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문화부에서 발행하는 웹진 <아침울림>을 받아보는데, 내가 쓴 글이 무단으로 사용된 사실을 발견했다. 담당자의 말로는 개별 포스트에 대한 사용동의를 전체 블로그 동의로 오인했다고 한다. 개별 포스트에 대한 동의가 어쩌다가 블로그 전체에 대한 동의로 담당자에게 읽혀졌는지 당췌 알 길이 없다. 도대체가 언제 사용동의를 얻었다는 것인지, 정작 컨텐츠를 양산한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럴듯한 변명이긴 하지만, 되집어 보면 저작권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인 요즘, 저작권 사랑이 문화 경쟁력이라고 팝업 광고를 붙인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의 처신이라고 보기엔, 한 마디로 기대이하의 답변이다. 저작권 사랑이 문화 경쟁력이란 표현, 나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창의력과 실용적 사고를 모토로 내세우는 현 정부에서, 정작 타인의 창의적 소산물을 지키기 위한 저작권을 홀대하고 행정적 미숙함을 보인다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한 마디로 말만 앞세우는 정부가 아닐까 싶다.
문화부는 저작권 보호와 갱신, 분쟁처리등에 관한 광대한 업부를 관장한다. 물론 현 정권하의 문화관광체육부는 그 정체성이 모호한 부서이긴 하다. 어쩌다가 한 나라의 문화적 국부를 다루는 부처에게 이런 수사를 쓰게 되었을까? FTA에 대비한 문화 정책, 자국의 협소한 시장규모를 가진 고급문화와, 한류로서 포장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생산과 촉진을 첫번째 소임이자, 부처의 핵심역량으로 키워야 할 문화부 홈페이지를 보라. 어디를 봐도 문화 각 분야에 대한 비전과 세부적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다는 청사진은 없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찬미와 규제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일방적으로 팝업광고하는 면모만 넘친다. 이렇게 자신의 핵심역량과 업무 범위조차도 규정하지 못하는 부서이니, 입으로는 저작권 사랑을 말하면서 마뜩찮은 행정상의 귀책상의 변명 만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이 나라의 문화관광체육부는 그 부서 자체의 정체성도 확립하지 못한 부서이고, 각각의 부처 구성원들의 직무요람도 없는 단체인듯 보인다. 행정기관도 일반 기업조직과 같이 조직설계란 과정을 겪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각 업무 주체의 직무기술과 확장 범위가 주어지지 않았단 것인가? 한 마디로 무개념 조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ㅇ해당 포스트 : http://blog.daum.net/film-art/13694954 (제가 블로그 뉴스에 송고한 내용입니다)
ㅇ아침울림 소개 : http://cafe.naver.com/mctletter/432 (무단으로 편집된 내용입니다)
더 놀라운 건 CCL 저작권 규약보호를 받는 블로그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보호 원칙 조차도 어겼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내가 쓴 글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웹진에 기재한 줄 알았다. 내용을 보니, 편집자가 임의대로 글의 형태와 내용까지 완전히 바꾸었다. 물론 CCC 규약은 글쓴이가 컨텐츠 보호의 정도와 완급을 스스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나는 저작권자 표시와 원 내용의 훼손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왼편에 있는 내용이 웹진 아침울림에 편집되어 나온 내용이다. 이 글의 원본을 보기 위해선 위의 주소를 클릭하라)
이런자들이 내세우는 국가 경쟁력의 요체로서의 저작권 주장이, 사실은 한낮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독자들을 알게 될 것이다.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터이다. 저작권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주무부서인, 문화부가 이런 행정상의 오류를 습관적으로 범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상 귀책여부가 항상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아침울림 매체에 대한 판에 박은 담당자의 소개만 이어진다.
"저희 '아침울림'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문화 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받아보는 웹진입니다. 임권택 감독님, 화가 육심원님, 방준석 영화음악 감독님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분들 5만 명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내 다른 좋은 컨텐츠를 아침울림에 싣고 싶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블로그 난장과 연계한 블로그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드리고자 노력중이며 차후 향상된 혜택을 위해 연락드릴 수도 있으니 블로그 내 포스트 사용동의시,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인용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예전 아침울림이란 매체가 있는지도 모르던 시절, 나는 그들이 말한대로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해 포스트 개별 사용에 대해, 저자에게 직접 허락을 득해야 하는 구조로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 포스트를 사용하면 이메일상 혹은 유선상으로도 고지는 없었다. 이를 담당자가 바뀌면서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는 문화부의 사고는 심히 우려의 수준이다.
화가 육심원과 임권택 감독이 받아보는 매체면, 언제든 포스트를 가져가서 실을수 있다는 논리인가? 아니면 이런 곳이니 조용히 컨텐츠 제공한 걸 영광으로 알라는 것인가? 육심원은 개인적으로 나도 아는 사람이다. 요즘이 어느 때인데, 문화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귀책사유를 물타기 하려는 것인가. 미안하게도 내가 알고 지내는 문화계 요직의 인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현 정권이나, 그 정권의 수하로 일하는 부처나 하나같이 실용을 가장한 배넷병신짓만 하는 것인가? 문화 경쟁력이란 수사학 속엔 많은 고려요소가 들어있다. 경쟁력이란 결국 지속가능성과 차별성, 그 문화의 정체성이 이야기가 되어 녹아들어갈 때 완성되는 거대한 담론란 걸 왜 모르는가. 경쟁력이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갖기 위해서는 각각의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컨텐츠 개발 주체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보호하여, 지속적인 창의력이 물꼬를 틀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과 룰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행정적 업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문화관광체육부가 앞장서서 저작권을 무시하고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는 것은,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작권이 문화 경쟁력이라고 떠들지 마라. 문화관광체육부는 이 말을 정치학적 수사로, 혹은 부처의 정체성을 지키는 말로 사용할 자격이 전혀 없는 조직임이 이번 작은 해프닝을 통해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왜 전화해서 주소를 묻는 것인가? 말끝마다 장관 명의의 연하장을 보내느니 어쩌니 하던데, 다시 말하지만 난 장관 명의의 연하장을 별로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리고 받지도 못했고 말이다. (놀랍다 이 글을 마치자 마자 연하장이 도착했다)
차제에 블로그에 대한 문화부의 육성책도 듣고 싶다. 맨날 말로만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하지말고, 롱테일 경제가 시대의 흐름이 되어가는 지금, 블로그 경제학에 대한 문화적 접근 또한 문화부가 주체가 되어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연하장에 쓴 것처럼 소처럼 어질고 부지런하게 문화의 밭을 갈아주면 좋겠다. 단 소처럼 단순하고 우직한 것 만이 정답은 아닌 사회를 사는 이상, 최적해를 끌어내길 바란다.
저작권은 단순한 저작권자의 보호개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기 위한 기초공사다. 편중되지 않도록 객관적 저울추에 올려, 한 나라 자국민들의 창의력과 창조적 행위가 하수처럼 흐르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보루인 것이다. 작금에 저작권 관리의 허술함을 스스로 드러낸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수장 유인촌 장관에게 심히 유감의 뜻을 전한다.
유인촌 장관의 표현을 빌어 내 마음을 전한다.
씨* 안쓴다. 성질 뻣쳐서 정말.....씨* 너네 웹진에 내 글 퍼가지마 성질 뻣쳐서...정말
지금 막 문화관광체육부의 홍보담당관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딱 잘라서 말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던지, 왜 개인 핸드폰 정보를 공유해서
자꾸 전화를 하시는 것인지요? CCL 규약 위반문제이기에 거론한 것입니다. 이 작은 블로그 공간을
지키는 주인장도 이제는 법으로 처리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도대체 전화를 자꾸 하시는
의도가 무엇인지요? 사적 정보를 마음대로 공유하면서 전화를 하는 것은
괜찮은 것입니까? 제가 문화 관광체육부를 비난했습니까?
저작권 주무 부서이기에, 더욱 윤리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라는
의미에서 일침을 가한 것인데, 이 문제를 가지고 왜 이렇게 자꾸 전화를 하시는 건지요?
유선상의 사과는 제가 받아들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과를 받아들였으면 이 포스트를 지워야 하는지요?
개인 블로거의 글, 공감하는 이들이 있기에 주무부처로서 냉철한 반성을 하고 고쳐나가면
될 뿐인것을 왜 자꾸 전화를 해서 유장관의 표현처럼 '성질을 뻣치게' 하는 겁니까?
'Art & Fashion > 패션과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그날을 기다리며-촛불 시즌2의 시작 (0) | 2009.01.01 |
---|---|
언론 노조 촛불문화제 현장에서-MBC, MB氏를 부탁해 (0) | 2008.12.31 |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MBC의 파업을 지지하며 (0) | 2008.12.27 |
조경란의 표절을 둘러싼 <혀>들의 전쟁-착한 혀, 나쁜 혀, 이상한 혀 (0) | 2008.11.08 |
고문경찰 이근안에게-난 당신의 값싼 회개를 믿지 않는다 (0) | 2008.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