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바느질, 피아노에 옷을 입히다

패션 큐레이터 2010. 9. 16. 08:49

 

  

조아나 바스콘셀로스는 파리에서 태어난 아티스트입니다.

작가는 지금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살며 작업중이죠. 지금껏

수십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밝혔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조각과 설치 조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주요작품 모두 백색의

크로쉐 뜨기를 이용한다는 것이죠. 컴퓨터나 조각

피아노, 심지어는 대형 다리구조물 같은 데 덮어씌우기도 했습니다.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2만 5천개의 탐폰을

이용 샹들리에 형태의 작품 '신부'입니다. 물론 이 작품은 코바늘 뜨기를 이용한

작품은 아니지만 도발적인 작품 자체의 의미 때문에 주목 받았고

이때부터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죠.

 

 

제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에, 코바늘의 정교한 덧옷을

입힘으로써 그 의미를 확장하고 조형물처럼 조장해내는

그의 기술과 정신성에 있습니다. 그의 설치작업은 끊임없이 국가와

성 정체성, 경계의 의미에 대해서 묻습니다. 이때 그 의미를 강화시켜주는

소품이 바로  부분은 코바늘뜨기로 구성된 직물의 세계입니다. 직물은

일상의 비루한 삶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모든 인간과 사물의

표피를 덮어 그것이 하나의 예술로 빚어진 세계임을

무엇보다 타인을 따스하게 안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임을 확인케 합니다.

 

지난 10여일 크게 앓았습니다. 몸에 글을 쓰며

생긴 독이 퍼진 이유였던지 얼굴의 절반을 포함 신체에 온갖

종양같은 두드러기가 나고 포진이 생겨 황급히 피부과에 가야 했습니다.

몸이 경고를 보내는 것이겠죠. 맨날 시간에 지쳐, 원고에 지쳐 부족한 글 쓰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지리하게 붙잡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론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소통하는 것이 저에게 가장 큰 기쁨

인지라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글쓰기가 정신의 지층위에

마치 인처럼 박히고, 나무의 나이테가 생기듯 각인된

이유일 겁니다.

 

 

어제 하루종일 거리를 걸었습니다.

가을하늘이 곱더군요. 소중한 분들에게 전화를

올렸습니다. 예전 알던 블로거분들과 친구들, 오랜동안

연락하지 못한 분들에게 목소리로 나마 안부를 전했습니다. 요즘 같이

진청빛 하늘이 코발트와 섞여 투명에 가까운 푸르름을 자랑할 때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일 하는 건 일종의 고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

해서라도 도시 산책을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짙고 길었던

우리들의 우기가 끝나고 짧지만 장려했던

가을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오늘을 소중하게 즐기십시요.

오늘 저는 이 바스콘셀로스의 피아노 설치를

보며 제 영혼을 벼루는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을 통해

마음을 추스려 가려 합니다. 그 바느질의 공정 속에 여러분을

향한 작은 마음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행복하세요.....아니

행복하셔야 합니다. 우울하기엔 하늘이 너무 곱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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