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하늘색 똥을 싸는 송아지-소나무 갤러리에서 보낸 하루

패션 큐레이터 2009. 7. 31. 21:55

 

 

안성여행의 첫번째 방문지는 소나무 갤러리였습니다.

이곳은 생태미술과 리사이클 아트를 비롯, 다양한 미술적 실험을 위해

대안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고, 화가들의 공동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는 길의 입구엔

소나무가 정말이지 즐비하게 놓여있어서

솔향나는 시골길을 걸어서 미술관에 가는 재미가 한층 즐겁습니다.

 

 

탁 트인 정원에는 2006년부터 시작했던 미술농장 프로젝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구요. 저는 한편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편안하게 망중한의 시간을 보내다 왔네요.

 

 

갤러리 뜰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생태미술 작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008년 미술농장 프로젝트의 작품들입니다.

미술농장은 자라나는 자연의 생명력을 장시간에 걸쳐 작품 속에 직접 담아냄으로서 자연과
미술이 시각적,개념적으로 하나가 되도록 하는 작업으로 자연과의 미술적 관계 맺음을

통하여 자연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유독 눈에 들어왔던 건

이응우 작가의 <연못을 향한 넝쿨 손>이란 작품입니다.

연못을 지향하며 놓여진 끝이 뾰죽한 저 나무의 끝을 자세히 보면

 

 

바늘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덩굴이 우거지고, 연꽃이 피어나려면, 몇 가지의 최소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고운 바람과 햇살의 양, 그리고 물입니다. 작가가 덩굴의 굴성을

통해 서로를 양육하는 물의 소중함을 상징화하고 생명과 물을 연결하는 메신저로서의 바늘이

건강한 생태를 복원하기를 기원하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지요.

 

 

여기에서 작품의 의미는 1차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작가는 바늘귀의 여백에 참외모종을 뿌렸습니다. 물론 그 달콤한 과실은

작가가 아닌 관람객의 몫이 되어버렸지만, 바늘귀에 몸을 기대며 지금도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바늘은 예로부터 상처를 깊고, 헤어진 천을 이어붙여, 서로를 연결하고 치유하는

사물의 상징입니다. 황홀한 찔림도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복원의 힘도

그 바늘 속에는 존재하지요. 작가는 연못을 향해 뻗은 나무의

형상을 바늘로 재현하여, 치유상태에 놓여진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 눈에 익으시죠? 제가 블로그에서 꽤 여러번 소개했던

양태근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이곳 안성에 스튜디오가 있으시더라구요.

이 작품의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하늘 속 그녀'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쇠고리로 형태를

무한 반복 붙여서 만들어낸 젖소의 모습. 왠지 갤러리로 들어오는 길

눈이 마주쳐야 했던 축사의 젖소가 떠오르더군요.

 

 

재미있는 건, 소가 초록빛 풀을 먹고 싸놓은

하늘색 똥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수지로 작업한 것인데, 그 내부엔 맨드라미 씨앗을 뿌려

실제로 시간의 흐름속에 자라나도록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소의 형태를

왜 고리모양의 와셔로 연결했는가입니다. 그만큼 고리 부분의 여백을

타고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그 고리 속으로 삐져 들어갑니다. 풀과 자연, 젖소와 생태가

하나로 어우러져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하지요.

 

 

시간이 지나며 조형물 속에 심어놓은 맨드라미가 실제로 피고

그 줄기를 따라, 옆선에 위치한 두 기둥에선 나팔꽃이 자라고, 작가가 심지도 않은

명아주도 자랍니다. 어디에선가 행복한 포자들이 자신의 공간을 찾아 흘러들어온 까닭이겠죠.

 

 

우리를 위해 특별 도슨트로 활동해 주신 최예분 소나무 갤러리 관장님

그리고 옆에는 옆지기이자, 작가이신 전원길 선생님이시구요.

 

 

임선이 작가의 포도덩쿨 기둥 작업도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자연속에 묻힌, 신발을 통해 시간 속에서 곰삭혀지며

발효되고, 썩어가지만 그 속에서 개미들이 새롭게 집을 지어 자라나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내가 걸어온 길과 존재를 드러내는 이길렬의 작업도 눈에 들어옵니다.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그 속에서 풍화의 혼을 안게된 신발 속엔

지금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벌레들이 자랍니다.

 

 

전원길 선생님 작업실에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며칠 전 경기도 미술관에 강의하러 갔다가 상설전을 봤는데

그때 선생님 작업을 봤었거든요. 실제 작업하시는 모습이랑 드로잉 하는 모습

눈에 넣고 왔습니다. 특히 최예문 관장님께서 일반인들을 위해 <나는 예술가를 만나러 안성에 간다>린

작가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프로그램이

가장 끌리네요. 만나고 싶은 작가들이 꽤 되더라구요. 다음에 시간을 내어

제대로 한번 찾아뵙고 돌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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