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 문화를 클릭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0. 1. 12. 03:30

 

S#1 패션이 살아가는 법

 

지난 주 토요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자유예술캠프>에서 첫 번째 강의를 마쳤습니다. 미술관이나 기업특강만 주로 해오다, 6주란 시간에 걸쳐, 연재하듯 정리하는 강의다 보니, 나름 틀도 갖추어야 하고, 더 많은 내용을 채우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예종 학생들을 많이 만났고, 멋진 TA(조교)도 두 명이나 생겼습니다. 황지우 한예종 전 총장님과 무용 비평가이신 김채현 선생님, 영상문화와 통섭을 강의하시는 심광현 교수님의 수강생에 비교하면, 무척이나 제 강의는 나이 격차가 심한 편이기도 합니다. 중학교 3학년에서 부터 예순이 넘은 분까지 있거든요.

 

그만큼 패션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패션은 사람과 사람을 엮어내는 힘을 갖고 있지요. 마치 한 장의 피륙이 씨실과 날실의 교직을 통해 이루어지듯, 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해 왔습니다.

 

이번 강의 때, 중학교 3학년의 명륜이란 학생을 만났는데, 어찌나 명민하던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 친구인데요. 어머니 부터가 매우 깨어있는 분이라, 어렸을 때부터 미술관을 규칙적으로 다니고,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디자인과 미술, 패션을 중심으로 특화시켜서 견학을 많이 한 학생이더군요.

 

게다가 놀라운 것은 기성 교육체제에 맞서서 스스로 방법을 찾고, 정보들을 모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저는 중 3때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세대차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한 장의 직물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이해하다 보면, 인간이 보이고, 모방행동에 빠지는 인간 집단의 모습이 보이고, 마치 언어구문처럼, 문법을 갖춘 체계처럼, 시각적 단서를 통해 자신의 모습과 편린을 전달할 수 있는 패션의 다양한 면모가 발견되어 기뻤습니다. 옷의 풍속을 연구하기 위해서, 정사와 더불어 풍속사와 에로티시즘의 역사와 같은 미시사들도 함께 독해하고, 신체문화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시대별로 변화해가는 신체적 이상미에 한 장의 직물을 덧입히려고, 옷은 얼마나 진화의 과정을 겪어야 했을까요.

 

 

S#2 패션문화란 정체모를 화두를 위하여

 

많은 이들이 패션 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패션 문화라 불리는 현대적 화두에 끌립니다. Fashion Culture란 도대체 뭘까요? 항상 사람들은 문화라고 하면 전통성을 끌어오고, 또 한편에선 극단적인 컨템포러리를 이야기 합니다.

 

결국 과거의 사상이 결집된 옷의 정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옷의 공시성에 따라, 현재의 옷이 담고 있는 시대의 모습도 검토를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패션 문화에 대한 토론이 얼마나 부재했는지 충분히 느끼고 배우는 요즘입니다.

 

어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다녀왔습니다. 5월에 열린 패션 문화 페스티벌의 자문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회의실에 당도하니, 정말 쟁쟁한 분들이 와 계시더군요. 저 같은 미약한 패션 큐레이터가 그 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내로라 하는 패션매거진의 편집장에서 부터,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학계 전문가까지 다 모이셨더군요.

 

한국의 패션 문화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무엇보다도 옷에 대한 생각을 바꾸에 할 만한 퍼포먼스, 이제껏 보았던 기존의 패션쇼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과 빛깔을 가진 런웨이 공연을 선 보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원래 전체 총괄을 위한 아트 디렉터 선생님을 인선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훌륭한 분들이 후보로 많이 나오셔서, 저도 섬세하게 체크한 후에, 한표를 행사하고 왔습니다.

 

자문이란 형식을 빌어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지경부에선 2015년까지 세계 속의 한국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예산을 투자했습니다. 저는 지경부의 안에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경영을 하는 제겐 지경부의 패스트 패션논리가 이미 '시장에서 정점에 도달' 해 있는 것을 따라하려고 한다고 믿기 때문이죠. 트랜드를 읽는다면서, 이미 곧 사라지게 될 것을 모델화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유행하는 것을 따라잡으려고 할 때 우리가 모방 가능성이 높아질 땐,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다른 사업모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화부의 패션문화 페스티벌이 1회의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테마와 결합되어 선 보여지길 바랍니다. 그저 패션이라 하면 '옷 잘입는 방법' 정도로, 헐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의 옷차림을 따라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패션이 하나의 언어임을, 시대를 관통해 그 속살의 무늬를 읽어내는 기호임을 꼭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도 열심히 뛰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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