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_apple tree_철_110×92cm_2009
우리는 흔히 일상에서 선을 긋는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정도에서 선을 긋자 라던가, 혹은 그 사람과의 관계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하자던가 하는 식이다. 이렇게 선을 그으면 그와 나, 혹은 너와 나 사이엔 균열이 생긴다.
나름대로 사회를 살아가는 기술로서, 때로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칫 이 선은 서로를 분열시키는 파괴력을
발휘한다. 참 단순하지만 무서운 선의 힘이다.
선을 긋는 다는 건 너와 내가 다름을 견고하게
만드는 행위다. 선의 경계위에 잘못 섰다간 회색주의자로 몰린다.
그만큼 선은 우리를 나누는 강력한 힘이자, 규정하고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기제다.
선의 안과 밖, 밖에 있는 자들의 삶은 무겁고 어둡다. 바로 미술판에서도 이런 선긋기는
예외없이 이루어져왔다. 흔히 주류 비평가란 자들, 이번 문광부에 의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오광수를 필두로
한국 미술계는 항상 정치적 담합과 책략을 통해
타인을 누르고 억압해왔다.
김병진_blossom_철선_140×140cm_2009
이번 한예종 사태또한 이러한 연속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한예종 사태를 두고, 그저 서사창작과와 이론과 폐지 정도로
끝나는 것인줄 알고 있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좌파교수 색출이란 어의없는
색깔론을 동원해, 사회참여적 목소리를 내온 교수들을 짓밟고 우파의 인맥을 심겠다는 수작에 불과하다.
우파의 미학적 뿌리를 내리려는 시도가 아니란 점이다. 지금 한국 문화계에서 자행되는 이러한
강철의 선긋기는 철저한 이념을 빌미로 실력없는 자들이 기존의 예술가들이 쌓아놓은
열매를 노력없이 따먹으려는 기도다. 난 거저먹으려는 인간을 싫어한다.
김병진_black blossom_철선_60×60cm_2009
김병진의 조각은 철선으로 이뤄져 있다.
벽에 걸면 마치 드로잉 작품처럼 그냥 한편의 그림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선들은 벽 위에 떠있다. 부유하면서 서로 엉켜들기도 하고
교합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다. 강철은 벼릴수록 강렬해지듯, 서로가
엉키며 토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은 음악의 화성악을 떠올리게 한다.
김병진_Blue blossom_철선_79×137cm_2009
김병진_Mysterious blossom_철선_79×85cm_2009
김병진_chair_철_74×60×67cm_2009
김병진展_가변설치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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