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_어미새와 아기들2_요철지에 채색_101×140cm_2009
12월에 접어들면서 <하하미술관>에서 만났던
작가들의 개인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바비인형을 통해
성형과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던 정두희 작가를 만났고, 오늘은
'여자로 살아서 행복해요'란을 채웠던 김혜연 작가의 개인전이 있습니다. 11일에는
붕대감은 여인의 모습을 통해 상처를 껴안는 힘을 보여준 권경엽 작가의 전시가 있습니다.
저는 김혜연의그림이 현대판 가족초상화, 혹은 풍속화라고 믿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 쉽게 명멸하고 마는 그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비루한
일상의 속살에 따스하고 황홀한 옷을 입히는 사건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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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_붉은 방에 여자_요철지에 채색_101×73cm_2009
김혜연의 그림을 보면서 발견한 행복한
소소함 속에 깃든 생의 '거룩한 황홀'입니다. 그림 속 풍경은
가족들의 일상과 아이들과 뛰어노는 모습, 그 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
한국화를 공부한 탓에, 요철지에 분채로 곱게 빻아 그려내는 그림들은 사실 수십번
채색을 해야 원하는 색을 낼수 있다보니, 그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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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_해변에 여인_요철지에 채색_145×101cm_2009
김혜연은 항상 자신을 닮은 여성의 이미지를
화면속에 등장시켰습니다. 결혼전과 결혼 후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건, 이제 그녀에겐 아이가 생겼다는 것과 자신의 살터를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들이 늘었다는 이유겠지요.
사물이든 인물이든, 외곽선을 강조해 그리는데
가늘고 섬세한 선의 조합으로 구성해낸 인물의 형상은
때로는 강인하고, 때로는 한없이 애교 넘치며, 생의 무게를 환한
웃음 속에 잘 넘기는 현명한 여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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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_자매와 광어_요철지에 채색_56×48cm_2009
저번 <하하미술관>에 김혜연의 작품을 담을 때
한창 연애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과 갓난 아니가
유모차에 있는 모습들이 그려지곤 했는데, 이제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조금씩 구체화 되어 가네요. <어미새와 아기들>을 보면 마치 아이들을 저글링 하듯
육아의 치열함을 재미있게 버텨내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요.
<자매와 광어들>을 보니 아이들을 키우며
먹이는 거 때문에 고생도 하고 속도 많이 상할텐데
그런 자신의 모습을 훌쩍 뛰어넘고 싶었던 건지, 타임머신을 타고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밥을 잘 안먹는 조카를 키우다보니
밥투정 하는 아이들을 부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답니다.
작가님도 고생좀 하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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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_소녀가 된 아이_요철지에 채색_50×71cm_2009
그림을 좋아해서 그림을 선택했고
오늘도 그 길을 묵묵하게 걸으며 주변의 일상을
행복하게 채색해가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참 좋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남편을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담기 위해, 무엇보다 내 안에 기쁨이 넘쳐흘러야 한다고 말했던
작가의 말이 떠오르네요. 포근하게 전해져 오는 달콤한 입맞춤을 아이들에게
보내고, 그 느낌 그대로 최면을 걸어 화면 속에 소담하게 담아냅니다.
작가의 그림을 볼때마다 예전 중학교 시절
보았던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이란 영화가 떠올랐어요.
소피 마르소의 엄마가 만화가였는데 사랑을 확인하는 버릇 때문에
남편에게 오늘 입은 속옷의 색깔을 물어보고,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땐 이불을 덮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가운데가 불룩하게 그 위에 작은 아기신발을 그렸더랬죠. 그때 그 장면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았습니다. 영화 속 장면처럼 임신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했답니다. 그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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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_소년을 띄운 엄마_요철지에 채색_73×101cm_2009
어렸을 때, 아버지가 퇴근하시는 길에
항상 사주셨던 황색 비닐포장의 티나 크래커며
늦은 나이에 얻어 유독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제게 비행기를
태워주셨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세상의 전부이고 가장 강한 남자로 보였던
그 아버지도 이제는 팔순을 훌쩍 넘으셨네요. 그래도
제겐 가장 곱고 멋진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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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_레고로 만든집_요철지에 채색_50×72cm_2009
연말입니다. 송년모임도 조금씩 자리할테고
한해 마무리에 부산하고 지리한 일상의 무늬들을 짜깁어가겠죠.
그림 속 레고로 지은집을 보니, 올 해가 가기 전, 보육원에 가서 아이들과
예쁜 집 한채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 청소도 다시 한번 해야겠네요.
내 손길이 가지 않았던 신발들도 가지런히 정리하고, 계절에서 밀려나 고아처럼 방치된 옷들도
차곡차곡 개어 넣어놓아야 할 거 같네요. 느릅나무 껍질처럼 두터운 손이 되갑니다.
일상의 무게가 만만치 않고, 해야 할 일들이 넘쳐나지만, 되돌아보면
그 일상만큼 황홀한 것도 없습니다. 내 일상을 벽돌처럼
하나씩 쌓아 언젠가는 완성할 생의 집을
떠올려 봐야겠네요......
행복하세요 오늘 하루......꼭이요.
여러분의 황홀한 일상을 위해 오늘도 손을 모읍니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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