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정직하게 살아왔느냐?-매화 앞에서의 사유

패션 큐레이터 2010. 9. 8. 00:33

 

  

이규경_매화 04 Plum Blossoms 04_캔버스에 유채_72.7×116.7cm_2010

 

태풍이 비껴갔다는 소식에 지난 폭우로 놀란 가슴을

쓸어담으며, 문득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캘린더로 눈을

돌립니다. 올해도 벌써 9월 초순을 넘었습니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는 건

아닌지, 추석이 끝나고 가을걷이가 마무리 되면 또 겨울이란 계절의 밋밋한 차가움을

견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또 한 살을 먹어가겠죠. 요즘 정치권은 유명환 장관의 딸이

외교부에 특채한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특권층들의 자녀들

그들의 사회적 공정성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칠 기세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징조입니다. 이 노력이

정치적 수사학을 위해 기용되는 찔끔 사용되고 버려지는 이벤트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규경_매화 BEING-Plum Blossoms 07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09

 

저는 캐나다란 사회에서 잠시 살았던 시절

가장 놀라왔던 것이, 나쁜짓을 하다가 걸린 경우의

사람들을 볼  때였습니다.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고, 그만큼 사회의 눈은 매섭고 엄중했습니다. 위장전입과 세금포탈

부동산 투기 등 한국의 권력층에게 만연해있는 이 범죄의 레이블들은 적어도 공직에

들어가기 위해서 (외국에선) 해서는 안될 짓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걸리면 운이 나쁜 것이고, 그저 유감이고,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지원자의 역량'을 생각해달라는 그 따위

지저분한 변명꺼리를 듣는데 안주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공직 지원자들의 준열한 자기 검열

능력을 믿고, 사회의 검열기준을 높여, 공정성이 깊게 심연 아래 베인 사회를 만들수 있을까요.

 

이규경_Fallen Leaves-Return of Spring_캔버스에 유채_72.7×116.7cm_2009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한편의 매화도를 봅니다.

작가 이규경은 진중한 성찰에서 우러나온 정신의 매화를 그립니다.

만물이 여전히 생경한 겨울의 추위 아래 속앓이를 할 때, 가장 먼저 여린 속살을

열어 봄을 알리는 헤럴드, 바로 전조의 꽃인 매화입니다. 작가는 거울에 비친 매화의 모습을

그린다고 합니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세계가 서로 접점을 찾아 조화합니다.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던 매화, 강희안(姜希顔)은 《양화소록(養花小錄)》의

화목 9등품론에서 1품으로 분류합니다. 그만큼 우리에겐 매화는 개화의

순간부터, 우리 자신에게 '정직하게 살아왔느냐'고 묻는 꽃입니다.

 

거울에 반영된 꽃과 과일, 사물들은 현실속에 놓여진

'나'와 무의식 속의 '숨겨진 그러나 진실한 나'를 표현하는 매개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신성함이 깃든 꽃 한 송이의 개화를 바라보는 시간

옷깃을 고치고 소롯하게 하늘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규경_Plum Blossms-First Kiss_캔버스에 유채_65.2×90.9cm_2009

 

작가 이규경은 과일과 꽃을 병치시키는 그림을 선보여왔습니다.

화면을 채우는 두 가지의 사물은 서로가 공생하는 '사물'의 배치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관계맺기에 성공하는 두 사물의 세계는 평온합니다. 도발적인 색감과 포토샵으로

후 보정을 한 세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작가가 곷과 과일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 건 결국 그가 오랜동안 그려온 <삶>시리즈을 설명하는

일상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이질적인 것들을 견디지 못하는 못된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나와 같게 만들려고, 나와 같은 사고와 색깔을 지니

게 하려고 법을 정비하고 폭력을 행사합니다. 다르다는 건

배제와 차별을 겪고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규경_Plum Blossoms-Kiss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09

 

예전과 달리, 꽃을 볼 때마다 자꾸 흠칫흠칫 놀랍니다.

그 어떤 포르노그라피보다도 더 성애적인 일면을 꽃들의 풍경에서

발견하기 때문일겁니다. 살빛 대기 속으로 한껏 발기한 꽃들의 암술과 수술

꽃잎은 마치 반투명의 시스루 드레스처럼 꽃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이규경_Plum Blossoms-Mother and Child_캔버스에 유채_112.1×162.1cm_2009

 

나라가 온통 공정성 시비로 검푸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자신이, 성찰과 자기검열에 익숙하지 않았고, 부자들의

관행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싸우지 않아 만들어진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현대판 음서제도의 속내를 보며, 우리는 언제쯤 정직하게 핀 매화의 세계를

이 세상에 피워볼 수 있을 까 의문에 빠집니다. 참 어렵습니다.

건너야 할 강의 깊이가 점점 더 깊어가는 세상.

여전히 봄이 오고 있음을 믿고 싶은데.....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겠죠......그럼요 봄은 꼭 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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