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꿈은 이루어진다-우리 안의 상처를 별로 만들때가지

패션 큐레이터 2010. 6. 27. 02:54

 

황나현_탱고 TANGO_한지에 혼합재료_53×45cm_2009

 

월드컵 원정 사상 최초로 16강 진출을 이뤄낸 한국. 오늘 우루과이를 맞아 멋지게 싸웠습니다. 2대 1, 비록 패했지만 후회없는 경기였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스타디움에서 얼룩말처럼 지치지 않고 경기장 중원을 압박하고 뛰어다니던 모습, 놀라웠습니다. 애매한 판정이 있었습니다만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죠. 저는 축구광은 아닙니다. 사실 축구를 좋아할 자유와 싫어할 수 있는 자유 또한 있다고 믿고 있죠. 국내의 현안들 앞에서 거대 스포츠 이벤트로 모든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정서적으로 봉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퍼블릭 스쿨은 '축구'를 구 귀족과 신흥 부르주아 집단 간의 계층적인 갈등을 해소시키고, 공통의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장려했죠.

 

 

황나현_물음표_한지에 채색_72.7×60cm_2009

 

플레이에 묻어나는 용기와 자신감. 패배했지만 기분 좋은 이유입니다. 선진축구의 문법을 빠른 시간에 베껴내기엔 축구는 꽤 만만치 않은 수업료를 요구했죠.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만의 색깔이 배어나는 축구언어를 쓰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습니다.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많습니다. 지역연고와 출신대학을 중요시하는 축구협회와 그 내부의 모순점들이 비판의 도마에 오를것 같더군요. 언론또한 무책임한 띄우기와 비판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자발적인 응원문화 또한 기업 마케팅에 녹아나며 진실성을 잃었습니다. 우리 안의 레드 컴플렉스를 표면으로 끄집어내 대면하도록 했던 붉은 기운은 이전의 정신을 복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죽을 필요는 없겠지요. 상업성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우리의 집단적 광기의 이면에 담긴 면모들을 성찰할 기회를 얻었을 테니까요.

 

우리의 현재에 물음표를 던지되, 거리를 두고 침착하게, 빈 공간을 채우며, 메워가는 시간이 되길 원합니다. 기대를 걸었던 이들에겐 오늘의 패배가 상처(scar)가 되었겠지만 이 상처(scar)를 별(star)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음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우리안의 긍정성을 복원하고 지친 선수들을 격려하고 박수쳐주는 일일 겁니다. 힘차게 뛰어준 태극전사들에게, 그림 속 얼룩말처럼 예쁜 화환을 걸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니  험악한 말이 오갑니다. 특정 선수를 어떻게 죽일까에 대한 이야기, 계란들고 공항에 갈 사람을 모으질 않나, 이렇게 호불호가 명확하니, 선수들의 마음 부담이 클 것 같네요. 경기가 끝난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약간 멍한 마음입니다만, 다시 추스려야 겠습니다. 요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소설 텍스트를 읽다 눈물을 자꾸 흘리게 되네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는 기사의 모습에서, 여전히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실존을 떠올립니다. 한국축구가 더 나은 결과를 잉태해주기를 바람하고 또 바람해 봅니다. 우리 태극 전사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더 멋지게 싸워주세요. 다시 한번 외쳐볼 그날까지......대한민국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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