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리치보이, 부자의 길을 논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0. 2. 6. 00:14

 

 

 

S#1 책 읽는 시간은 곡선으로 흐른다

 

최근 자유예술캠프 강의 때문에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MBA 과정을 하고 현실에서 전략계획을 세우는 동안, 항상 책을 놓아본 적이 없는 나다, 하지만 최근 경영코너에 가면, 지레 겁부터 난다. 아마존으로 찜해 둔 좋은 책들이 거의 빛의 속도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하려니와, 너무 많은 양이 쏟아져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리라.

 

최근 쇼핑 큐레이터란 직업이 뜬단다. 한 사람의 소득수준과 라이프스타일, 생의 태도와 좋아하는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을 구매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시간에 쫒겨 경영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할 때, 이런 니즈를 매꿔줄 비즈니스 책 큐레이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이지 이런 생각을 종종 해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라? 책이 아니라 사람을 권하다니......도대체 누구길래. Daum 블로그에서 경영부문 관련 책만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일종의 비즈니스 서적 큐레이터인 셈이다. 바로 리치보이란 아이디로 오늘도 열성적인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남자. 바로 김은섭씨다.

 

그가 이번에 책을 냈다. 책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방법이 성공의 지름길인 시대, 아날로그적인 독서양식이 여전히 첨단에 서 있는 현실은 재미있다. 아무리 웹 서핑을 원할히 해도, 결국 텍스트의 밀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거다. 그만큼 책 속에 답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아무리 인맥이 두텁고, 네트워크가 탄탄해도, 결국 사업을 하다보면 어떤 순간에 누군가에게 질문을 할 여건이 되지 않거나, 시간이 없거나, 물어보기 자체가 어려운 화두를 만나게 된다. 이때 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날로그 텍스트인 책이다.

 

S#2 내가 읽은 책만큼 세상은 투명해진다 

 

나는 이 책에서 권하는 경영학책 중 내가 읽은 것과 혹은 읽으려 했으나 서재에 꽂아두기만 한 책, 혹은 아예 사지 않았던 책을 나눠 봤다. 나 스스로가 마케팅 전략을 전공해서인지 익숙한 책도 눈에 보인다. <트랜드를 읽는 기술>과 <드림 소사이어티>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씽크 이노베이션> 등이다.

 

헨릭 베일가드의 <트랜드를 읽는 기술>을 읽으면서 어그 부츠가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는지를 배웠다. 패션과 유행의 다이나믹스를 분석하는 나도 이 책에서 얻은 지혜의 양은 상당했다. 이외에도 자기계발서 중 <프레임>과 <몰입>같은 심리학 분야 스테디셀러 서평도 눈에 띈다. 하긴 나도 이 두 권의 책은 라디오에서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시절 다 소개했던 책이다. <프레임>이란 책은 나도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말을 왜 하는지에 대한 심리분석은 명쾌했고, 나 또한 블로그에 자주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썼다.

 

모든 책을 5페이지 짧은 지면에 압축해 놓은 것이 놀랍다. 마치 지식의 압축파일을 풀어놓는 것 같은 깔끔한 분석도 볼만하다. 오랜동안 온라인에서 짧은 지면을 빌어 독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남자의 글쓰기 습관은, 지면으로 옮겨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나는 책이란 사람을 그만큼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마치 뿌연 물안개가 낀 이중 초점렌즈 같은 것은 아닐까, 책 한권을 진실되게 읽고 나서 그 창의 일부를 말끔하게 닦아나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투명한 창의 넓이가 커질수록, 내 생도 살지고 풍성해진다.

 

S#3 비즈북 큐레이터, 리치보이-이 남자를 만나고 싶다.

 

일의 의미, 트랜드 분석, 경영마인드, 자기계발, 기획력,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인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의 요소요소만 골라 선별한 그 눈이 부럽다. 한 권의 책을 사는 일이 이제는 고관여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도처에 깔린 게 책인 세상에선 더욱 그렇다. 꼭 책 값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채워가며 읽는 데 들인 시간 자체가 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와 대화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타인의 생각을 미리 예측해가며 직소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나 한번 가볼까 싶다. 차나 한잔 하면서 책 브리핑을 받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겠나. 왜 아이디가 리치보이인지 알 것 같다. 단순하게 자본의 축적과 부동산 기술만을 이야기 하는 부자론이 아닌, 생의 질박한 이야기들이 풀어져 나올것 같다. 이 남자를 만나고 싶다. 우선 책으로 제대로 만나야겠다. 카페 라테 한잔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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