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그림 속 뽀뽀하고 싶은 강아지들-오 나의 멜로디

패션 큐레이터 2009. 2. 20. 20:19

 

이아영_저 손님들은 언제쯤 가실까?_장지에 채색, 나무_80×84cm_2009

 

어릴적부터 강아지를 좋아했습니다.

독일산 셰퍼드에서 일본산 스피츠, 치와와, 푸들까지

다 키워봤습니다. 개들을 키우다 보면, 내가 보호자가 아니라

개들로 부터 내가 보호를 받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옵니다. 개들은

사람의 감정에 매우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죠.

 

 

 이아영_어머나! 여기가 아닌가?_장지에 채색, 종이죽_97×76cm_2008

 

주인이 우울해하거나 기쁠 때를 귀신처럼 알아냅니다.

최근 『말리와 나』란 영화도 상영을 하고 있지만, 사실 개를 통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지요. 어렸을 때 집에 들어온 강아지에게 배변훈련도 시키고,

제대로 못누었다고 야단도 치고요. 혼나고 나선 풀이죽은 강아지 표정을

보면 어찌나 그리 미안하던지요.....

 

 

이아영_어제 씹던 껌이 어디 갔지?_장지에 채색, 종이상자, 리본끈_97×130cm_2008

 

작가 이아영은 자신이 키우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화폭에 자주 담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그리다 보니 그리 되었다는

인터뷰 속 설명처럼, 그녀가 그린 강아지들의 모습 속엔

예전 키우던 강아지들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 나지요.

개껌을 찾아 갖가지 상자를 뒤지던 모습. 양말을 벗어놓으면

귀신같이 물고 가서 꼭 혼이 나고서야 내려놓기도 하고요.

 

 

이아영_뽀뽀_장지에 채색, 천, 지퍼_50×37cm_2009

 

그녀가 키운다는 뽀뽀를 보니 정말 입맞추고 싶을 만큼

귀엽습니다. 앙징맞고 까만 코에 까만 눈....항상 축축하게 젖어있는

코를 만지면서 건강하다는 징표를 보여주었던

우리 강아지가 그립습니다.

 

 

이아영_언제쯤 오시려나~_장지에 채색, 나무_55×131cm_2009

 

2002년 일본의 유명 완구회사인 다카라사에서 Bowlingual이란 제품을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바우링구얼이란 제품은 오랜 세월 언어학자와 동물

행동학자들이 개들의 공통된 행동과 감정을 연구해서 개의 짖는 소리패턴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기계입니다. 가령 배가 고프거나, 심심하다거나, 아프다거나, 두렵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감정과 행동을 나타내는 200가지 울음소리가 번역되어 아이들이 개와 빨리 친해질수 있도록 하는 용도로 개발을

했습니다. 이후 고양이의 울음도 번역하는 Mewlingual도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대 참패했죠.

 

2002년 당시 제품기획이 워낙 특이했던 터라, 미국의 타임지는

2002년 올해의 발명품에 이 바우링구얼을 떡하니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바우링구얼은 그저 재미를 위한 완구이지만, 집에서 홀로 놓여진 강아지가 짖는

울음소리도 분석하고, 개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도 체크해주는 다양한

기능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죠.

 

 

 이아영_영차-!_장지에 채색, 천_80×180cm_2006

 

제가 캐나다에서 MBA 과정의 소비자 행동론 수업 시간에

이 바우링구얼을 캐나다 소비자들에게 수입하는 문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공원에 나가 무차별적으로 이 제품의 구매 여부와 수락 가능성을 리서치 했었지요.

결과는 아주 비참합니다. 2년만 같이살면 눈빛만 봐도 다 아는 걸

굳이 왜 이런 기계를 사서 개의 목에 걸어놓는가 하고

반문을 하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죠.

 

 

이아영_이번엔 잡고 말꺼야-!_장지에 채색, 종이죽_170×130cm_2009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개들

양말을 던지면 물어오고, 공을 던지면 하루 종일 그것만 물고 오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참 질리지도 않는 것인지, 오랜만에 산책을 나가

운동장에서 프리스비를 하며 놀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아차.....한가지 배운 사실이 있는데요

개들은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

덥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흔들침대에 아기를 눕힌 상태에선

절대로 어떤 개도 함께 놔두면 안된다는 사실....명심하세요.

 

 

 이아영_누굴까_장지에 채색_180×80cm_2008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멀리서 후다다닥 달려오던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살금살금 소리를 내지 않고 대문앞에 서도 뭐 통하지가 않더구요.

물을 열자마자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는 강아지들의

눈동자가 유난히 기억나는 요즘입니다.

 

이러다 내일은 충무로에 확 나가버릴지 모르겠네요......

내일은 강원도 화천에 있는 감성마을로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을

뵙고 인터뷰를 하러 떠납니다. 정말 기대됩니다. 그림 속 강아지처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어요. 다녀와서 예쁜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요.

 

 

4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