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진 <여름 이야기>
80cm X 6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8
로봇태권브이를 소재로 작업하는 팝 아티스트 성태진이 돌아왔다.
그의 전시를 보러가는 길은 즐겁다. 그의 그림은 많은 생각의 그물을 내 안에 던진다.
집에 들어오는 길, 대학선배를 만나 술 한잔을 했다.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른 그에게 해줄수 있는
위로란 그리 많지 않았다.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U자형 장기공황에 빠져버린
이 땅의 기업들은 하나같이 군살을 빼보겠다며 인력감축에 들어갔다.
성태진 <좋아해> 122cm X 8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8
툭하면 노동유연성 개념을 들먹인다.
포스트 포디즘이라 불리는 이 노동 유연성은 조직에 대한
개인 충성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Job Sharing을 통해 위기를 넘자더니
정부는 인력을 자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가 만나는 모든 중소기업의 대표들이
하나같이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는' 정권이란다. 말로는 원칙준수를
이야기하지만 정당성이 확보된 의사결정이 하나도 없다.
애초부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행정부가 초 헌법적
존재가 되어, 경찰력을 이용해 약자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바쁘다.
빈부격차는 IMF 이후 널뛰기를 하고 있다.무서울 것 없는 지니계수의 상승속도.
그 속에 서민으로 몰락한 계층이 눈에 어린다. 경제가 힘들수록 충분한 자본력을 비축한
자들만 행복을 부르짖는다. 급격하게 하락하는 실물자산을 시장에서
하나하나 야금야금 사들이며 가치상승을 기다리면 그뿐이다.
성태진 <나의 일그러진 영웅> 50cm X 3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7
세태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수록 가장 힘든 또 다른 계층이 있다.
꿈을 갖고 있으되 그것을 펼쳐볼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88만원 세대, 청년실업자들이다.
성태진의 그림 속 <나의 일그러진 영웅>은 바로 미대를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되는 이 땅의
예술가들, 나아가선 같은 동시대의 궤적을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청년들에 대한 오마주다.
실업자가 되면서 연인과 헤어지고, 술에 쩔고 경쟁에 내몰린 이 땅의 청년들이다.
어디 이뿐인가? 개인적으로 현 대통령을 선출할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약이 바로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우리는 그런 약속을 한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후안무치도 이런
경우가 없지 싶다. 대학생들의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학자금으로
인제 더 이상 소를 팔아도 불가능한 세대를 맞았지만 정부는
대학이 야금야금 쟁여놓은 유보금에 대해선 철저하게 눈감았다.
성태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60cm X 8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8
사랑에 아프고, 실직에 아프고, 기회를 얻을 수 없음에 아프다.
청년들은 아프다. 고고한 예술백수가 되기 싫어 미술학원을 차렸다는 작가 성태진.
시간이 흐르며 아랫배가 나오고 무릎팍이 튀어나오는 츄리닝으로 무장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어린시절, 정의를 위해 로켓주먹을 날리던 영웅 로봇태권브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주술을 걸고 싶었을거다. 화가의 아이큐가 150이 넘는다. 잘 나가던 이공계를 포기하고 왜 그는
불쑥 화가가 되고 싶었을까. 부모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미술계에 들어왔지만
낮밤이 바뀐 백수신세로 전락한 자신이 그림 속 태권브이와 중첩된다.
성태진 <도원결의>
162cm X 122cm embossed works on wood 2009
성태진은 판화를 전공한 작가다. 목판에 그림과 글을
조각칼로 세긴 땀의 시간이 작품속에 적요하게 녹아있다. 기존판화와 다른 것은
판화는 이미지의 대중적 유포를 위해 이미지를 무한복제하지만, 조각한 후 바로 채색함으로써
딱 한점 밖에 없는 작품으로 갈무리 한다는 점이다. 이미지 과잉 유포의 시대. 그 속에서
작가의 아우라도 영혼의 힘도 점차 약화된다. 그는 한점의 작품속에
자신을 담아 철저하게 자신의 유약함을 지켜내려 한다.
성태진 <영웅본색> 60cm X 8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9
작가는 어린시절 영화 <영웅본색>을 보며 장난감 베레타 총을
매일 들고 등교를 했단다. 영어선생님의 엉덩이를 맞추고선 흠씬 혼이 났다지.
고등학교 시절 <영웅본색>이란 영화를 보며 얼마나 환호를 했던가. 한 개인이 거대한
힘에 맞서 바바리 코트를 휘날리며 장총을 쏘는 모습이 얼마나 낭만적이었나.
시대가 환멸을 향해 갈 때, 인간은 과거의 시간과 낭만주의에 몰입한다.
살포시 생의 반추를 덮어주었던 따뜻한 담요같던 과거의 꿈속에서 현실을 잊고 싶어한다.
성태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122cm X 8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9
그의 작품 속 로봇태권브이는 더 이상 멋진 태권도 실력을
선 보이며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다. 바보처럼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는 이미지엔 이미 도시의 폭력적인 경쟁논리에 겨울 나목처럼
던져진 우리들의 모습이 눈물나게, 녹아 있을 뿐이다.
성태진 <함께 있을때 우린 두려움이 없었다>
70cm X 10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6
노동자들의 연대가 시급하다. 지금 이 땅에 필요한 건 국민총파업이다.
세계경제는 조정화 과정을 거치며 이전 경제를 뒤덮었던 자유주의의 사슬을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찌된 것이 이 정부는 과거의 꿈에 매달려 실패의 실패를 거듭하려 하는 것일까.
관보를 통해 부동산이 안정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 것일까. 나라의 곳간은 하루새에 침식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고 아무리
거대 예산을 들여 정책을 입안해 보지만, 그 결과값은 서민들과는
아주 먼 거리에 놓여진 상처로 얼룩진지 오래다.
성태진 <난 꿈이 있어요>
122cm X 8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8
이 땅의 영웅들은 다 어디에 간 것일까? 정말 이 나라를 지키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경제수석의 머리속에, 아니면 지하벙커 속에서 매일 매일 립서비스를 일삼는 통수권자의 머리 속에
있나? 아니다 거리를 포함한 현장에, 여전히 아프고 꿈을 잃은 자들의 한탄과 눈물 속에서
영웅은 태어난다. 노쇠한 슈퍼맨을 안아줄 수 있는 영웅. 세대론적 격차를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을 가진 당신, 바로 여러분이다.
성태진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162cm X 100cm embossed works on wood 2008
성태진은 예전 우리 선조가 외세의 침략에 맞서
한자 한자 팔만 대장경을 세기듯, 목판 위에 글자를 세겨 자신의 염원을
불어넣는다. 누구에게나 영화의 시간이 있고, 몰락의 경험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스러짐이 아름답기 위해선, 따스한 추억을 가능한한 많이 만들어 놓고 무대뒤로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문화적 코드로서의 태권브이가 여전히 우리에게
따스한 기억을 복원시키는 건, 영웅에 대한 꿈이 사라진 시대에도, 무기력한 청년 백수에게도, 여전히
그 꿈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아 포기하지 말자 저 거치른 벌판으로
우리 달려가야 하잖아! 한자 한자 새기자. 우리 안의 슬픔과 분노를......
이제서야 청년들이, 대학생들이 살인마 이명박 정권에 대해
반독재 투쟁의 선봉에 나선것을 환영합니다. 자본주의의 힘에 포섭되어
그저 취업과 매일의 경쟁에 치여사느라, 거대한 사회란 무대의 담론에 눈감고 사는 줄
알았던 대학생들이 깨어나고 있더군요. 그래서 한편으로 힘이 납니다. 정치사찰이 부활하고
무차별구속과 시민에 대한 공권력의 폭압이 새로 시작된 시대. 바로 이것이 우리가
세련된 정치적 미감을 갖지 못한 결과로 잉태한, 아니 부활시킨 전제적 사회의
모습임을 이제는 압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배웁니다.
300만 대학생들아, 청년들이 울더라도 뿌리자, 민주의 씨를 뿌리자.
상처없이 성장하는 나무가 어디에 있던가.
이제 출격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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