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탐탐한 바자회 후기-노무현 대통령의 부엉이는 얼마?

패션 큐레이터 2009. 9. 6. 23:18

 

 

오늘 덕수궁 뒷길을 따라 덕수 초등학교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언론자유를 위한 바자회가 열리는 날이었거든요.

 


 

바자회의 이름이 참 탐스럽습니다.

탐탐한 바자회. 언론자유를 탐하는 탐스러운 사람의

탐스런 물건과 재미가 가득한 바자회. 네이밍을 참 잘했습니다.

저는 블로거를 탐인(探人)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색하는 인간의 약자입니다.

탐색은 꼭 지적 탐색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정의가

흐르는 사회에 대한 아름다운 발걸음 옮기기. 라틴어의 탐색에는 '내가 걷지 않은 길 위의 길'을

걸어가는 자의 배면이 담겨 있지요. 언론의 자유, 소통의 자유를 위해 걷는 길 또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전인미답의 땅입니다. 그 대지위에서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고, 눈물과 상처가 나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는 요즘이지요. 늦게서나 말입니다.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해바라기를 꽂은 소에서 쥐의 형상을 한 사람들이 두더지 게임을

본떠 나왔다 들어갔다 합니다. 사정없이 뾱망치로 때림으로써 즐거움을 주고 있네요.

 

 

기증된 물품을 나누고 싼 값에 얻어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까

책과 CD에는 일찍이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여기에 한예종 학생들이 페이스 페인팅 자원봉사를 해주셨고요.

소울 드레서 분들은 아껴둔 자신들의 레어 아이템을 가지고 와서 저렴하게

판매하며 인기를 독차지 했습니다. 최고의 패션 카페 답게 아이템

하나하나가 독특한 상품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울 드레서란 카페는 가입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카페인들을 위해 제 강의를 한번 무료로 하고 싶습니다.

춧불정국을 통해 알게된 패셔니스타들의 모임이죠. 패션이 사회적 담론과 의제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를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고맙고요.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물론 비보이들의 공연도 매력 가득하게 시선을 사로잡았죠.

 

 

본격적인 탐탐한 옥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치인들과 이외의 명사분들이 기증한 소중한 물품을 갖고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은 언론악법을 막기 위한

캠페인에 두루 사용될 예정이랍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의원님은 효림스님의 서체를

내놓으셨습니다. 효림스님은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던 승려시인입니다.

불교계에선 실천적이고 사회구제적 불교운동을 하시면서

자신만의 서체를 만들어 글을 쓰시곤 하죠.

7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보너스로 심상정 의원님이 뽀뽀까지......해주셨습니다.

결정적 순간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놓쳤습니다. 보답으로 작품을

산 분이(치과의사이신듯) 평생동안 심 의원님의 치아를 살펴드리겠노라고 약속했죠.

 

 

추미애 의원은 남편에게 받은 멋진 명품 스카프를 내놓으셨고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기자시절, 국내 최초로 쿠바에 취재를 가셨다가 현지

지인에게 받은 체 게바라가 세겨진 보석접시를 내 놓았습니다.

 

이날 옥션에는 두번의 메인이 있었는데요. 첫번째가 바로

한명숙 전 총리가 내놓은 '부엉이 시리즈'입니다. 사실 이 제품은

저도 마음에 두고 있어서 경매에 참여할까 했었는데요. 7개의 레어 아이템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 수공예 작품과 스왈롭스키에서 디자인한 리미티드

에디션 부엉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정판으로 빚은 컬렉터용

부엉이 시리즈더군요. 얼마에 팔렸을까요?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과 깊은 관련을 맺고

그의 정치철학을 총리로서 최선을 다해 보좌했던 분의 마음이

전달되더군요. 가격은 얼마에 낙찰되었을까요? 300만원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명숙

전 총리님 댁에 가서 이제까지 테마로 모은 부엉이 작품들 구경을 한번

꼭 하고 싶습니다. 원래 컬렉션이란 것이 메마를 잡아서 구축할 경우,

그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되거든요.

 

 

오늘 최고의 메인 옥션 낙찰가는 바로 최문순 의원님이

내놓은 노무현 대통령의 선물이었습니다. 600만원에 낙찰되었죠.

최문순 의원님은 저번 블로그 인터뷰도 하고, 그 이후로도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사진을 보니 두 사람의 코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

 

저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가지 귀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그건 정파에 매이지않고,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좋은 정치인을 발굴

모색하고, 한번 후원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최문순 의원님을 뵈면서 많은 걸 배웁니다.

자신의 신념, 참 보통사람 같은 느낌의 정치인이죠. 귀한 분이죠.

 

 

국민의 반대여론이 65퍼센트에 육박했던 언론악법이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 통과된지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과정상의 불투명성은 차치하고라도, 부정개입과 더불어 대리투표로 얼룩진

법란이었지요. 법의 근간을 허물어 뜨리는 입법기관의 횡포였습니다.

 

 

거대신문사가 방송을 장악할경우, 의제설정의 문제를 떠나

원가절감을 위해, 실제로는 인원을 줄이고, 기획취재에 인색해지며

종일방송으로 돌아서게 되는것. 이것이 바로 언론의 선진국이라 여러분이 믿는

미국의 현실입니다. 미국적 방식이 모든 삶의 철학이 되고 운용방식이 되는 것. 이러한

모두스 오페란디(Modus Operandi)의 세상은 참으로 끔찍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깨어 있어 경청하며

세상의 목소리를 들으며 싸워가야 합니다. 탐인의 삶은

그래야 합니다. 길은 내가 걸어감으로써 길의 존재론을 완성합니다.

헌정사상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이 나라의 방송언론을 위해, 우리 모두

탐색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미약하나마 깨어있는 정신의 합이

부정과 불투명의 거울로 덮힌 매트릭스를 깨뜨리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제 또 한주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며 삶의 면모를 탐색할때

우리의 생은 더욱 환희가 가득한 곳이 될것 같습니다. 양방언의 연주곡을

올립니다 Step to the Next World. 우리가 걸어가야 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한발자욱씩

그렇게 행복하게 걸어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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