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아이의 유산을 보면서
오늘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경찰의 갑작스럽고 강압적인 압수수색에 임산부가 충격을 받아 유산을 했지만 해당 지방경찰청장은 '귀책사유가 없다'며 국가 인권위의 권고 조치를 씹어버린 모양입니다. 현 정권이 탄생하고 나서 가장 짓밟힌 분야가 바로 이 인권입니다만, 이 정도인줄 몰랐네요.
강제진압과 용역폭력을 둘러싼 정보를 담은 3천 페이지에 달하는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절대비공개란 미명으로 옹호하며 징역형을 내린 검찰이니까요. 마 인권위는 주의조치를 권고 했는데 이 마저도 "형사소송법 상의 적법절차를 준수 직무를 집행했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권고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네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7월 "살인을 저지른 사촌동생을 설득, 경찰에 자수토록 했는데 곧바로 경찰관들이 새벽 3시 아내 혼자 있는 집을 압수수색해 이 과정에서 놀란 아내가 유산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경찰의 옹호는 다음과 같은 논리가 만들어질수 있겠죠. "법집행을 위해 할수없는 선택이었으므로 불가피했다"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임산부인 한씨가 피의자를 자수토록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압수수색의 시간과 방법이 경찰관 7-8명이 동원된 위압적 상황이었다는 점. 두번째로 압수수색 후 피해자의 하혈 및 태아가 유산한 사실에 대해, 집행상의 무리한 부분에 대해 일절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수토록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피해자에 대한 형사집행상의 잘못은 없을지라도, 도의적 책임과 잘못은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국민감정으로 보면, 태아를 살해한 것이나 다름없는 범법행위를 한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국민감정을 의도적으로 짓밟고 무시하는게, 지금 경기도경찰청장의 태도란 것입니다.
S#2 경찰은 무조건 옳다 VS. 소비자는 옳다
이번 사안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는 집행과정상의 면모 때문입니다. 설령 피해자가 자신의 임신사실을 고지 하지 않았을지라도(이 부분은 사안에 나와있지 않네요) 임신말기에 있는 임산부를 육안으로 보고 알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거든요.
설령 유산이 되지 않았더라도 모체가 임신중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기형아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말끝마다 이런 사안이 등장하고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올때, 흔히 알바란 자들이 쓰는 논리가 "그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건 괜찮고 소수의 피해자가 얻은 상실만 강조하느냐?"란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이번 사안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갈 잠재적 요인을 알길이 없네요. 새벽 3시에 남의 집을 쿵쿵 거리며 수색하러 들어간 경찰의 모습도 연상됩니다. 공무집행과정 중에서 분명 임산부란 특수한 조건의 피해자가 병치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집행 상의 잘못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기도경찰청장의 태도는 전혀 이해가 가질 않네요.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비록 가해자의 누나였을지라도, 살인사건의 주체도 아니고 실질적 피해를 입힌 주체가 아닐진데, 게다가 자수를 권유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이를 이런 식으로 짓밟는 것은, 무리한 집행이 빚은 자충수가 아닐까 싶네요. 용산참사 이후, 문규현 신부님을 경찰이 진압하면서 목을 조르고 폭행하는 장면이 동영상에 나왔었죠. 이런 정부에서 뭐 뱃속 태아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물을지 모를 정부겠다 싶네요. 이번 사안도 유야 무야 될 가능성이 큽니다만, 점심도 먹지 않고 글을 쓰는 이 시간, 경기도 경찰청장에 대해 개인적으로라도 법적으로 싸우고 싶을 만큼, 오늘 사건은 마음이 아프네요. 유산해 본 사람은 압니다. 물론 남자인 제가 그 상처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없겠죠. 늦게 결혼한 친구가 유산 후에 얼마나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는지, 친구로서 옆에서 지켜주면서 워낙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요. 아이를 잃은 상처는 평생을 통해, 트라우마로 존재하며 불쑥불쑥 특정 상황에서 피해자를 괴롭힐 겁니다. 여기에 대한 정신적 피해보상은 커녕, '귀책사유없다'고 발뺌하는 저 따위 태도가 도대체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요.
S#3 경기도 경찰청장께.....
최근 발표된 내용을 보니 경찰내부의 기강이 말이 아니더군요. 무슨 기업도 아니고 실적위주로 돌린 탓에 동일 사건을 여러건으로 나누어 처리한듯 보이게 보고하질 않나, 안마시술소에 툭하면 정기적인 상납을 받았던 자들은 왜 그렇게도 많았는지(현 정권 들어 그 숫자가 더 늘었다면서요)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조직은 변화 앞에서 '급격한 진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이 조직이론의 본질입니다. 지금 이 정권이 평생가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지요. 대민 안전을 책임질 경찰이 앞장서서 폭력의 미학을 선보이며 '형집행의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꼴은 그리 와닿지 않는 메세지네요. 쉽게 말해 이번 사안에 대해 경찰 스스로의 논리대로 '귀책사유 없다'는 건 '니 생각일 뿐' 국민들의 감성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고 집행상의 무리한 부분은 반드시 '유감표명'이 아닌 '사죄'의 말로 끝맺어야 합니다.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는 건, 청장의 향후 커리어를 생각한 발상일 뿐, 누구도 이 문제를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할 이는 없을 듯 하네요. 베푼만큼 받는 것입니다. 하긴 안마시술소에 베푼만큼 받으셨겠지만, 경찰이란 공무서비스는 국민들 전체를 향해 시혜되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요? 유산의 아픔을 겪은 피해자에게 꼭 사과하십시요. 부탁합니다. 유감표명은 안됩니다. 누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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