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명_Sweet Dream_침대, 커튼, 종이 설치에 영상, 음향 프로젝션_설치_300×350×300cm
며칠 전 누나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대장검사를 곧 받게 되신다고 하네요.
칠순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 집에 함께 있을 땐 운동 다니라고
잔소리를 늘어놨는데, 이제는 떨어져 있으니 어머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전화를 통해서만 겨우 안부를 물어봅니다.
강효명_Sweet Dream_침대, 커튼, 종이 설치에 영상, 음향 프로젝션_설치_300×350×300cm_관객참여
강효명의 <Sweet Dream>展은 말 그대로 달콤한 꿈을
꾸라는 밤 인사의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린시절 엄마의 품 안에서
잠들던 그때, 책을 읽어주거나 조곤조곤 속삭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은
평화롭게 잠이 듭니다. 설치작품인 침대 위엔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엄마가 해 주었을법한 어록을 종이띠로 만들어 깔아놓았습니다.
강효명_Sweet Dream-어록종이 띠_침대, 커튼, 종이 설치에 영상, 음향 프로젝션_설치_300×350×300cm
관객들은 그 어록에 쓰여진 글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엄마의 지혜를 통해 삶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세상의 여자로 인해 아플때, "세상의 모든 여자가 나를 아프게 한 사람같지 않다는 걸"
엄마란 존재를 통해서 확증하고 배우게 되죠. 그래서 엄마는 남자에게 있어
세상에서 만나는 최초의 여인이자 이성입니다.
시인 정일근 선생님의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를
오늘 가슴에 끼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기업강의를 위해 의전차량을 타고 가평으로 가는 길에도 이 시집을 읽었습니다.
쉰네 나는 나이의 시인은, 홀로인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며 엄마의 팬티를
빨래하며 문득 분홍 꽃무늬 팬티에 대한 생각을 적습니다.
어머니는 성스런 존재란 식의 시선 속에 묻힌
'여자'로서의 엄마를 떠올립니다.
강효명_Circle of Solace_재봉틀, 헝겊에 영상, 음향 프로젝션_설치_200×200cm
7시간의 수술을 마친 엄마를 보고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며 '아직 자식 셋은 더 낳겠다"며
농을 하는 아들을 보며 얼굴을 붉히는 시인의 어머니는 성녀가 아닌
우리를 키운 곱디 고운 여인입니다.
세상살이에 치이고 아플때, 여전히 우리의 상처를
봉합하고 꿰매는 엄마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구멍난 양말을 기우는
늙은 노모의 손길을 떠올립니다. 바느질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헤진 것들, 비루하게
버려진 것들을 서로 껴안아 따스한 체온을 삽입하는 바느질의 힘을 말이죠.
치료를 넘어 치유가 되는 그 적요의 시간. 어머니의 겹실 낀
바늘과 눈동자에 어린 옅은 빛이 우리를 감쌉니다.
강효명_Circle of Solace_재봉틀, 헝겊에 영상, 음향 프로젝션_설치_200×200cm_부분
위로라는 말, 그 의미를 배운 건 역시 엄마를 통해서입니다.
풍화하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봄꽃이 되고, 따스한 포옹을 건내는 여름꽃이 되고
그윽한 시선의 우물에 결린, 아픈 지리고 지린 내 관절염 같은 아픔 보듬는 가을꽃이 되어
겨울 언저리, 날카로운 칼 바람에 베인 내 마음 껴안는 것은, 엄마란 여자입니다.
정일근 선생님의 시를 읽는 시간, 엄마를 떠올리며
전화를 걸려다, 늦은 시간인걸 알았습니다. 내일 아침 바로 전화를
드려야 겠네요. 그리고 말하겠습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젤루 이뻐요"라고요.
그럼요 엄마는 여자니까요. 그리고 병원에서 검사받는 오랜 시간,
오늘 밤 내시경을 위해 굶었을 엄마를 위해 내일 하루는
저도 금식을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싱크로를 맞추며 살아야 할테니까요.
세상에 아픈 엄마를 둔 모든 이들에게
오늘의 글과 시와 작품을 바칩니다. 힘내요....아름다운 당신.
러브홀릭의 새앨범 In the Air에서 골라봅니다. 장은아가 부르는 '아픔'
엄마의 아픔이 환한 가을빛 연금술 속에 기쁨이 되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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