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나는 대한민국의 패션 블로거다

패션 큐레이터 2011. 3. 10. 19:23

 

 

 

바이럴 마케팅에 관한 단상......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 난무한다. 툭하면 행사나 런웨이, 이벤트 홍보를 위해 블로거에게 접근한다. 편당 얼마를 줄테니 포스팅 해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요리 블로거들은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살림기술을 팔고 요리 레시피를 팔아 스타가 된 이들이 있다. 이들이 블로거들의 희망의 근거인양 마케팅 되어온게 사실이다. 한달에 6 천만원을 번다는 특급 블로거도 보긴 했다. 대한민국 와이프로거들이 얼마나 돈을 밝히는 지는 포털업체에서 일하는 지인에게서도 들었던 바,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당연히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려니 한다. 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해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글이 '상품'이 되고 이를 통해 재무적 회수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어차피 블로그로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이 되는 테마를 건들었어야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리뷰를 쓰고 현금화 자산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테마들이 있다. 이것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 난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 설령 있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할테지.

 

왜 하필이면 한국의 현대미술과 패션을, 복식사와 미학을 건들어서 요꼬라지로 전락을 했는지. 최근 패션에 관한 깊은 글들을 올리면서 부쩍 패션 브랜드 업체나 입소문 마케팅 전문 업체로부터 콜을 받는다. 무슨 행사에 참가해서 포스팅 하면 얼마 하는 식의 네고가 들어오는 거다. 정중하게 거절할때도 있고 아예 미친척 하며 고액을 부른 후, '그거 주면 쓸게요' 라고 한다. 그러면 '다음에 좋은 기회로 전화드리겠다'고 발을 뺀다. 솔직히 좀 화가 날때가 많다. 포스팅 비용이 내 강의 비용의 10분의 1도 안되는 경우가 많고, 써주고 싶지 않은 브랜드들도 불쑥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서 패션계 사람들과 커넥트 되길 바랬다. 패션 바이어로 살아가다가 유학 후 다른 업종으로 이력을 틀어버린 탓에, 도대체가 접속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보그의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미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다녔다. 현대미술에 홀릭된 나로서는 이 보다 좋은 기회가 없었다. 글 한편을 써도 공부하듯, 정밀한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패션계의 영향력있는 저널리스트는 아니지만, 런웨이를 참석하거나 행사에 초대받을 때마다 '초심'에 대한 생각을 한다. 제발 내 앞에서 '돈' 이야기는 안 했으면 한다. 명품 브랜드의 런웨이를 간 것도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에게 반해 간 거다. 본업이 있는 관계로 부수입을 올리기 보단, 사람을 더 알고 싶다. '진짜 저 친구는 패션에 관해 제대로 글을 쓰는 블로거다'란 소문이 확 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런웨이와 신규 브랜드 런칭 등 다양한 행사에 초대받되, 브랜드를 총괄하는 디자이너와 직접 인터뷰도 하고 이야기도 듣고 심층취재할 수 있는 업 클로즈 앤 퍼스널 블로거가 되고 싶다. 안나 윈투어가 될 깜냥도 없고, 그저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듣고 미술 혹은 영감의 배후가 된 생각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블로거만 되어도 만족한다. 돈이 싫다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그냥 몇 번에 얼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내가 '비참하게' 느껴져서다.

 

<하하미술관>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리면서 뿌듯했던건, 책 속에서 소개한 신인작가들이 다 자리를 잡았다는 거다. 패션계도 많은 신인들이 등장/퇴출당한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유는 남보다 두 시즌을 먼저 앞서 살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다. 나는 디자이너들 중에 실력있는 신인을 찾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패션 도서관을 짓는 일도 그런 일환이고. 어디어디 출신이 아니어서 객관적으로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패션계도 사람사는 세상이라, 연고나 출신의 덫이 있으나 여기에 대해서도 자유롭다.

 

영어속담에  Diamond in the Rough란 표현이 있다. 흙 속의 진주 정도랄까. 흔히 숨은 인재라는 표현으로 쓴다. 진주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갖기엔 평생을 노력해야겠지만, 언젠가는 얻고싶은 눈의 반 정도 수준은 얻지 않겠나. 요즘 동대문에 일하는 디자이너들 중에 괜찮은 친구들이 많단다. 홍보기회가 없어서지, 사실 실력은 뒤떨어지지 않는 그런 친구들이란다. 기회가 되면 이들도 만나고 싶다. 아니 꼭 찾아내서 만날 것이다. 그러니 정말 괜찮다고 느끼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내게 추천해주기 바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면 이 블로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패션 블로그가 될까? 여전히 미술과 패션의 경계가 강력한 나라에서, 그 경계를 허무는 파성추가 되고 싶다. 그래도 지금껏 이 블로그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지 싶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지.......4월 1일과 8일 두번에 걸쳐 KBS TV미술관에서 <미술 속 패션 이야기>를 강의한다. 블로거 타이틀로는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블로그 친구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런데 목이 완전히 망가져서 걱정이다......편도선이 가라앉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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