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절망에 빠진 내 인생-당신의 블랙독과 작별하라

패션 큐레이터 2009. 10. 21. 01:52

 

 

S#1 내 이름은 절망

 

주말엔 개그 콘서트를 꼭 보려고 노력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지만, 인위적으로라도 웃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해지는 일면이 있거든요. 개콘에서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워워워'란 프로입니다. 

 

두 명의 동생과 형이 등장하죠 형은 항상 랩퍼처럼 등장해서 동생을 부릅니다. "와썹~! 내 동생들 마이 브라덜들 HM 희망이, SM 소망이 My name~ JM, 절망~~내 인생 어두워~ 외로워~워워워" 하며 동생들의 꿈과 희망을 항상 시니컬하고 어둡게 조망합니다. 그리고선 풀죽여 놓는 말들을 내뱉죠.

 

OECD 국가 중 우울증 환자 비율이 최상위에 올라있는 한국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으로 생기는 질환이죠. 사회적 환경의 요인도 크고, 여기에 따르는 신체적 통증도 함께 수반된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남성의 15퍼센트, 여성의 25퍼센트가 이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하니, 관점을 뒤집어 보면 흔하게 한번쯤 앓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문의사 분들이야 이런 발언에 대해 위험하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나만 아픈게 아니라, 이 정도의 모집단이 아픈 것이라면, 까짓거 그냥 감기 한번 크게 앓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안될까 싶은 것이죠. 아주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S#2 내 안에 있는 절망을 다스리는 법

 

매튜 존스턴이 쓴 <굿바이 블랙독>은 우울증 치료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표지에서 보시듯, 개콘의 큰형같은 강아지가 한명 등장합니다. 목줄에 My name is depression이라고 쓰여있네요. 정말이지 이 친구도 인생이 우울하겠습니다. 그려.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지요.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감기'에 한번 걸리고 나면, 더욱 신체가 예민해지고 몸의 반응속도가 더욱 원할해지듯, 이 우울증도 잘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다면, 영혼은 한층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작가 박형진의 그림을 봅니다. <우울증〉에서 옥상에 웅크리고 앉아 뒤집힌 색동우산을 주시하는 어린아이의 그림자는 강아지와 닮아 있으며 화분에 가려져 반만 드러나 있는 플라스틱 공룡은 마치 움직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우산 속에는 물이 고여있어서, 마치 길을 잃은 아이가 꿈속에서라도 항해를 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굿바이 블랙독>에서 이 블랙독은 단순하게 검정색 개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울증의 은유인데요.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이 이웃집 개처럼 자주 마주치며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우울증 증세를 가리켜 이렇게 명명을 했다네요.

 

우울증 자기진단 프로그램에 나오는 항목들을 보면 우선 문구들 부터가 어둡습니다. 쉽게 피곤하고 일의 의욕이 없으며, 실패자란 생각에 종종 빠지고,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최근들어 부쩍 많이 울게 되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나열되는데, 결국은 이 증상에 대해 주관적으로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여러분이란 것이죠. 저도 여러항목에 부합되요. 글을 쓰다 지쳐서 최근엔, 수면제를 먹고 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작은 감기 하나로 겨울 전체를 버텨내듯, 저는 이 우울증과 싸워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굿바이 블랙독>이란 이 그림책을 빌려 열심히 읽고 있죠.

 

S#3 내 안에 있는 검은개를 내쫒기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위인들 중에도 이 우울증 환자들이 많았다는군요. 그만큼 사회적인 책무와 자신의 정체성을 조율하는 문제가 쉽지 않아서 였으리라 생각해봐요. 감기가 헝클어진 내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한번쯤 쉴 필요가 있다는 걸 알려주듯, 우울증도 영혼의 쉼과 속도 조절을 위한 감기로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가요. 임상심리학자 라라 호노스 웹은 우울증을 '겨울잠'에 비유하면서 "우울증을 겪을 때, 삶의 속도가 느려지고 힘이 줄어드는 이유는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갈 때 필요한 힘을 저장하기 위해서다. 라고 말합니다. 제가 라라 호노스 웹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바로 관점의 변화에 있습니다. 즉 우울증을 '내 안의 힘을 뺏어가는' 질환이 아닌, 새로운 창조를 위해 잠시 준비시키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죠. 저도 지난 시간동안 꽤 짙은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생각해보면 내년에 완성하게 될 생의 숙제들, 그것이 책이든, 방송이든, 한번쯤 쉬면서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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