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디자이너들이 뽑은 '내 인생의 최고의 옷'

패션 큐레이터 2010. 4. 12. 22:46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에 입고된 많은 책들 중 눈에 띄는

My Favorite Dress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산 지는 꽤 되었는데

지금껏 소개를 못했더군요. 이 책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제작한

혹은 지금껏 자신에게 영감을 준 '선호하는 옷'에 대해서 서술하고 사진작업과 함께 정리한

책입니다. 책의 판매대금은 모두 발전기금으로 사용되는 걸로 되어 있더군요.

 

처음 인터넷에서 이 책을 봤을 때,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게 했던

표지 이미지. 붉은 색 드레스를 입고 독특한 캐릭터의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거울을 보는 모습이 너무 끌렸습니다. 거울은 항상 옷을 입은 신체의 반영으로서, 성장과 발달

과정을 유추하게 하는 심리학적인 오브제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 랑방을 부활시킨 디자이너 앨버 알바즈

 

 

그가 선택한 2002년 가을/겨울 컬렉션, 울 저지 하의에 실크 튈을 이용한 드레스

 

 

자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알렉산더 맥퀸도 있군요.

 

 

사선형 레이스와 함께 코르셋 구조물에서 드러나는 섹시한 여성미를 강조했던 2002/3년 컬렉션 작품

 

 

파리 오트 쿠튀르의 장인의식과 현대미술의 접목

현대 패션의 경계선을 확장시킨 그는 진정한 '작가주의'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의 모든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는 항상 옷에 담긴 이야기성에 주목하고

그것을 스케치로 풀되, 자신의 상상력을 철저하게 투사,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이야기로 복원하고 개조합니다.

 

 

아프리카의 에스닉한 느낌이 물씬드는 드레스네요. 이 책의 장점은 화려한

사진작업에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모델, 유명인사들, 사진작가들,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옷을 선정해 보여주는 것인데요. 그만큼 옷과 '관계맺기'에 주목하면서 감성적인

집착과 기억, 개인의 삶에서 특정한 한 벌의 옷이 갖는 의미성을 유연한 문체로 풀어냅니다. 그만큼 선정 이유에 대해, 판에 박은

해석보다, 개인의 삶과 선택의 방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디자이너의 심리까지 살펴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직물 샘플과 작품 스케치 원본, 기타 유용한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책에 들어가있죠. 항상 제가 이 블로그에서 주장해오는 패션과 관련된 철학들, 가령 한 벌의 옷이

창의적인 선언문이 되고, 찬사의 상징이자, 권력과 개성의 표현이 된다는 것. 그점에 주의하면서 읽어보면 얻을 게

많은 책이 아닐까 싶네요. 기억과 순간, 패션 디자이너든 혹은 관련 종사자에게는 옷 한벌이 만들어내는 기억, 그것과 연관을

맺는 개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화려한 한벌의 자서전을 옷처럼 입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놀로 블라닉, 나모미 캠밸, 신디 크로포드 같은 모델이나 톰 포드, 돌체 앤 가바나, 존 갈리아노와 같은

디자이너들, 이외에도 캘빈 클라인, 하이디 클룸, 이세이 미야케의 논평도 읽어볼 수 있죠.

 

 

나의 영웅......존 갈리아노

혹자들은 이제 갈리아노의 상상력은 끝났다고 비판도 하지만

그래도 복식사에서 훔쳐낸 다양한 요소들을 시대정신에 비추어 그 만큼 능수능란하게

접합해낼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몇 명이나 될까요?

 

 

갈리아노의 세대를 전복하는 발칙한 도발과 상상력이 끊임없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디자이너들의 작업노트를 읽는 것은, 화가들의 작업노트를 읽는 것과

그리 다를 바가 없더군요. 결국은 상상력과 영감이란 대상을 향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붇고 치열하게 대면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걸, 그 순간의 기억을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배웁니다. 37불 주고 샀습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 두께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입니다. 패셔니스타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럼블피쉬가 부른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란 노래를 올립니다.

저는 여러분에 제게 좋은 책이 있으면 소개시켜줘라고 말하고 싶네요. 패션책을 읽다보니

다른 분과들에 대해 점점 '멍 때리는 바보'가 되어 가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미학, 경영학, 인류학과 문학이란 꽤 많은 영역의 텍스트를 읽어보는 즐거움은 큽니다.

물론 다 잘 해내는 건 아니니, 너무 기대를 크게 하진 마시구요. 여러분께 부탁드리는 건 소설이나

연극, 혹은 다른 책을 읽다가, 책의 내용에 '옷'과 관련된 요소나 스토리가 등장하거나

혹은 사건의 해결에 옷이 큰 역할을 하거나 뭐 이런 것들을 발견하게 되시면

꼭 이 블로그에 그 책의 제목과 내용을 댓글로 남겨주시는 거에요.

 

집단 지성이 뭐 별건가요? 자신이 읽던 책 중에서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을 말씀해 주시면 그만큼 저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또 확장되고 새로운 의미들을 찾아내는 거겠죠.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키워가는 즐거움을 이곳에서 만들어가고 싶네요.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가 가득차, 책장을

또 하나 주문해야 했습니다. 공간이 있는한은 채워봐야죠. 여러분도 도와주세요.

'기부해달라는 게 아니라'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 읽어보시고 꼭

그 형태로 도와주셔야 해요....꼭이요. 약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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