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문화부장관 유인촌의 무지-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와 관련하여

패션 큐레이터 2009. 3. 12. 15:11

 

 

S#1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체는 세계적 조류에서 동떨어진 기이한 횡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또 일을 터트렸다. 수많은 오해와 막말발언에서, 본 블로그를 무단도용한 저작권 침해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맞게 해준 유인촌 장관. 역시 몸이 가려운지 한건 해주시는 센스를 보인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텔레비전 드라마로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깊게한 사건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서, 많은 대중이 오페라를 비롯, 클래식 공연이 무겁지 않고, 삶에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했다. 올해 초, 베바의 이름을 빈 공연은 그 덕택에 예약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국립오페라합창단 40여명은 전원 해고 상태다.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문제는 우선순위의 문제고, 말이 예뻐 공공부문이지 월 70만원의 박봉에 시달리며 문화예술을 위해 땀흘리는 약자를 겨눈다는 것. 그것이 속상할 뿐이다. 유럽도 지금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경제공황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오히려 전시회나 오페라, 공연을 보러가는 인원이 더 늘었다는 점이다. 작년 대비 12 퍼센트의 예약율 증가와 수익은 어떻게 설명한건가? 살펴보면 미국의 경제공황 시절 가장 호황을 누렸던 것이 헐리우드가 아니었나.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지만, 일상의 무게를 견디고 난 자들을 위무하고 안아주는 연희예술과 음악이 없었다면 그 고통은 정말 고통으로 끝나고 말았을 터. 실업율을 상쇄시킬려고 정부예산들여 한달에 100만원을 주는 인턴사원 뽑기엔 급급하면서, 정작 월 70만원을 주고 갖은 공연을 다 소화하라며 갖은 요구를 하는 저들은 누구인가? 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허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태라 볼수 있다.

 

S#2 국립합창단만 있으면 된다는 유인촌의 무지

 

유인촌 장관은 말한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 인원을 쓸모없이 확충한 정은숙 예술감독에게 따지라"고. 한 나라의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의 말치곤 참 저열하다. 언제는 CEO형 예술감독이 나왔다고 추겨세울땐 언제고, 이제와서 뒷북인지. 저열하다 못해 자기 모순을 남탓하는 태도는 장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립합창단이 있으니 오페라 합창단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절대적인 무지의 소산이다. 합창과 오페라 합창이 인력 중복이란 뜻이다. 좋다. 그럼 유인촌 본인이 몸 담았던 연극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해줄까? 혜화동을 비롯 극장마다 소규모 뮤지컬과 카바레 형식의 뮤지컬을 올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이상, 서울예술단이나 국립형태로 이루어진 뮤지컬 공연단들 다 해체하라고 하면 뭐라고 할건가? 민간자본으로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데 왜 굳이 국책으로 하냐고 따지면 뭐라 할건가? 이야말로 국가세금의 중복적 퍼주기라고 조중동이 비난하면 뭐라 할까?

 

다 같은 연극 형태이니 국립극단만 빼 놓고 다른 연희형태들은 외주 줄테니 창극단도 빼지 그러나? 외주로 훈련 받는게 돈이 더 적게 든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왜 다 같은 연극인데 중복되잖아. 안그래? 이래로 될듯 싶다. 장관의 논리를 따르자면 말이다.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도 왜 중복시키나? 수채화나 유화나 아크릴이나 그게 그거고 다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이니, 한쪽만 빼고 다 없애자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아예 이번 기회에 미술대학도 회화과 하나만 놓고 통합하자고 하지 그러나?

 

S#3 말끝마다 해외타령, 제대로 된 해외의 사례를 배워라

 

연 18회에 이르는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기획했단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오페라 공연은 일반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과 그 규모 자체가 다르고 레퍼토리 개발에도 수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린다. 소극장 연극도 6개월의 연습시간이 짧을 지경인데, 1년에 18회를 하겠다라. 문화부의 언표들을 보면, 항상 허장성세하는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절대적인 연습부족과 시간부족에 찌들린 작품들을 그저 연 공연횟수라 밀어부쳐서 전시행정을 하겠다는 소산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연희의 질은 떨어지고 가뜩이나 대중과의 소통이 어려운 오페라 장르를 더욱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 아닐까.

 

최근 발행된 Management & Organization History Journal 에 아주 멋진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경제공황을 비롯, 경체침체기에 예술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확충하고 지원한 기업들이 클래식이 된다는 것. 더 많은 성과와 깊은 조직 응집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정작 경영관리자들과 관리철학의 구루라 불리는 자들은 이런 사고를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그런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싶을 것이다. 말끝마다 조직설계의 전문가니 뭐니 하는 자들의 실제 조직 통합율과 성과가 딱히 좋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조직과 기업에도 '미학'이 있어야 한다. 이 조직미학이 없는 기업은 요즘같이 세련된 고객들을 흡수하지 못한다. 영국의 탄광마을이 미술작품 하나로 관광객을 모으는 이정표가 되고, 스페인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더불어 마을 전체가 살았다. 정작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일반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윤택하게 하고 먹여 살렸건만, 이런 사례를 모르지 않는 예술행정의 달인, 문화부는 왜 이런 무지에 가득한 행동을 자행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경제공황때, 항상 예술분야나 지원을 줄이라고 말한 것은 경영사고를 하는 자들이었다. 이들의 조언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걸 보여주는 역사저널의 연구는 지금의 조직과 기업은 기업 컨설팅 회사가 아닌, 예술가들에게 그 해답을 물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방증한다. 경제침체와 사기가 저하된 사람들에게, 연희와 예술이 어떤 기능과 사회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여전히 무지한 자들. 바로 문화부 장관 유인촌을 비롯, 정부의 구조조정 코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일 뿐이다.

 

현재 해고조치에 맞서 저항하고 있는 오페라합창단이 불렀다는 베르디의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올린다. 모든 국민을 노예로 만들고 한물간, 이제 폐기처분해야 할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현 정권과 유인촌 장관에게 이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번에 알게 될 것이다. 왜 오페라단에게 합창단이 필요한지를. 베바의 멋진 대사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제발 좀 들어봐라 "이 똥덩어리"들아.

 

아......중요한 한마디가 빠졌다. '나도 너랑 얘기하기 싫거든'...오늘은 나도 반말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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