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자유 예술캠프를 시작하며
작년 겨울 시작된 한예종 자유예술캠프가 여름을 맞습니다. 지난번 <패션의 7가지 얼굴-패셔놀로지>를 강의하며 겨울을 마감했지요. 올 여름엔 <패션, 영화에 홀릭하다>를 주제로 각 강의당 4시간 씩의 꽤 긴 강의들을 6주간 진행하려 합니다. 영화 속 패션에 담긴 의미와 역사, 성격화 작업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기에 강의시간이 좀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년의 기간을 염두에 둔 계획입니다. 올해 <패션, 심리학에 물들다>를 탈고, 출판한 후 <주얼리의 심리학>과 <패션디자이너로 사는 법>과 같은 책을 번역 및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후속편 성격을 갖는 <복식사 오딧세이>5권을 쓸 생각인데요.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 빅토리아 시대, 근대와 현대 편으로 나눠 써볼 생각입니다. 기존의 복식사는 옷에 대한 묘사나 스타일 중심의 연구가 대부분이라, 옷과 관련된 인류학이나 문화이론, 깊이있는 역사철학의 접목이 어려웠습니다. 이런 깊이가 없다보니 한국의 스타일리스트란 자들이 내놓는 책이란 하나같이 '어떻게 입어라' '날씬하게 보이는 법' 이런 류들이 판을 쳤습니다. 그렇다고 장사가 잘 된것도 아닙니다. 무분별한 스타일링 책들이 서점에 나오면서 독자들은 쉽게 식상했고, 찬서리를 맞고 있죠.
올 여름 강의 내용은 <패션, 영화의 옷을 벗기다>입니다. 단순하게 영화 속 패션을 묘사하거나 사연, 역사적 근거를 밝히는 것을 넘어, 옷이 영화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의미화 작용을 하는지 밝혀내고, 영화나 연극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물론 역사성을 도입하여 복식사에 대한 통사적 강의도 함께 합니다. 각 시대의 패션이 현대 패션에 어떻게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어떤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지도 살펴봐야죠.
스타일의 시작, 이집트 패션의 섹시한 매력이 드러나는 <클레오파트라>를 기점으로 그리스 시대와 로마 패션을 통해 현대 패션의 원천을 배우게 될 겁니다. 영화와 더불어 시대별 복식사를 특화한 전시 내용을 결합하여 풍성한 각 당대의 지식배경을 함께 배우려고 합니다. 올 세션에서는 고대에서 중세까지만 다룹니다. 고대패션의 우아미와 중세 패션, 무엇보다 기사문학에 드러난 중세기사들의 갑옷, 문양, 그들의 사랑과 삶 속에 옷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세션은 기존 교양을 쌓는다는 차원도 무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너무 디테일에 사로잡히면, 패션의 원천을 이룬 고대의 정신을 제대로 익히기 어렵기 때문이죠.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드러난 고대 로마 패션의 럭셔리한 면모들, 무엇보다 신분과 계층에 따라 갈리는 토가의 속성이나 화장법, 보석 착용법들도 다룰 거구요. 무엇보다 글래디에이터에 나오는 검투사들의 복식과 군인들의 옷과 그들의 삶에 대해서 살피는 시간이 될겁니다.
중세를 넘어 겨울 세션에서는 <르네상스>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프랑스의 르네상스, 북유럽의 르네상스 등 각 나라별 패션의 향기를 영화를 통해서 살펴봅니다. <엘리자베스-황금시대>를 텍스트로 당시 엘리자베스 1세가 실제로 입었던 옷들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화려한 패션이 가능했던 시대의 배경, 무엇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으면서 영화를 함께 보는 중첩적 읽기를 해볼 생각인데요.
르네상스를 넘어 바로크와 로코코에 이르면 인간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섬세한 패션의 문법을 만나게 됩니다. 이 시대를 넘어 빅토리아로 가면 본격적인 옷의 심리학이 개진될 예정입니다. 영화 <피아노>나 <엔젤 앤 인섹트>같은 영화에 드러난 빅토리아 시대의 치부랄까, 이중적인 성도덕이 옷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억눌린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영화 속 옷을 통해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볼겁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일반인들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습니다만, 무엇보다 옷의 다양한 기능, 얼굴이 영화란 매체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피는데 주력하려 합니다. 한번도 이런 작업을 한 강의나 책이 없기에, 강의가 끝나면 바로 강의록과 자료를 묶어서 책으로 내려 합니다.
근대를 넘어 현대로 가면 더욱 신이나지 않을까 싶네요. 코코 샤넬을 위시로 하여 1920년대, 30년대, 40년대, 50년대를 걸쳐 2000년까지 각 시대의 미감과 패션 스타일이 녹아있는 코스튬 드라마(패션이 주가 되는 영화)를 비롯, 다양한 성격화 작업이 옷을 통해 드러나는 작품을 선집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와 영화 패션은 영화를 실제로 제작하거나 연출하는 분들이 와서 들어도 좋은 강의로 개발 중입니다. 무대의상 책이 전무한 한국입니다. 영화의상에 대해서는 한 두권 책을 찾아볼 수 있으나 이론화 작업은 전무하고, 대부분 자신의 현장 경험을 나열해 놓은 게 대부분이죠. 복식은 시대별 철저한 고증작업과 더불어, 현대란 프리즘을 통해 상상력에 기반한 새로운 작업이어야 합니다.
이번 <패션, 영화에 홀릭하다>를 위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그리스의 신과 인간전> 관람 및 도슨트 특별강의도 준비중입니다. 중앙박물관 측에서 한예종 자유예술캠프 회원들을 상대로 특별 도슨트를 해주겠다고 했거든요. 2년 동안 열심히 살아가야겠네요. 복식사 대계를 정리하는 작업이 될 테고, 저로서는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책들을 읽고 다시 한번 정리하고, 여기에 다른 문화/예술적 지식을 결합해야 하는 작업이 될 겁니다. 강의 하나하나가 다소 실험일 수 있을거고, 질문에 답변을 하려면 저 또한 무장이 되어야 겠죠. 올해는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진행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해야 하기에 대형 스크린이 있는 대형강의실이라네요. 시설도 좋다고 하니 여유있게 앉아서 강의 들으시기에 충분할 듯 해요.
http://cafe.naver.com/freeuniv
에서 수강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올 여름 영화 속 패션의 세계에 함께 빠져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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