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그대에게 가는 길-지금은 안개에 쌓여있어도

패션 큐레이터 2009. 2. 22. 02:16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1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토요일 강원도 화천에 있는 감성마을에 갔습니다.

작가 이외수 선생님을 뵈었고 미만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화천땅, 하늘과 맞닿은 연두빛 차오르는

산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만남에 대한 후기는 『사람아 사람아』폴더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이외수 선생님이 그렸던

크레파스화를 '정신의 표정'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 올린적이 있습니다.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2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삶과 글이 일치되는 사람에겐 투명함이 있습니다.

그 속에선 주체를 네가티브로 현상한 사진과 손으로 그려낸

인물의 그림 속 경계는 허물어져 하나가 됩니다.

오늘 민병길의 그림 같은 풍경사진을 소개하는 이유는

경계의 허물어짐 속에, 오롯이 서 있는 소중한 이 시대의 작가와의

만남, 그 초상화를 영혼속에 그리는 시간을 응고시켜

마음에 간직하기 위해서입니다.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3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그의 사진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

절제와 생략이라는 욕망하는 인간이 포기하기 어려운

용기어린 미학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의 사진 속

담담한 수묵으로 그려낸 물안개 피어나는 영혼의 풍경은

우리를 편하게 합니다. 계절과 계절이 교접하고 변하는 그 순간에

이전의 기억을 잊고 새로운 변화에 순순이 몸을 맡기는

자연의 겸허를 작품에 담기 때문입니다.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4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쓰는 이의 행복이 읽는이의 기쁨이 될 때까지......

이외수 선생님이 주신 이 문장의 속살을 헤집어 들어가

묵향과 인간의 상처가 용해된 글의 겹을 둘러 내 몸에 걸쳐봅니다.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5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저는 비록 하찮은 두권의 책을 낸 저자에 불과하지만

이 말에 동감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마치 안개로 가득한 아침.

길을 나서는 것처럼, 앞이 흐린영상으로 가득하지만

그 길을 가면서 습기어린 불투명의 환함은

내 안의 투명을 향한 꿈과 만납니다.

 

7년동안의 발품은 제겐 참 힘든 고통이었지만

적어도 복식사와 스타일링의 역사를 좋아했던 이들에겐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고 이제는 저를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세번째 책은 무엇을 쓸까요? 경영과 미술이

만나 세상이란 틀을 다른 빛깔로 조망하는 글을 써야 합니다.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6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불투명의 풍광은 내 눈 앞에 놓여진 모든 사물과 사물의

외곽선과 정연된 질서감을 깨뜨리지만, 안개의 피어남이 일시적인 것을 알기에

그 일시적인 마음의 먹먹함을 이겨낸 후 읽는 자의 기쁨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선물을 골라본 이는 압니다. 선물은 사실 고르는 과정이

더욱 행복하다는 걸요.




민병길_안개를보이다-07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09

 

이외수 선생님을 만난 후 느낌은

지금 내 안에 가득한 안개의 겹구조가 조금은 벗겨져

많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고통을 행복하고 즐겁게

'달인'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 풍모에 천학한 생의 후배가 존경의 뜻을

그저 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해야 겠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만남에 감사드리며......

 

Libera의 목소리로 듣는 Far Away. 내가 사랑하는

독자들과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과 나는 얼마의 거리에 놓여있을가요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난 그 길을 걷고 싶습니다. 물안개 가득

피어나고 햇살이 반투명의 안개빛 속에서 길을 잃는다해도

난 여러분이 있어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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