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비누거품을 부는 아이들.....

패션 큐레이터 2010. 3. 9. 22:00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뎅 <비누 거품>

61 x 63 cm 캔버스에 유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S#1 허영과 거짓의 시대-거품을 날리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어린시절 비누거품을 만들어 하루종일 놀다 지쳐 잠들던 시절이 있었을겁니다. 장난감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 비누방울로 만들어내는 신기한 세상. 건드리면 터질까 조심스레, 공기를 불어넣은 비누방울이 허공을 떠돌때면, 마치 한 송이 꽃이 봉긋이 여린 꽃대궁을 여는 듯, 그 향기에 취해, 어린 마음이 떨리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 시메옹이 그린 <비누거품>엔 꼬마를 위해 비누거품을 불어주며, 방법을 알려주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죠. 그는 18세기 최고의 정물화가였습니다. 두명의 인물을 사용, 한쪽에 빛을 이용한 대조효과를 불어넣는건 그가 흔히 사용하던 방식이기도 했죠.

 

 

얀 반 케젤 <비누거품>

1660년, 캔버스에 유채, 67 x 51 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얀 반 케젤의 작품은 미술사에서 카르투시(Cartouche)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건축에서 명판(名板)이나 문장이 새겨진 갑옷의 가장자리에 특히 많이 쓰인 소용돌이꼴 장식을 말합니다. 넓은 의미로는 소용돌이 장식의 유무에 관계없이 타원형 물건이나 장식방패 등을 가리키기도 하죠. 카투시 장식판은 고대 이집트에서 호신부적과 이집트 군주 이름의 상형문자가 새겨진 타원형 명판의 가장자리에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실 필요가 있어요. 17세기 네덜란드를 비롯, 유럽에서는 흔히 바니타스 회화가 유행을 했습니다. 바니타스란 허영이란 뜻입니다. 당시 상거래의 확대로 물질적 부의 축적이 너무나 자유로왔던 부르주아와 시민계급 사이에, 점차 물질적 풍요속에서도, 종교적 덕성과 겸손, 삶에 대한 의미를 잊지 말자는 뜻으로, 사람들은 부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 사물을 정물의 요소로 도입, 그림으로 그려냈죠.

 

얀 반 케젤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4개의 정물화 소재가 등장합니다. 물고기로 대변되는 물, 새가 표현하는 공기, 과일과 꽃으로 표현하는 흙과 대지, 그리고 상층에 무기를 의미하는 불입니다. 화가는 카르투시 내부에 바로 바니타스의 한 주제를 각인시켜 그려놓았죠. 바로 비누거품입니다. 당시 비누거품은 지상의 물질적 요소와 인간의 삶의 유한성을 상징하는 일종의 은유였습니다.

 

 

프란츠 반 미리 <거품을 부는 소녀>

1663년, 캔버스에 유채, 26 x 19 cm 헤이그 마우리츠후이, 네덜란드

 

요즘 유년시절, 추억속의 놀이로만 기억되는 '거품'이 온통 대지에 가득합니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부르짖었던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빈곤층은 300만명으로 증가했고 청년들의 실업율도 역사 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죠. 모든 것이 거품입니다. 언제 톡 터트리면 터질수 밖에 없는 거품같은 경제와 언론의 유착관계. 문제는 이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그림 속 아이들처럼, 예민하게 세상이란 텍스트를 읽어낼 수 없는 우리, 서민입니다. 얀 반 케젤의 그림 속 비누거품처럼, 신자유주의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실제 모습이 '거품'이 되어버릴까 두려운 요즘이죠.

 

 

피에르 미냐르 <비누거품을 부는 소녀>

1663년 캔버스에 유채,132 x 96 cm, 베르사이유 성

 

피에르 미냐르는 궁정화가로서, 17세기 부르봉 왕조를 이끈 군주들과 직계가족들의 초상화를 주로 그렸죠. 그림 속 소녀는 바로 부르봉 왕조의 공주 마리 앤입니다.

공주 아래서 재롱을 떠는 강아지도 귀엽네요.

 

 

카스파 네셔 <비누거품을 부는 두 소년>

1670년, 패널위에 유채, 31 x 25 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1660년대 후반부터 카스파 네셔의 풍속화는 본격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림 속 비누거품을 부는 두 소년은 당시로서는 매우 흔한 소재이기도 했죠. 두 소년을 소재로 한 그림은 네셔가 그린 유일한 아동화이기도 했습니다. 배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꼬마아이와 그의 놀이친구는 서로 분 비누거품을 바라보고 있네요. 소년들이 서 있는 창틀 아래, 두개의 조개와 장식용 은제품이 보이네요. 네덜란드 회화에서 비누거품을 부는 아이들의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라틴격언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은 거품같은 것'이란  말입니다. 인간적 삶의 조건이 휘발성을 가진다는 점, 언제든 쉽게 부풀었다 사라질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는 매개가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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