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국회의원 블로거 문순C-블로거에게 길을 묻다

패션 큐레이터 2009. 4. 10. 08:59

 

 

윤중로에 나갔습니다. 사실 오늘은 점심까지 굶어가며 일처리를 마감해야 했답니다. 한 시간 먼저 퇴근을 해야 했거든요. 오늘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의원회관에 블로거 자문단으로 참여, 국회의원이면서 활발하게 온라인에서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고 활동하는 블로거 최문순님을 만났습니다. 공식적인 모임 목적은 문순C(국회의원 최문순님의 아이디죠)의 블로그 공간을 컨설팅 하기 위함입니다.

 

 

축제 기간동안 국회의사당은 일반인에게 공개됩니다. 탁트인 공간을 걸으니 기분도 상쾌합니다. 장식화단 속에 세 가지 빛깔의 꽃이 예쁘게 피었지요. 봄꽃축제 기간 뿐만이 아니라도 하절기에는 해가 늦게 떨어지니, 6시부터는 일반인에게 개방해서 산책로나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서울은 높은 밀집도로 인해 산책로나 보행자 중심의 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제가 살았던 캐나다나, 러시아 여행중에 각 작은 동네마다 배치된 굴랴치(산책을 위한 작은 공원)을 설치하라면 무리겠지요.

 

의사당은 입법을 위한 성소이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체를 이루는 시민이 함께 쉬기도 하고 편하게 공청회에 참석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의원회관에 들어가보니, 각종 공청회와 대화를 위한 컨퍼런스들이 열리던데, 이런 정보가 포스팅 형태로 보드판에만 붙여있더군요. 내용들을 살펴보니 일반인 자격으로 듣고 싶은 공청회들이 꽤 있더라구요.

 

 

최문순 의원은 생생한 국회 이야기를 뉴스로 전하는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공간을 꾸미고, 컨텐츠를 구성하고, 블로거와 교류하며 자신의 공간을 확장시킬수 있을까를 컨설팅(클리닉이란 이름으로) 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정치 사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였죠. 파워 블로거이신 독설닷컴의 고재열 기자, 미디어 몽구, 양을 쫒은 모험의 박정호 기자등 많은 분들이 모여, 블로그스피어(blogsphere)에서 주목율을 높이고, 양질의 컨텐츠를 독자 지향적으로 구성하는 방법, 독자와 소통하는 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블로그 클리닉 소식을 늦게 접한 터라, 최문순 의원의 블로그를 철저하게 분석, 고객 입장에서 원하는 바가 뭘까 생각해 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경영전략 컨설턴트 일을 했기에,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읽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마음의 습관처럼 자리잡은 탓이지요.

 

 

  

국회의원이 블로그를 만드는 이유, 그 존재론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고, 저는 최문순이란 국회의원의 포지셔닝을 한 문장으로 정리,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케터로 살다보니 어떤 일을 시작할때,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방식'을 명확하게 설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문순님의 블로그는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회'라는 공간을 읽어낼 수 있는 일차적(의원신분)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죠. 국회 내 풍경과 의원 간 공통적 관심사, 사안에 대한 입장 등, 국회는 블로거 기자로서 의원이 쓸수 있는 무궁무진한 컨텐츠를 제공할수 있는 공간입니다. 국민들은 이런 생생한 뉴스를 원합니다. 소비자의 니즈와 기자의 제공물이 일치하는 지점이지요.

 

저는 국회의원들이 블로그 활동에 열정을 쏟아주길 바랍니다. 의정활동이란 특수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는 부분을 해소할수 있고, 결국 국민의 대표로서, 정치적 입장을 소비자를 위해 대변하는 모습을 드러낼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최근 인기를 끄는 고급 레스토랑은 조리 과정을 고객이 볼수 있도록 부엌공간을 투명하게 만든 곳이 많습니다. 조리과정을 지켜본다는 것. 깨끗한 조리사의 의복과 단정한 머리, 신선한 식재료들의 다채로운 움직임과 조리 자체가 갖는 미적활동 자체가 투명창을 통해 공개됨으로서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한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원들의 블로그도 이런 모델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사람'이야기에 주목합니다. 국회의원의 일상을 평이한 문체와 사진을 곁들여 자신을 보여주는 일,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이 중요하겠죠. 의정활동과 결과를 공표하는 매개로 블로그를 쓰기보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특성을 이용, 1인칭의 목소리로 전하는 국회 이야기를 보고 싶다고 지적해 드렸습니다. 기자 출신이셔서,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 보도성격을 띄는 것이 많아 저는 개인적으로 아쉬웠거든요. 3인칭보다, 청자와 화자의 정서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1인칭의 따스함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지요. 의원 보좌관의 명함에 블로그 주소가 없는 걸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MB 정부는 정부 부처 블로그를 통한 소통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빠른 시일내에 블로그 공간에 파워집단으로 성장했지요. 블로그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받아들인 점은 높이 살 만합니다. 다만 1인 미디어란 본질에 대한 배려가 없고, 거대 예산투입을 통한 전문 집필진 구성과 대학생 기자단과 품평단을 통해 글을 올리는 것은 이미 1인 미디어의 속성을 스스로 버리고 홈페이지 대용으로 블로그를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클리닉 시간이다 보니, 블로거 분들의 글쓰기 방법과 철학에 대해서도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SONIC적 글쓰기를 하라고 충고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S(Simple:단순)하고 O(Originality:독창성) N(News:참신한 뉴스) I(Impact:효과성),C(Care:상호소통과 돌봄)이란 원칙을 배워봅니다. 아이팟을 이용한 Pod Casting이나 Mobile Blogging과 같은 신규 방법을 고려해 보라고 지적한 미디어 몽구님의 견해도 정리 해 봤습니다. 이건 제게도 필요한 부분 같더군요.

 

 

마케팅적 관점에서 볼때 정치란 대국민 서비스를 설계하고 개별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게 배분하되, 공공성의 원칙을 지키는 일입니다. 블로그는 이런 숙제를 풀기 위한 좋은 도구입니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이란  전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잡음을 어떻게 잡아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담고, 국회의원이란 사회적 차원 이외에도, 그의 다른 인간으로서의 일면을 살펴보는 영혼의 창으로서 블로그를 사용하는 것도 좋겠지요.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에게 기억되는 방법, 기억의 사회적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전하기 위한 도구로서 블로그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이 기억을 가리켜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은 뇌과학적 관점에선 완전히 틀린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맥락과 행동이 가져온 결과값에 따라 과거의 기억도 변합니다. 기억은 현재와 미래를 매개하는 말랑말랑한 물질과도 같습니다. 국회의원이 블로거로서 자신의 글의 가치에 맞는 행동과 국민에 대한 배려를 보여준다면, 지금까지 유권자들이 보여준 정치적 불신은 상당 부분 사라지지 않을까요? 투명한 창을 통해 개혁은 시작되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가능화 기술(Enabling Technology)의 기저에 블로그란 기술의 푸른꽃이 있습니다.

 

 

블로거로서 조금씩 자리를 잡고 계시는 최문순 의원님의 모습을 찍었네요. 디카를 들고 국회 본회의장의 풍경을 찍어 올린것도 많은 공감을 얻었는데요. 이렇게 사진을 들고 다니며 직접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시더군요. 블로거로서 좋은 태도입니다. 국회의원들의 블로그가 이런 목적으로 선하게 진화될수 있다면 소속 당에 상관없이 블로거들은 기쁜 마음으로 클리닉을 해드릴 수 있을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한나라당 조윤선의원이 해박한 오페라 지식을 블로그로 써준다면,혹은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의 경우, 교수시절 아카데미 속의 정치이론과 현실감각 사이에서 느낀 것들을 써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분들도 인터뷰를 하고 싶네요.

 

오늘 클리닉은 이만 마쳐야 할듯 합니다. 좋은 정치가 보다 우선해서 좋은 블로거로 저는 최문순 의원을 기억하고 싶네요. 글의 깊이와 진실성을 자신의 활동을 통해 살아내는 정치인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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