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_Wings of Desire (Untitled 14)_디지털 프린트_2009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에 등극된 나라가 어디일까요?
한국입니다. 언론들은 하나같이 앞다투어 경제성장율과 올 하반기
경상수지가 세계 몇 위 라는 식으로 현 정권을 극찬하지만, 속을 보면 온통
텅 빈 강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루에 5시간을 자고 11시간을 공부하는 아이들.
성적비관에 의한 자살비율이 급증해도, 오로지 경쟁논리에 의한 학습방식만을 자랑하는 나라죠.
오바마가 교육에 관해 한국적 모델을 본받겠다고 했다더니, 그 언급의 실체적 내용과 행간의
숨은 의미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없이 '미국이 본받으려는 한국교육' 이 따위 표제로
신문을 통해 현재의 우리들을 칭찬하기 바쁩니다.
김소희_Wings of Desire (Untitled 12)_디지털 프린트_50.8×76.2cm_2008
여행을 떠나기 전, 우연히 인사동에 들렀다가
본 독특한 사진 작품이 있었습니다. 작가 김소희의 '욕망의 날개'
연작인데요. 그녀는 독특하게도 '자살'이란 소재를 선택하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그릇된 욕망의 방식과 그 속에서 방황하며 부유하는 우리시대의 청소년들의
자화상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소희_Why (Untitled)_디지털 프린트_2007
작가 김소희의 자살을 주제로 한 「Why」 시리즈.
그녀의 첫 개인전입니다. 사진을 보면 모든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작가 자신임을 알 수 있죠. 자살이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의도된 생의 마감입니다.
그녀의 사진 속 천사의 날개를 한 존재들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헤매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행복전도사 최윤희씨를 비롯, 자살의 광기는 칼로 긁어내 그려내는 그림처럼
명징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적 코드가 되고 있습니다.
김소희_Why (Untitled)_디지털 프린트_2007
문제는 그 배후에 가려진 '소외되고 잊혀진' 메세지일 겁니다.
섬뜩하고 우울한 죽음의 현장은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는 한 한시적으로
혹은 영원히 쓸쓸한 익명성 속에 가려져 있어야 하니까요. 삶에 대해 더 이상 어찌
해볼 수 없는 생의 무력한 지위. 그 참담한 과정들을 철저하게 연구하여
자신을 모의 자살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셀프 포트레이트
방식으로 '자살에 관한 담론'을 끌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왔습니다.
.
김소희_Wings of Desire (Untitled_First)_디지털 프린트_2008
작가는 끊임없이 자살에 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죽음의 의도적인 선택이란, 그 속으로 던져진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테이니 말이죠. 이 전시를 본 후 다시
한번 꺼내 정독해야 했던 책이 있습니다. 에밀 뒤르캠의 <자살론>입니다. 너무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자살의 유형과 분석에 대해 이만큼 서술해 놓은 책도 여전히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한국은 망국적 자살의 광기로 가득한
사회가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뒤르캠은 자살을 이기적
자살과 이타적 자살로 나누어 설명하지요. 이기적 자살은 개인이 한
사회에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여 일어납니다. 최근들어 급증하는 우울증도
이 영역에 포함되죠. 자칭 쇼셜 네트워크란게 사회의 화두가 되고 대세가 된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정착 친밀함의 기준과 공유에 대해서는 더욱 무지한
채로 남게 되는 작금의 상황들이 저는 마뜩치 않습니다.
김소희_Wings of Desire (Untitled 20)_디지털 프린트_2008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어떤 점에서 보면
사진 속 천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지상과 하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주변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죠. 감정과 영성이 연결될 끈을 잃어버린 존재는
이 지상에서도 죽음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소희의 사진을 소개한 이유는 자살에 관한
그녀의 상상력을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시 한번 예술의 목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예술은 항상 시대의 성감대를 자극해야 합니다. 성감대는 인간을
황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민감하고 아픈 구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평생을
몸을 섞고 살아도, 내 반쪽이 되는 사람의 성감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남자들이, 여자들이 많다고 하죠. 그만큼 매를 쳐서 알려줘야 할만큼,
우리들은 무감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소희_Why (Untitled)_디지털 프린트_2007
예술블로그를 쓰면서 사실 현 정권 들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문화부 일인시위 이후
납품하던 대기업에 불려가 혼도 나고요. 경제적인
타격이야 경영자인 제가 처리하면 될 부분이었지만, 마음의
생채기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저 돈이 다인 시대인가 싶을 정도로
블로그스피어엔 '돈에 환장한'블로그들이 속속 등장하고, 그들이 내뱉은
'주관성에 그치고 만' 정보에 속는 일도 부지기수지요. 그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익의 극대화'란 화두는 저 같이 경제학을 공부한 친구
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삶의 명제지요. 그러니 와이프로거를
하건, 맛집 블로거를 하건 그들의 자유입니다.
단 예술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이끌면서
언제부터인가 기가 죽어 세상에 대해 차가운
목소리를 던지지 못한 채, 뒷짐을 지려는 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한 몸이 죽어 세상에 작은
꽃잎파리 던질 수 있다면, 그 울음을 통해 소통을 꿈꾸어야 하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란 점을 다시 한번 몸으로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온통 일상이란 미명의 소재만이
판을 치고, '일상은 아름다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는 우리사회의 썩어가는 환부에 대한 이해와 동참, 고발은
실종된지 오래인 지금, 썩어빠진 블로그스피어의 제단에 김소희의 작품을
올려놓겠습니다. 목소리는 사라지고, 달달한 일상의 환상만이
지배하는 이 거짓 매트릭스를 깨뜨리는 방식으로
더 이상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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