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친다-송세호의 '내 안의 가족'

패션 큐레이터 2011. 1. 12. 16:42

송세호_내안의 가족 09-5_테라코타, 스테인레스 스틸, LED, 할로겐조명_70×40×30cm_2009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다.

 

부산한 일정들을 소화하다 보면, 정작 가정의 중요한 행사를 잊는 우를 범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어제 스와로브스키전과 또 다른 몇 개의 전시들을 한꺼번에 가다보니, 잊고 있었던 거죠. 어제는 엄마의 생일이었습니다. 최근 저를 포함해 우리 가족들은 큰 슬픔을 겪었습니다. 감내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일을 통해 지금은 이미 장성하여 부모님 곁을 떠나 살고 있는 가족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하나가 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것이고, 노쇠한 부모님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워가는 계기로 만들 것이란 점이지요. 송세호의 테라코타 작품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엄마의 손은 거칠 수 밖에 없다란 생각. 적어도 저를 포함한 세대의 엄마들까지는 그랬지요. 노역의 금이 패인 손가락, 손 마디 마디에 배어나는 가족들의 얼굴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송세호_내안의 가족 09-7_테라코타, 스테인리스 스틸, LED, 할로겐조명_97×25×25cm_2009

페미니즘은 엄마와 아내에 대한 회환을 표현하는 많은 작품들과 문학에 대해, '희생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영속화하기 위한 위선적인 찬미' 정도로 폄하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요즘 인기 드라마의 유행어처럼 '그게 최선입니까?' 라고 물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남성 예술가들이 엄마의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하는 것은 '죄의식과 안타까움, 회한의 감정이 돌올하게 말려 있는 것'이라고 보면 안되는걸까요? 저 또한 오늘 이 한 장의 그림과 글로 엄마의 생일을 챙기지 못한 걸 '애교스럽게' 용서구하기 위함이니까요. 어머니가 입병이 나셔서 뭘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계시거든요. (중국에선 꼭 생일파티를 태어난 날에 하지는 않는다네요. 다음날에 해도 그만이구요) 이렇게 말씀하시면 웃으시는 엄마 때문에 더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엄마와 아내는 하나다....엄아일체의 따스한 세계

 

작가 송세호의 테라코타는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있는 인체조각을 통해 세상과 통어합니다. '정신은 몸을 통해서만 세계와, 다른 사람의 몸과, 다른 사람의 정신과 연결될 수 있다'는 현상학자 스트라우스Straus의 말처럼 우리는 몸을 통해서 생각하고 몸을 통하여 세상과 관계합니다. 송세호는 인간의 몸이라는 소재를 그 중에서도 여자에서, 엄마로 변해버린 아내의 몸을 옮겨 그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따스한 화해의 세계'를 조형합니다. 저는 특히 불로 구워낸 탓에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테라코타를 좋아합니다. 우리 모두 불과 흙과 물과 공기의 합작품이 아닐까요? 순정의 몸으로 태어나지만, 다양한 이념과 생각들, 환경 속에서 변해가지요. 이때 우리들을 지키는 최소의 생존단위가 가족인것을. 저는 요즘에서야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가족주의를 조장하는 말이 아닙니다.

 

 

 

 

송세호_내안의 가족 09-3_테라코타, 스테인리스 스틸, LED_97×38×25cm_2009

 

가족은 이념이 아닙니다. 물론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상처받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툭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법때문에 해체되어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제게 가족은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더 닮아가는 얼굴들.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형제들이 각자 독립적이고 스스로 잘나서 잘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보니 참 '닮았습니다' '형은 이래서 문제고 어쩌고...' '누나는 이래서 어쩌고' 하며 언성 높이며 싸우기도 하는 것이 자매와 형제이지만, 세월이 흘러가니 결국 그들과 내가 '닮은 꼴'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신과 몸의 유전자를 같은 형질을 통해 받은 까닭입니다.

 

 

 

송세호_내안의 가족 09-6_테라코타, 스테인리스 스틸, LED, 할로겐조명_97×48×25cm_2009

 

작가의 작품이 더욱 좋은 건, 테라코타를 스테인리스 스틸 판 위에 올려놓아, 인위적으로 '빛'을 만들어내는 점입니다. 따스한 테라코타와 차가운 금속성의 표면을 매개하는 것은 바로 두 요소가 부딪쳐 잉태하는 빛의 현존에 있습니다. 손톱 사이 알알이 배겨있을 가족사의 배면위로 잔잔하고 따스하게 조명을 달라 빛을 투사합니다. 빛은 인간을 꿈꾸게 합니다. 인간은 어둠의 자식에서 태어나 '빛'이 있는 곳으로 굴광하는 꽃과 나무처럼, 그 또한 빛을 향해 걸어가기 때문입니다. 그 빛은 다름아닌 부모님에게서 유전으로 받은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서 이제서야 그 빛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내가 엄마가 되어갈 때, 뒤집어 보면 세상의 모든 남편이 아빠가 되어갈 때, 우리는 부모에게서 받은 그 빛을 다시 우리의 아이에게 돌려줍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내가 실은 같은 존재인 이유입니다. 엄마는 저를 낳으시곤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만혼인데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탓에 당시로서는 '낙태권유'도 받으셨는데 고집을 부리신 탓에, 제가 세상에 이렇게......있습니다. 여름날에도 머리 속으로 찬 바람이 들어가는 엄마를 오랜동안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혼자 나와 사는 덕에 생일도 까맣게 잊고 살았네요. 늦게나마 사랑하는 엄마에게, 그림 선물 하나 보냅니다. '당신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새겨진 가족'들을 이제서야 저 또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고백과 함께 말입니다.

 

사랑합니다.......엄마.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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