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대중비평시대의 글쓰기-블로거는 어떻게 비평가로 성장하는가

패션 큐레이터 2009. 4. 8. 01:55

 

               

 

 

노먼 록웰 <예술 비평가> 1955년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 커버, 캔버스에 유채

39 1/2 x 36 1/4 in, 노먼 록웰 박물관 소장, 메사추세츠

 

4월 18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제6회 상상마당 열린포럼이 개최됩니다. 이번 주제는 <대중비평 시대의 글쓰기>입니다. 일반 대중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쓰고, 편집하고 출간할수 있는 인디 라이터가 되고 기존의 작가와 일반독자 사이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지금. 비평에 대한 생각과 논의들을 정리하고, 일반대중을 위한 글쓰기가 갖추어야 할 논리와 방법론을 모색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빌어 패널로 선택된 것이 기쁘고, 블로거로서 기존의 비평가들과 논의의 장에 섰다는 것으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원고를 써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그런 포럼이 아니라 주어진 질문들을 미리 숙지한 상태에서 포럼에 참가한 분들과 편안하고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끌어가야 할 듯 합니다.

 

오늘 포스팅에 걸어놓은 그림은 미국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노먼 록웰이 그린 <예술 비평가>란 작품입니다. 그림 속 비평가는 로코코 시대의 프라고나르가 그린 그림을 살펴보고 있네요. 이젤과 컬러 팔레트, 그림이 설명된 기존의 주해와 설명을 손에 쥐고서 확대경을 들이대며 꼼꼼하게 그림을 살펴보는 모습이지요. 블로그 공간 내의 의견교환이 왕성해진 요즘, 예전 흔히 비평이라 하면, 대학교수나 전문가들이 분야의 주요하나 용어들을 첨삭해가며 멋드러진 평문이나 논평을 내는 걸 상상했으나, 점점 더 그들의 자리는 비좁아져가고 있지요.

 

하지만 한편으론 양적 확대를 질적 충실로 따라잡지 못하는 신변잡기류의 글들, 인상주의 비평에 머무는 깊이 없는 글이 창궐하고 있기도 합니다. 블로거 뉴스의 확대에 따라 기존의 기자세력이 시사 블로거로 변모하면서, 예전 시사블로거로 이름을 날리던 분들이 점차 그 세력이 약화되고 있기도 하죠. 이 문제는 비단 정보 원천의 접근이 용이한 기자이기에, 더 나은 컨텐츠를 만들수 있다는 것만으로 해석되긴 어렵습니다. 대중의 이해가 글의 수준을 평가하고 기존에 경험했던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원칙들을 이 블로그적 글쓰기에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영화비평과 미학론을 배웠지만, 정작 비평가의 언어로 설명된 작품들은 항상 어렵고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무리가 많았습니다. 한때 비평가라 불리는 부류에 대해 가졌던 불만은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원전을 제대로 읽지 않고서, 어려운 용어들을 남발하고, 비평 또한 일종의 유행처럼, 푸코가 유행하면 어느 누구든 다 푸코를 들먹이고, 라캉이 유행하면 모두다 그의 이론을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는 이런 행위들이, 결코 작품 하나를 충실하게 보고, 존재의의에 대해 말해주는 글쓰기, 비평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답니다.

 

비평(Criticism)과 리뷰(Review)를 구분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에서 비평의 본령을 보여준 평론가들이 많지 않기에, 대중들 또한 범례로 삼아야 할 비평의 교과서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평이란 행위도 자신만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일읽고 보는 일입니다. 그 틀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다양한 논리를 섭취하고 결점들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세상에 대한 해석력, 설명력을 늘여가다 보면 그것이 이론이 되는 것이겠구요. 개인적으로 이번 포럼에 나갈때, 철저하게 블로거 공간에서 글을 썼던 경험을 나누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글쓰기를 통해 경험했던 것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개인적으로 소망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좋아했던 김봉석씨를 만날수 있어서 저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군요. 시네21 시절부터 글을 읽었던 터라 나누고 싶은 내용이 많을것 같고, 구본준 기자님의 경우도 스트리트 퍼니처(거리의 조형물을 비롯한 표지판, 식별기구 포함)를 위시로 한 공공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셔서 자주 글을 읽는 편입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현상을 바라보면서, 이제 우리시대의 현자는 신들의 세상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대중을 통해 전염되는 세상을 통해 나옵니다. 인상비평에 머문다는 비판아닌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블로그 공간을 통해, 대중문화와 현상의 배후를 나름의 시각에서 살펴보는 좋은 글도 많이 양산되고 있고요. 저는 생성적 공간으로서의 블로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중의 하나지요.

 

비평담론을 나름대로는 공부했던 세대였지만, 직업 비평가가 되진 않았고, 대신 블로그 공간의 성장과 더불어 글쓰기의 기회를 얻고 출간까지 하게 된 경험, 그 내면속에 갖고 있던 의문점과 고민들을 나름대로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대중비평에서도 과연 좋은 글의 기준은 뭘지, 그렇다면 그 기준을 규정하는 일종의 논리와 방법론이 있을지, 다양한 토론을 통해 서로의 영역과 생각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