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한국 패션에도 명텐도를 만들자(?)
주간한국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지경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15년까지 세계 상위급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매출액 500억을 기준으로 이상 기업에는 시스템화된 지원과 브랜드 전략 컨설팅을 제공하고 이하의 경우 디자인 개발 회사를 특화, 브랜드로 육성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준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자는 계획 누구보다 쌍수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방법론에 동의할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을 선별하는 주체가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중소 컨설팅 회사다. PFIN이란 곳인데, 웹 사이트를 찾아보니 99년부터 온라인 패션 정보를 제공하던 회사다. 지금까지 해온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들을 봤는데 대부분 내수용이다.
DKNY(도나카렌 뉴욕)의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조사 프로젝트를 했고 롯데마트 PB 브랜드 컨설팅을 했다. 소비자/시장 조사 내역이 있긴 한데 이 또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성취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회사다. 이 회사에만 올해 7억 3천만이 들어가는 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말이 많다. 지식경제부의 장석구 과장은 '국책단체를 넣는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패션 컨설팅 업체의 육성도 중요하다는 그의 주장이다. 컨설팅 업체의 육성 중요하다. 그걸거면 왜 이 프로젝트의 제목을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이라고 하냐는 거다. 아예 패션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기초 작업 정도로 했어야지.
브랜드는 역사가 만든다. 중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유럽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기가 수월했다. 이세이 미야케니 겐조니 하는 일본 디자이너들은 철저하게 동양적/일본적 테마와 철학을 파리 패션쇼를 통해 이식시켰다. 우린 그런 노력을 이제서야 겨우 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인 패션컨설팅 회사의 실제 역량도 의심되지만, 글로벌 브랜드를 리테일형(소매형) 홀세일형(도매형) 라이센스형, 디자이너 브랜드로 세분화 시켜 공략하겠다는 세부안은 기가 찰 정도다. 전략을 입안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포커스를 두고 자원을 배분하는 것인데, 어디에다 힘을 쏟겠다는 것인지?. 4가지 유형의 브랜드를 모두 개발하려는 욕심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도 없는 전략이다. 공급사슬관리의 최정상을 달리는 기업인 자라를, 그 맥락과 타 문화권 내의 제도적 제약 속에서 어떻게 이식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초체력이 너무 딸린다. 이걸 한 두 사람 죽어라 엘리트 체육 시켜서 단기에 성과를 내는 더러운 버릇처럼, 산업에도 적용하면 결국 모두 파멸이다.
현지의 전문인력들 조차도 현지 소비자 정서를 읽고 통찰력을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기껏해야 온라인 정보업체에서 성장한 회사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기 바란다. 브랜드를 키우는 건 국가 전체의 이미지가 증강되는 속도와 맞물려 돌아간다. 패션 브랜드에도 명텐도를 만들고 싶은 건가? 그럼 어쩐다? 왼쪽 소매는 없어야 하는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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