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인생은 한방"-그림 속 도박의 세계

패션 큐레이터 2009. 7. 2. 13:47

 


두민_Fortune-Janus_캔버스에 유채_162.1×259.1cm_2009

 

비정규직 법안이 직권상정 . 한나라당의 꼼수는 뻔합니다. 가시적인 실업율을 줄여보려는 시도겠지요. 한 나라의 정당이 친기업을 떠나, 반자본주의로 흐르는 형국입니다. 한나라당의 모든 정책들은 철저하게 반 시장적입니다. 많은 이들이 착각을 하고 있죠. 국민을 상대로한 상습적인 거짓말이 켜켜히 쌓이다 보니, 거의 도박에 가까운 수준의 헛짓을 하고 또 책임을 전가시킬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추미애 입법' 운운 하며 말입니다.

 


두민_Fortune-Janus_캔버스에 유채_72.7×145.5cm_2009

 

블랙 칼라의 성근 니트 사이를 투과하는 오후햇살이 강렬한 어느 날. 전시회에 갔습니다. 카지노 칩과 주사위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가 두민의 전시였습니다. 그는 카지노 칩과 주사위를 통해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인생의 양면성을 이야기합니다. 과거 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소비가전 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매년 라스베가스를 들렀는데요. 감각이 둔하다보니, 어디에나 질펀하게 놓여진 수많은 도박장들을 보며 그저 도박장 풍경을 눈으로나 담았죠. 슬롯머신에서 블랙잭, 룰렛, 다이사이, 이외에도 한벌의 주사위를 던져 이길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크랩스에 이르기까지, 욕망을 조형하는 게임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두민_Fortune-Janus I_캔버스에 유채_97×162.2cm_2009
두민_Fortune-Janus II_캔버스에 유채_97×162.2cm_2009

 

인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주사위 던지기'. 뿔달린 짐승의 무릎뼈를 이용해 입방체 형태의 오브제를 만들고, 이를 던져 운명을 점치던 역사는 참으로 길기만 합니다. 주사위를 던져 운명을 점치는 일은 성경에도 묘사되어 있지요. 시편에 보면 다윗왕이 자신을 둘러싼 적의 무리들이 자신의 옷을 빼앗기 위해, 주사위를 던진다는 묘사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역사가 타키투스는 독일인들이 이 도박에 심취한 나머지, 모든 것을 잃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개인의 자유까지 사고 팔았다고 기술합니다. 이후 중세에 들어서도 기사들의 주요한 오락거리였고, 심지어는 주사위 던지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까지 있었다고 하죠.

 

주사위의 형태는 여러가지 입니다. 입방체 형태를 기본으로 놀이용 주사위는 그 모서리를 부드럽게 깍아 골격선이 잘 드러나도록 디자인했고, 카지노용 주사위는 내부를 투명하게 처리해, 테이블에서 허공위를 가를때의 느낌이 더욱 신산함을 느끼게되죠.




두민_Fortune_캔버스에 유채_60.6×145.5cm_2009

 

1만원으로 최고 8천만원까지 벌수 있다는 다이사이를 보면 사람들이 왜 도박의 유혹에 빠지는지 이해가 가긴 합니다. 두민의 그림은 주사위와 칩의 형상을 그린 후, 주사위재질과 같은 플라스틱 레진을  표면에 입힘으로서, 거의 실재 사물과 동일한 느낌을 투사합니다. 처음엔 사진일줄 알고 갔다가, 너무나 정확하게 묘사해놓은 주사위와 칩 모습에 놀라기도 했죠. 그림 속 주사위와 칩들은 누적되어 쌓이거나 공중에 던져진채, 운명의 순간을 표현할 내적 긴장감을 가득 안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화면이 너무 강렬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꼭 도박에 동참한 듯한 느낌또한 부여하지요.




두민_Fortune-福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09

 

주사위를 보다보면 형태학상으로, 인간의 운명을 상징하기엔 알맞게 고안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입방체 형태로 무한의 확률을 만드는가 하면 각각의 표면에는 숫자만큼 움푹 새겨진 구덩이가 그려져 있죠. 소유를 위해 빠져들어야 할 욕망의 구덩이를 상징하듯, 투명한 주사위에는 인간의 운명을 두개로 나누어 보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두민의 작품 전 제목이 Fortune-Janus인 까닭입니다. 야누스라는 두 얼굴의 신을 통해, 운명의 얄궂음을 이야기 하듯, 주사위 던지기가 만들어낸 신종 욕망의 결과를 이중의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Fortune-캔버스에 유채_80×200_2009

 

최근 포털 사이트내의 고스톱을 개인당 10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소식입니다. 여성 10명중 8명이 고스톱 중독에 걸려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들립니다. 도박에 빠지는 건, 단기적 만족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집단일수록 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하죠. 주사위의 형태를 보면 가장 큰 수와 작은 수가 대칭을 이루는 구조로 되어 있죠. 그만큼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창궐 속에 삶은 식민화 되고, 이 과정에서 정신적 균형을 잃고 중독에 노출되기가 쉬운 사회가 되어갑니다.

 

그러니 함부로 굴리진 마세요. 당신의 차가운 슬픔 속으로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 그건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아픔을 더욱 키우는 일일 뿐입니다. 육면체같은 인생의 캔버스는 단단한 살갖으로 무장되어 있으나, 여기에도 당신의 눈물은 배어들기 십상이죠. 슬픔이 또그르르 내 운명의 판 위에서 글러다닌다는 생각. 이제는 버리고 결국 운명의 주사위를 들고 있는 건 '내 손안'임을 깨닫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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