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브룩클린 미술관의 패션 컬렉션-눈 부시게 부러운

패션 큐레이터 2010. 9. 10. 09:00

 

 

올 5월 초부터 시작된 브룩클린 미술관의 패션 전시 사진입니다

전시 제목은 American High Style : Fashioning a National Collection입니다.

뉴욕에 가면 4대 주요 미술관에 들러 패션 소장품들을 살펴봅니다. 저로서는 패션이란

오브제를 시대별로 정리하며 박물관에 컬렉팅 해놓을 수 있는 그들의 자본과 능력, 무엇보다도

패션이란 소재를 박물관의 존립근거인, "시대정신의 기록과 교육목적'에 맞게 큐레이팅 해내는 점이 부럽습니다.

 

옷이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전시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서야 도록이 나왔고

부랴부랴 인터넷 서점을 통해 하이 스타일 도록을 구매했습니다. 사진과 더불어

캡션으로 붙어있는 옷에 대한 이력과 설명들이 좋아 정신없이 보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 위해 미술관측에 이메일을 보내, 온라인상의 기재 허락을 받고서야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요.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디자인한 초현실주의 패션 디자인 작품입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활동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디자이너들의 옷뿐만 아니라, 액세서리와

드로잉, 스케치, 기타 패션 관련 자료들을 모아 전시함으로써,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후엽에

이르는 패션의 역사와 함께, 시대와 더불어 변모해온 디자이너들의 영감의 근원을 살펴보는데 주력합니다.

찰스 프레데릭 워스의 볼 가운에서 비치웨어,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화려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갤러리 동선이 가득 매워져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패션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류 소재들의 역사와 교역과정이 각 시대별로 유럽 각국과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의

모직물 산업과 교역이 트렌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경제사가의 눈으로 정리한 자료를

최근 읽고 있는데, 그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려니와 너무 내용이 어려웠습니다. 단순하게 역사적인

사실들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경제와 교역이 도시의 발전과 그 내부를 순환하는 패션의 움직임을 함께

포착하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려운 텍스트를 만나면 전투의지가 끓어오릅니다.

저는 타인들의 책을 읽을 때, 모르는 용어나 내용들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런 작업이 없이, 기초와 토대에 대한 이해없이 철학이나 미학

으로 포장된 논문이나 글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어설프게 몇 마디

인용구를 따와서 적어놓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젠체함은

어찌보면 약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시를 한다는 것, 박물관이 오브제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며 오롯한 한 편의 컬렉션을 마무리 한다는 것은 바로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인문사회학적 자산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패션 박물관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한 우리입니다. 하긴 패션 큐레이터란 단어를 조금

유행시키니 청담동 모 웨딩샵에서 "패션 뮤지엄"이란 상호를 붙여놓았길래 들어가 봤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하는 소리는 항상 같습니다. "준비중입니다, 향후 할 생각입니다"

"아.....그래요 그럼 정확하게 언제쯤 부터?" " 그러니까 그게 아직 확정이"

 

그 친구들은 앞으로도 복식을 컬렉팅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업체로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그저 이름값을 한다 싶으면 갖다 붙여서

겉으로만 있는 척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모습입니다.

 

 

한 나라의 전통 복식과 더불어, 현대패션을 소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관련단체들과 관공서를 다니며 설득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박물관에 소장될 가치가 있는 디자이너들은 충분합니다. 여전히 부족하다 하더라도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우리 스스로 격려하며 풍성한 데이터 베이스 만들어 갈수 있다고 믿는 쪽입니다.

 

 

10여년 째 각종 패션 오브제를 소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모두 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국립박물관 차원에서 한번 도전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를 포함한 컬렉터들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으로 갤러리를 내는데

익숙하지, 국가에 증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컬렉션 방을 갖는 걸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저라도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과 자본을 갖게되는 날, 이 말에 대해 약속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양의 박물관 전통은 결국 국가의 힘이 '문화자본의 힘'임을 일찌기 깨달은 자들이

귀족들의 물품을 증여받으며 정리해놓은 장소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따라 박물관 컬렉션이 부러운지, 자꾸 쓴 소리를 '

하게 되네요.......우리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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