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삼성래미안 아카데미 특강-사람과 사람사이에 섬이 있다

패션 큐레이터 2009. 12. 19. 07:06

 

 

지난 목요일, 신라호텔에 갔습니다.

삼성래미안 아카데미 회원분들과 함께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 문화와 인문학, 예술 사이의 통섭적 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이 예전의 미술사 중심에서 클래식, 오페라, 발레, 와인, 문학, 연극 및 영화, 패션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섭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방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러 간 날은 아카데미의 졸업식이었는데요. 지난 1년간 이론수업과 더불어 체험학습을 위해 많은 미술관들을 다니셨더라구요.

 

슬라이드로 하나씩 사진을 돌려가며 보여주는데 예전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원 졸업식을 연상시켰습니다. 제 졸업식때도 행사준비위원회 측에서 2년 동안 MBA 과정을 하며 보낸 일들, 행사들, 축제며 연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들이 올라오더라구요.

 

제가 마지막 강의였기에, 지금까지 보낸 1년 동안 배우고 느꼈을 다양한 예술장르의 이야기를 모두 모아, 패션으로 녹여 이야기 했습니다. 어차피 프로그램 기획자도 이걸 원해서 저를 섭외했다고 하시더군요.

 

요즘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이르는 여성분들의 인문학 열망이 뜨겁습니다. 좋은 징후지요. 결국 인문은 사람의 무늬를 공부하는 것이고, 나의 무늬와 다른 이의 무늬가 결합되어 한편의 피륙을 짜깁어 가는 것입니다.

 

오페라니 미술이니 발레니, 사실 독립적 분과로서 역사가 존재하지만, 정작 깊게 파고들어 가면 패션과 미술 음악 건축 모든 것들이 촘촘하게 서로 얽혀있죠.

 

예술도 결국 서로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렇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시인 정현종은 이야기 했죠. 예술과 예술 사이에도 섬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섬은 격절된 거리에 놓여져, 연결될 수 없는 아픔의 섬이 아닙니다. 서로가 가교가 되어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갈 때 더욱 풍성한 에너지와 지식이 결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에 가까운 분들을 모시고 강의를 하면서, 느낀점도 새롭습니다. 사실 저 보다 영향력이 더 많은 분들이지요. 이 분들이 조금만 낮은 세상의 아픔을 견지하고, 자신들이 향유한 문화적 감수성을 나누어 준다면 세상은 풍성해 질 것이라 믿습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패션의 맹독을 피할 수 있는 사회, 자신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는 사회. 그렇게 옷을 입는 사회는 '품위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사회적 제도가 인간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 바로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아비샤이 마길릿의 주장입니다. 패션 또한 하나의 제도이자 시스템이죠. 각 구성요소들은 항상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다른 사회 내 집단을 배제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명품을 걸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사회에선 타인의 취향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하겠지요. 그것이 결사의 자유를 가진 각 개인이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엄을 지키는 방법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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