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아트페어에서 만난 7점의 음식-청신한 대나무 숲 아래서

패션 큐레이터 2009. 9. 12. 15:09

 

 

김대수 <대나무의 목소리 Voice of Bamboo> 1999년

160*160cm, 젤라틴 실버 프린트

 

앞서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의

대략적인 풍경과 작품들을 훓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제 망막에 기억된 8개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 그림을 보는 일은, 내 자신의 영혼을 확장시키는 여행과 같습니다.

 

사진작가 김대수 선생님은 대나무를 주로 사진에 담습니다.

나무특유의 견고한 수직성은 선비의 꽂꽂함을 닮았다 하여 동양에선

항상 수직의 기개와, 그것을 떠받치는 마디마디의 결절의 빛깔에 주목해왔습니다.

겨울 대숲에 가본 분들은 압니다. 백색의 눈이 연두와 초록이 혼색된

숲의 외곽선을 감싸며 도는 그 적요의 순간, 정지와 변화의

힘이 가득하게 매워진다는 걸 말입니다.

 

 

이서미 <집으로 가는 길>

43*37cm, 드라이포인트와 팝업, 2009

 

판화작가 이서미의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참 오랜세월동안 작가 이서미는 팝업을 이용한 판화작품을

많이 했습니다. 새서미란 캐릭터를 개발, 자신의 이름에 새를 상징으로 하여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며 만끽하고 싶었던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예린 <소호에서>

76*59cm, 람다 프린트, 2009

 

이예린의 작품은 실제와 허구,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 카메라의 눈을 위치시키고

우리들에게 경계선 위에 서서 사물을 볼 것을 주지시킵니다.

 

최근 미디어 아트가 부상하고 있지요?

르네상스에서 19세기까지는 회화의 시대, 그 이후는

광학기술을 통한 사진의 시대, 이제 2000년대는 바로 디지털 미학이

무한반복과 합성이란 새로운 코드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조작하고 창조합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그의 말 중 어떤 부분에 진실을 부여할지

참 담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물에 반영된 모습, 부분적 진실은

반드시 투영되기 마련이기에, 거짓의 시대를 살아갈때

우리는 더욱 삶의 조건을 비춰봐야 합니다.

 

 

박대조 <아이의 심장>

144*118cm, Transparency in Light Box, 2009

 

작가 박대조님은 대리석에 음각을 한후 채색하는 작업을 합니다.

아이들을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데요. 아이들의 눈동자엔 투영된 어떤 현실이

꼭 등장하게 되죠. 핵폭발로 인한 멸망의 순간이 각인되어 있네요. 사진이미지와 회화를 접목하고

돌의 피부 위에 올려 독창적인 사진을 전개하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일반적인 사진 인쇄

기법에서 탈피하여 사진을 물질화하는 작업, 조형처럼 깍는 작업을 한 것이죠.

 

어린아이의 얼굴을 찍은 후 이를 확대합니다.

아이들의 커다란 눈이 전면으로 다가오고 아이의 맑은 영혼이

전달될 때쯤, 공포스러운 현실의 무게와 이미지가 콜라주되어 눈에 각인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종말론과 세기말적 혼란, 폭력과 두려움, 환경오염 등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세상의 현실이 버겁고 무섭습니다.

 

 

한홍일의 꽃 사진 작업과 김두하의 털실 사진은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마음을 사로잡더군요. 김두하의 사진 제목이

Cloudy인걸 보면, 흐린 날, 체온은 떨어지고 몸의 기운이 음습할 때, 수북한 털실로

짠 따듯이 안아주는 니트 한벌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진작가 한홍일은 패션을 찍습니다.

명멸하는 패션의 순간, 런웨이 위의 화려함과 광채들

그 순간의 이동과 변화에 익숙한 탓이었을까, 그는 패션을 꽃에 비유하여

'꽃의 흐름, 화류'를 테마로 작품을 찍었습니다. 꽃들에게 다가갈수록 꽃이 내품은

작은 미세한 숨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교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인간이 꽃의 이파리와 빛깔과 향에 취해

그 곁으로 다가가지만, 결국 환한 빛의 덩어리가 되고

말씀으로 들어와 박히는 꽃의 실체를 만나게 됩니다. 상처없이 피는

꽃이 없고, 인간의 다양한 수사학이 꽃으로 부터 시작됨을 믿어보게 되네요.

사진을 볼때마다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시각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후각과 미각을 통해, 그 의미들을 곱씹고 음미하는 것이라고요.

눈이 행복하고 혀와 목젖이 달콤한 날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마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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