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돈 보다 사랑이 우선이라 믿는 이들을 위한 그림

패션 큐레이터 2009. 1. 31. 02:13

 


고상우_더 키스the Kiss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72×48inch_2008

 

최근 나경원 의원이 여자교사들을 상대로

등급을 분류하는 비하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고 발언했다고 하지요.

 

나 의원의 발언을 가지고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습니다.

상식이 부족한 본인의 문제일 것이고, 그 이후로도 사과 없이 뻔뻔스런

행동을 보인 것, 그 자체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인간에 대한 태도가 그의 말을 통해

반영된 것임을 현명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된 사건이기 때문이죠.




고상우_눈물보다 달콤한, 위로보다 평온한 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44×30inch_2009
 
제가 답답한 것은, 여전히 이 사회가 외모 중심적 평가가
인물의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과, 이것이 미에 대한 단순한 열망을 넘어서
일종의 계급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화장품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놀랍습니다.
현대의 매스미디어와 소비문화가 얼마나 인간에게 쓸모없는 욕구와
이를 통한 패배감을 부여했는지, 그 과거의 시간을 살펴보는 시간은 두려울 정도지요.
외모 지상주의가 일종의 숙제가 되어가는 세대에서 오늘 소개하는 고상우의
작업은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에 반발합니다.



고상우_꽃들의 대화,Flowers talk something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29×29inch_2009


『돈과 조건보다 사랑이 소중하다 믿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展에서

고상우는 우리 시대의 결혼문화에 대해 특이한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직 아나운서를 모델로 사용, 그들의 이야기를 몸짓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더구나 사진작업을 하면서 총 천연색 작품이

아닌 반전된 작품을 통해, 삶의 진실과 눅진한 상처들이 반전된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작업은 신선하고 또한 신산한 느낌을 발산합니다.



고상우_영원을 약속하다 2,Promising eternity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24×34inch_2009

 

작가의 작품 속에 배어나는 쓸쓸함과 소외감은

바로 자전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16살때 미국으로 건너가

주변부를 맴도는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고, 이후 사회 속에 자신을 통합시켜 가는

과정에서 경험해야 했던 문화적 차이와 이것들이 만들어낸 상처와 아픔은 내면속으로

더욱 깊이있게 침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볼수 있지요.

 

그 세월동안 자신에 대해 성찰하면서 더욱 관조적인 시선을 가지게 ]

되었다는 점입니다. 천연색 네거티브를 반전시키는 과정에서 빛과 어둠은

서로 뒤바뀌고 다른 색으로 대체되고 사진 속 현실은 왠지모를

환상으로 변하게 되죠. 왜 그런 작업을 했을까요.

 



고상우_태양이 사랑을 할때 빛은 무엇을 꿈꾸는가 3
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44×50inch_2009
 
작가 고상우의 작품은 컬러 음화로 만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어둠은 빛이 되고 붉음은 푸름으로 변모하지요. 이와 같이 인물을 색의 반전을 통해
뒤집어 봄으로써, 사진 속엔 청색빛이 가득하게 됩니다.



고상우_태양이 사랑을 할때 빛은 무엇을 꿈꾸는가
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64×44inch_2009
 
그것은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반전시켜보자는 의미
여성/남성, 백인/황인/과 같은 인종적 경계에서 부터, 동과서
의 경계를 뒤집어 봄으로써 새로운 성찰을 얻을 수 있으리란 희망에 근거합니다.
 
거울의 이면에 있는 나를 발견하는 작업처럼
혹은 나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에서 나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것처럼
사랑의 조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돈과 조건이 사랑보다
우선인 세상에서, 이미지를 뒤집음으로써 이러한
성찰을 해보자고 도발적으로 말을 거는
작가의 의도에 동의를 표하게 됩니다.
 


고상우_Hug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72×48inch_2008
 
사람의 뒷모습을 다루었던
폴 투르니에의 글을 자주 읽곤 했습니다.
반전된 모습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빛과는
다른 빛들이 차지합니다. 그 이질적인 모습조차도 내가 껴안을 수 있을 때,
사랑도 더욱 견고해 지지 않을 까 싶네요.
 
며칠 전 목사님에게 발행하실 책의 원고를 읽고
논평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계속해서 원고를 꼼꼼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제목이 좋습니다. '결혼 설명서' 물론 바이블에서 의미하는 결혼의
의미들을 쉽게 사례를 통해 풀었는데,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성경 텍스트 상의
의미보다, 부부간의 문제, 혹은 서로를 인정하는 문제에 관한
목사님의 접근방법이 참 좋았습니다.
 
읽다 보니 나쁜남자 신드롬에 빠진 여자들을 구할만한
메세지도 보이더군요. 결혼을 위한 결단의 시간에, 사랑의 조건을 묻고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정리하고, 그것을 껴안을 용기가 생길때 까지 결혼을
미루어도 된다는 말이 저겐 와닿더군요. 갑자기 고상우의
껴안기 HUG 작품을 보는데 그 생각이 났어요.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새벽의 시간 일을 마치고
늦잠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주어져서 좋습니다. 오랜만에
회사동기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책도 주었습니다. 오늘은 헤이리에 가서
강대식 교수님의 바이올린 연주회를 들을 생각입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제 출판기념회 겸, 『하하 미술관』에 나온 그림들을 실제로 갤러리에

전시해 주시겠다고 해서, 갤러리 관장님께 인사 드리고 어떻게 파티를 열지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그때 많이 와주셔야 해요.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녀와서 월요일 쯤에 다시 포스팅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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