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예술가로 살아가기
어제 홍대 상상마당에 갔습니다. 조촐한 축하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지난 늦은 여름, 상상마당에서 열린 <열린포럼>에 연사로 참석했었죠. 저를 비롯한 비평분과 외에도 디자인과 만화 인디음악, 독립영화, 예술가의 삶과 글쓰기를 주제로 열린 '수다방'같은 것이었습니다. 아티스트들과의 수다라는 표현이 딱 맞겠지 싶네요.
저도 참석하기 전에는 무서운 질문이 들어올까 내용을 전문적으로 포장해서 전해야 하나 등의 고민을 했었죠. 하지만 정작 분위기에 젖고 보니 편하게 이야기 하면서 수다를 떨었었죠. 더구나 눈이 다쳐서 선글라스를 낀 바람에 주목을 받기도 했죠.
7회에 걸쳐 진행된 상상마당의 <열린포럼>의 내용이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제가 나오는 부분도 있는데요. 저는 대중시대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했답니다. 블로그를 통해 미술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었습니다. 아무리 만인이 블로그를 갖는 시대라고 하더라도, 저는 글쓰기의 방식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지켜야 할 가이드 라인은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요즘은 블로그 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내용들이 감각적이고, 강합니다. 생활밀착형 글쓰기란 이름으로 대부분 드라마 리뷰나 생활 속 이야기가 화려하고 이목을 끄는 제목과 더불어 올라옵니다. 미술이 고답적인 장르로 알려져 있다보니, 1년에 2번 미술관에 갈까 말까 한다는 층을 상대로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만큼 '미술장르'에서 블로거로 사는 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연예기사를 쓰는 사람과 아예 처음부터 대결자체가 안되니까요. 그래도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서 미술장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블로그 글쓰기와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노력이 조금씩 진가를 발휘하고 있고, 저는 6개 매체에 글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기업 및 아카데미, 대학에 강의를 하는 꽤 인기있는(?) 패션 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내년부턴 방송활동도 시작하니 저로서는 블로그가 저를 새롭게 꽃피워준 강력한 힘인 셈이죠.
온라인에선 실시간 리뷰나 화려한 태그가 인기를 끌지만, 한 가지 주제를 천착해서 글을 집요하게 끌고 가는 사람을 오히려 인정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준 건 오프라인이었습니다. 책이란 인기없는 매체를 쓰기를 고집하는 저로서는, 그래도 이 블로그 공간이 있어서 미술책도 많이 팔았고, 베스트셀러에 올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성질이 다른 두 공간이지만, 분명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공간임을 확신하게 된 셈입니다.
이 책에는 가수 타블로와 인디밴드인 장기하 등 다양한 우리시대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당대를 살아가야 하는지, 아니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백들이 담겨 있습니다. 내용을 채록한 것이기에, 입말이 갖는 매력도 있고요. 인디밴드의 글이 와 닿았습니다.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모토로'란 글을 읽다보니, 자신의 색깔을 가진 블로거는 그나마 있어도, 모토를 가진 블로거는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길을 가야하고, 인기유무에 상관없이 철저하게 파고들어야 하거든요. 온라인에선 그때 그때 실시간 인기주제를 쓴 블로그가 주목받지만 정작 화폐적 가치가 되어 돌아오는 건, 철저하게 자신의 모토를 지킨 글들입니다.
저는 대중시대의 비평과 글쓰기는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지적 통섭이 시대의 대세라지만, 여전히 분과주의와 전문가 중심주의의 높은 벽은 존재합니다. 물론 어느 시대나 전문가는 존재해왔고 저는 이를 무시 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상의 무수한 정보들 사이에서, 모작이나, 베껴넨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눈과 정보력, 한 길만을 파온 지식의 체계를 가진 이들은 분명 있어야 합니다. 특히 패션과 디자인은 이 문제가 아주 심했거든요. 블로그적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평은 어느 시대나 존재해왔습니다. 이들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리뷰와 비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리뷰는 작품에 대한 다시보기, 내 자신의 시각을 개성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이지만, 비평은 작업자를 위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과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섬과 섬 사이에 가교를 놓고, 서로의 상상력을 아교풀로 붙이는 장인의 글.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앞으로도 오랜동안......저란 사람의 가치가 더 이상 필요없을 때 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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