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윤복> (미래인)
<로맨티시스트, 인간을 공부하다>(갤리온)
겨울기운이 차갑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 북 칼럼니스트
김홍기씨 나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최근 풍속화가 신윤복이 새롭게 뜨고 있지요. 바람의 화원이란 소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고, 최근 상영된 <미인도>도 9일만에 백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규정한 소설의 상상력이 억눌렸던 인간의 에로티시즘을 잘 드러내는 장치로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소설 신윤복>은 조선 회화사를 충실하게 적용하여 신윤복과 그의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한 예술가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우선 기존의 바람의 화원에서 주장하는 남장여인으로서의 신윤복에 대해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고증을 해서 그 주장을 뒤엎고 있지요. 역사의 균형적인 이해를 위해 한번쯤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골랐습니다.
요즘 신윤복이 대세라고 까지 하던데, 소설의 저자가 누군지 궁금하네요.
1985년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한 백금남씨는,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를 써서 베스트 셀러작가가 되었죠. 불교계에선 이름이 높은 작가입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그림의 신이라 불리는 도슈사이 샤라쿠가 조선의 김홍도라는 사실을 추적한 소설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을 써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바람의 화원 드라마를 줄여서 <바화>라고 까지 줄여서 말하던데요. 그만큼 세간의 인기가 높은데, 드라마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요.
이정명씨의 소설 <바람의 화원>을 기본으로 한 드라마는 신윤복의 성 정체성을 남장 여인으로 초점을 맞춥니다. 신윤복의 필선이 여성적인 세필이라 그런 상상력이 나온 것이죠. 신윤복은 역사적으로 고증할 때 열혈 대장부였습니다. 그는 성에 대한 진솔한 욕망이 억눌렸던 시대를 붓을 통해 토해냈던 진정한 예인입니다. 문화적 코드가 된 섹슈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드라마라면, 이 소설 <신윤복>은 김홍도와 신윤복, 그의 스승 표암 강세황, 도화서의 사형들과의 관계들을 다루면서 신윤복이 어떻게 화가로 성장했는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김홍도를 통한 영향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자세하게 다룹니다.
최근 신윤복 열풍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혹시 소설에서 그런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조선후기는 성리학이 기조가 된 사회였습니다. 김홍도와 신윤복을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남종화를 그렸습니다. 남종화란 글과 그림이 일체가 된, 사유 중심의 그림입니다. 관념성이 강하다는 말이죠. 구체적인 삶의 진실보다는 그린 이의 인품이 드러나는 그림을 선호했습니다. 결국 신윤복의 여성적인 그림들, 유곽과 기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인간의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선택한 그의 그림이 배제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현대 사회가 성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에 대해 비판적이다 보니, 더욱 솔직 담백한 그의 그림과 철학에 끌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승이었던 표암 강세황을 관념의 유희나 즐기는 하찮은 인간이라고 신윤복이 비난을 하거든요.
신윤복 하면 떠오르는 것이 <미인도>아닙니까? 혹시 이 그림의 유래에 대해서 나와 있나요?
소설을 읽다보면, 왜 신윤복이 기생들의 모습을 자주 그렸는지 알 수 있게 되실 거에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환이 많은 화가거든요. 미인도의 주인공은 끝내 감옥에서 자결을 합니다. 이 정도까지만 이야기할께요.
오늘 소개한 소설의 매력을 딱 한마디로 말씀해주실수 있을까요?
어느 시대나 예인은 자신의 상처와 시대와의 불화를 겪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스승과 친구들을 통해, 영향을 받으며 결국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건설하지요. 이 소설 <신윤복>의 매력은 바로 예인이 어떻게 완성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책 마무리 해주시죠
역사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일명 <팩션>이 요즘 유행입니다. 상상력을 즐기는 것도 좋고, 그 배경이 되는 정론을 읽어보는 것도 겨울나기 독서의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김홍도란 화가를 좋아하는데, 그가 일본의 화신이었다는 점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어서 좋은 소설이었고요. 사랑에 시리고 아픈 사람들의 글과 그림은 어느 시대를 초월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무엇인가요?
만 오천 명의 아이를 탄생시킨 산부인과 의사. 이제 예순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로맨틱한 남자. 바로 박인철 씨가 쓴 인생론입니다. 잉그리드 버그만을 사랑했던 영화광, 실향민의 자식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의사들의 상의 1퍼센트를 올리며 그림 같은 250평 저택에 벤츠 3대를 굴렸던 남자. 이 남자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도우며, 아이들을 받으며 양복이 아닌 등산복과 등산화를 신고 출근을 하는, 한 인간의 ‘인간공부’를 담았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죠
간밤에 산이 움직였다면 믿되 사람이 변하였다면 믿지 마라는 아랍의 속담이 있답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속성임을 직시하는 것에서 인생공부가 시작된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이런 인간의 속성을 표현한 다양한 서양의 격언과 경구들을 묵상하면서 삶의 불편한 진실과 대안들을 편안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제가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굉장히 신경이 예민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들을 다독일 수 있었어요.
책 마무리 해주시죠
기러기는 낙오하는 친구를 위하여 동반 하강한다고 합니다. 먼 거리를 나는 새들의 편대가 브이자 형태를 띠는 건 바로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돌보고 살피면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경제한파가 불어 닥치고 이제 곧 대규모의 구조조정에 들어갑니다. 힘든 세월을 견뎌내야 하는 요즘입니다. 복지혜택은 줄고, 서민들을 위한 예산은 한없이 추락하고 줄어든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의 숫자는 더 늘었다고 하더군요. 인간에 대한 공부는 아마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손을 잡을 때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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