어디로 손이 들어와욧 성희롱으로 고소할거임......)

 

이 상의톱이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무슨 성희롱을 조장하자는 건지, 아님 웃자고 디자인 한 건지

그냥 재미있게 봤습니다. LAP은 LA Project의 약자입니다. 미드 <가십걸>

생각이 나더군요. 물론 드라마 속 아이들은 상류층 아이들이라 하나같이 명품만 걸치고

나오긴 하지만요. 그만큼 LA는 뉴욕의 대항마로서 미국의 대안적인 패션시장을 이루고 있는데다

또 다른 멋이 있죠. 그건 스트리트 패션을 보면 바로 티가 납니다. LA에서 태동한 브랜드인

<HOLLYWOOD MADE>를 비롯하여 스키니 데님으로 유명한 <CHEAP MONDAY>

린지 로한이나 알렉사 청 등이 유행시킨 <레베카 민코프> 등 이외에도

다양한 LA 기반의 브랜드를 수입, 편집과정을 거친 패션 샵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편집샵이 성공하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봐야 한다는 거죠.

 

 

구두에 관심이 많아서 툭하면 구두부터 본답니다.

구두를 보니 디테일로 솔 부분에 지퍼를 달아서 장식한 것이 많더군요.

약간 채도가 낮은 자연스런 컬러와 성근 컨버스 천으로 솔을

장식해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더군요.

 

 

이건 그냥 제가 보면서 마음에 들어

매칭시키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라메 자수를 두고

금속 스팡글을 단 상의인데 얌젼하죠? 여기에 커피색 스커트,

사선 형태의 띠를 둘러서 무료하지 않고....그냥 무난하게 입을 거 같아서

그냥 골라봤어요. 제가 고른다고 입힐 사람도 없고요.....에효

 

 

약간 반 스웨이드 느낌도 나는 통굽과 힐을 위의 옷과 같이 입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음.

 

 

이건 제가 입고 싶어서 골랐던.....카키색 점퍼입니다.

소매 상단에 슬래쉬를 넣어서 거친 느낌이 들지만 옷 전체 실루엣이

괜찮더라구요. 옷을 입은 분은 LAP의 팀장님.....홍기의 촬영을 위하여 입어주셨음.

 

한때 찟은 구제느낌의 청바지가 인기를 끌더니 이제 칼집(슬릿)이

들어간 상의 점퍼를 보니 반갑네요. 원래 이 슬릿패션이 시작된 게 중세 시대의

스위스 용병들에서 부터 시작되는 거 알고 계시죠? 나름 역사가 있어요.

 

 

봄 시즌을 위한 무난한 힐.....

 

 

멀티샵이라 그런지 소품들을 많이 갖다놓아 보는 재미는 솔솔한 편이었습니다.

 

 

요즘 백화점들마다 편집샵이 일종의 대세를 이루더군요.

H 백화점에 입점한 A 랜드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신세계 강남점에만

이번 LAP 오프라인 매장을 둔다고 하더군요. 약간 플래그십 매장(Flagship)으로 두어서

시장조사도 하고, 상품기획에 반영하는 쪽으로 흘러가겠죠. 온라인 판매에 주력을

한다니까, 오프 매장에서 실제 확인사살 겸 들러도 좋을 듯 합니다.  

 

 

올 봄/여름 시즌을 관통하는 딱 한가지 패션 소품을 들라하면

명품 브랜드건 중저가 브리지 라인이건 하나같이 이 벨트를 빼놓을수가 없군요.

어찌보면 일본 전통의 오비를 본떠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들인데 말이에요.

원래 벨트란 허리선의 피트를 더욱 잘 조절해주기에 필요한 소품이죠.

 

 

정말 무난한 소라색 니트랑 셔츠도 편안하네요.

 

 

개인적으로 입고 싶었던 지퍼활용이 뛰어난 점퍼였습니다.

지퍼를 통해 분해되는 해체적인 디자인이 눈에 들어서 그랬나 봅니다.

편집샵은 어찌보면 일종의 소비 큐레이션 공간입니다. 이미 미국에선 90년대 초부터

Curated Consumption이란 개념이 인기를 끌었죠. 여러분도 잘 아실겁니다. 툭하면 죽기전에 봐야할

영화 100가지 뭐 이런 책 제목들이 이때 다 등장합니다. 어찌되었든 큐레이션이란 단지

미술관에서 그림을 선정하고 학예를 통해 테마를 잡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소비를 현명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세우고

지출하도록 큐레이션하는게 중요한 것이죠.

 

 가격조사는 명확하게 못했기 때문에 가격대비

퀄리티에 대한 평은 못하겠습니다. 1시간동안 촬영하면서

상품 보고 품평을 해봤는데요. 해외 브랜드를 비롯 국내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작품까지 함께 바잉을 해서 매장을 갖춰나가겠다고 하니, 기대를 해보는 수

밖에요. 동대문에서 인디 브랜드 하시는 디자이너들도 한번 도전해봐도 좋을 듯.

하루에 두번 씩 2시와 6시에 통큰 셔츠 세일을 한다네요.단돈 천원.....두둥! 

로스리더 상품이겠죠. 그래도 확인은 해보세요.

통큰 통큰......아주 유행어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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