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테디베어로 재탄생한 '베토벤 바이러스'

패션 큐레이터 2009. 1. 22. 00:01

 

 

 며칠 전 우연히 테디베어 전시회를 봤습니다.

어린시절 테디베어를 좋아한 탓에, 어른이 된 지금도 인형 전시회를 가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봅니다. 1902년 미국 대통령 테어도어 루즈벨트의 이름을 딴

이 테디베어. 당시 미시시피 주지사의 초대로 사냥여행을 떠난 루즈벨트는

수행원이었던 홀트 콜리에가 잡은 곰을 사살해 줄것을 요구받지만

신사도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루즈벨트의 이런 행동은 다음 날짜의

워싱턴 포스트지에 정치 만화의 탑면을 장식하며

그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쓰이게 됩니다.

발명가 로버트 미시텀은 대통령이 그린 곰의 드로잉을 기초로 해서 오늘날의

테디베어를 만들게 되었죠. 테디는 바로 대통령의 애칭이었고

향후 재선거를 위한 마스코트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테디베어를 이용해 재탄생시킨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것이 아주 좋더군요. 제일 먼저 소개한 것이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이 바를 잡고 발레를 연습하는 모습을 연출했고요.

 

두번째 보시는 것은 작년 말 공전의 히트를 쳤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인공들을 테디베어로 연출했습니다.

거친 느낌의 이병헌씨를 테디로 만드니 그 느낌이 사못 다르지요.

 

현대에 들어와 테디베어는 아이들의 위안용 도구로서

혹은 여아들의 특정 시기를 지켜주는 대리적인 친구(이걸 심리학에서는

Transitional Object라고 합니다)로서의 기능도 여전하지만, 어른들을 위해서는

비싼 컬렉터들의 아이템으로 변모한 지 오래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에 클래식 열풍을 가져다준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마에스트로 강마에의 모습을 연출한 테디베어를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지휘자용 수트와 헤어스타일을 정교하게 만들었더군요.

 

오른쪽 작품은 예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란 영화에서

십자가를 들고 가는 예수의 모습을 테디로 분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이렇게 현대 미디어의 다양한 주역들을 테디로 표현한 작품들은 컬렉터들의

우선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데요. 테디베어의 컬렉터를 아크토파일(arctophiles)이라 부릅니다.

라틴어에서 곰을 뜻하는 arctos와 애호가를 뜻하는 philos의 결합어지요.

 

 

개인적으로 끌렸던 <커피 프린스> 드라마 속 주인공을

연결시킨 테디베어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시겠지요?

머플러 색상과 묶는 방식만 봐도 바로 나오잖아요. 배용준과 최지우의 <겨울연가> 입니다

 

 

위의 작품은 프랑스 영화 <빅 베어>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만든 작품이고요.

저는 주인공이 입고 있는 미피 캐릭터 티셔츠도 마음에 들었어요.

 

 

한류 드라마의 클래식 <대장금>도

테디베어의 손길을 피해가지 못했군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아직까지 동양을, 타자로 생각하는 서구에 문화적인 상품을 팔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들의 문화적 코드와 상품에 이미지를

덧입히는 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국배우나 가수들을 문화적 상품으로

해외에 마케팅 하기 좋은 이유는, 요즘 멀티 캐릭터에 근거한

다양한 가수군이 형성되고 있기에(예를 들어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동방신기)

이들을 하나하나 테디로 재현하여 각각의 소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만 수집할 수 있도록 해도, 매출이 증진될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E.T>의 한 장면이고요.

 

 

개인적으론 시트콤으로 한 획을 그었던

MBC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씨 가문의 주인공들을

재료로 만든 이 작품도 재미있었습니다. 텔레비전을 여간해서 보지 않는 저였지만

이 프로그램만큼은 다시보기로 빼놓지 않고 봤었는데, 당시 가족의 결속을 다진다는 뜻으로

츄리닝을 단체로 맞추었나 그럴거에요. 그 모습을 테디베어로 잘 잡았더군요.

 

 

 절벽타는 테디는 영화 <클리프 행어>의

실베스터 스탤론을 본떠 만든 것입니다. 어떠세요? 즐거우셨나요

미술전도 좋지만, 사실 이런 테디작품도 굉장한 조형성을 띨수 있고, 그 소품과

의상을 비롯해서 세밀한 손작업이 필요한 작품이기에 오늘 한번

소개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머리 아프지 않게 보며

웃어보시라고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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