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이제 안경을 벗자-최윤정의 독특한 그림

패션 큐레이터 2009. 12. 8. 17:53

 

 

최윤정_pop kids #04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습니다. 예전 독일 동화를 찾아보니, 왕이 핑크색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핑크색으로 채색하도록 명령을 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핑크로 칠하지 못해 안달해하는 그에게, 현명한 비서관은 핑크빛 안경을 만들어주었고

왕은 그 결과에 탐복했답니다. 물론 상도 많이 내렸겠지요.

 

 

최윤정_pop kids #03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짧은 동화 한편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참 작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안경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프레임, 하나의 틀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보면 신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범죄를 통해, 가까스로 이미지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영적 존재로서의 신과의

합일, 전인적 유사성은 상실하게 되었죠. 현대의 성형수술과 미용과학은

인간을 미학적 존재로 만들기 위해, 신과 일치되어 있던 시대의

도덕적 존재인 인간을 버리도록 유혹합니다.

 

그 결과 시장에는 유사한 형태의 미와 육체를 가진

인간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철학자 들뢰즈는 이런 사회적

현실을 '시뮬라크르가 되어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으로 요약해 설명합니다.

 

 

최윤정_pop kids #03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안경을 쓴 아이는 안경에 비친 자신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존재와 얼핏 닮아있습니다.

 

 

최윤정_pop kids #06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작가 최윤정의 그림 속에 나타난 이미지를 보세요.

스타벅스와 마이클잭슨, 죽은 다이애너 비와 예수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대의 팝 아이콘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그림 속 인물들이 하나같이 미디어를 통해

세상의 신화(그릇된 믿음의 체계)를 접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신화란 고대 그리스 신화의 바람둥이 신들의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유포되며

그 과정에서 더욱 확장되는 제조된 믿음의 형태를 말합니다. 결국 그림 속 안경은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테마의 매스 미디어를 뜻하는 것이지요.

 

 

최윤정_pop kids #08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망막속에 비치는 이미지들은

원본이 없는 이미지, 즉 시뮬라크르라 불리는 것들입니다. 이 세계는

이미 이 시뮬라크르의 지배와 통제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실제와 허구, 연출된 세계와

진실의 세계를 구분하기가 모호합니다. 이도 모자라 제조된 현실을 실제의 세상인 양 받아들이도록

갖은 권력을 행사하고 조율하지요. 국가정책을 내놓고, 여론몰이를 위해 방송을 장악하는

자들의 면모를 보면, 이런 시뮬라크르의 비유는 간단하게 이해될 듯 합니다.

 

 

최윤정_pop kids #08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는

바로 이 시뮬라크르를 얼마나 잘 모방하는지

내 것으로 만드는 지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이제 안경은

단순하게 낮은 시력을 보정해주는 광학장치가 아닙니다. 그림 속 안경은

인간의 시각성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거울이 되는 셈이죠.

 

 

최윤정_pop kids #01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작고한 세계적이 인생 상담가였던 앤 랜더스의 글을

종종 읽곤 했습니다. 삶의 소소한, 어떨땐 뭐 이런걸 다 상담하냐는

생각이 들 정도의 주제에도, 그녀는 항상 자신만의 독특하고도 따스한 해법을

올려놓곤 했죠. 그녀는 안경에 대해 재미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Rose-colored glasses are never made in bifocals.

Nobody wants to read the small print in dreams."

 

장미빛 안경(낙천적 태도)는 결코 이중초점렌즈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누구도 몽환 속에서 작은 글씨를 읽기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란 말입니다.

Small Print란 작은 글씨체란 뜻도 있지만, 원래 자세히 읽지 않으면 해가 될수 있는 계약서 상의

 불합리한 조건이나 조항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그러니 결국 이 말엔 행복이란 몽상

속에서 삶의 작은 위험을 그저 넘어가는 일이 아니라, 철저하게 읽고

해석하며 능동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일이다. 라고 말하는

것일테지요. 여러분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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