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상상마당 웹진에 고정기고 합니다

패션 큐레이터 2008. 11. 7. 22:19

 

S#1-샤넬, 심리학자를 만나다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갑니다. 회사일과 원고 집필, 방송준비로 정신이 없습니다. 모 여대 학보사에 인터뷰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해 보냈고, DAZE 패션 매거진의 12월호 <패션과 미술> 특집 기사를 정리해 보내야 했습니다.

 

원음방송에서 목요일마다 '책 읽어주는 남자'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번 개편과 더불어 같은 시간대 화요일로 이동했습니다. 3분 정도 시간이 더 늘었다네요.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주 무슨 책을 소개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달콤한 위로-심리학 초콜릿>과 <개를 완벽하게 훔치는 방법> 그리고 <마음가는 대로 산다는 것> 이렇게 3권을 골랐습니다.

 

최근 방송에서 심리학 관련 단행본을 소개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심리 관련서적과 사람들의 토라지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치는 책들이 출판계 트렌드라네요. 그만큼 삶의 무게가 버거워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책의 행간을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상마당 웹진에 고정필진으로 글을 쓸수 있게 되었습니다.

http://www.sangsangmadang.com/magazine/

아직은 아니고요 2주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주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하지는 않았고요. 6개월 정도를 열심히 기고하면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묶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자주 와서 보는 웹진이라 길래, 기대반, 걱정반,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더군요.

 

공부를 해가며 텍스트의 행간을 채울 생각을 하니, 이번 겨울도 하얗게 지내야 할까 봅니다. 어제 저녁엔 저번에 소개한 스페인 식당 '알바이신'에 갔습니다. 출판사에 들러 안부인사 하고, 천 기자님의 작업실에서 커피나 한잔 할 생각이었는데, 오라고 하셔서 냉큼 달려갔지요.CBS 라디오에서 신지혜의 영화음악실을 진행하는 신지혜 아나운서가 천 기자님의 지인이라 함께 오셨더군요.

 

                              신지혜의 영화음악

 

영화음악을 소개하는 분이다 보니, 영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대화를 하게 되지요. 좋아하는 영화들이 저랑 많이 닮아서 새삼 기뻤답니다. <피아노 솔로> <비투스> <피아노의 숲> <귀를 기울이면>과 같이 영화 속 음악, 혹은 음악가의 삶을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의 코드를 발견합니다. 저번에 인터뷰 했던 <월간 TOP Class>지의 편집장님도 함께 동석하셨는데요. 12월호에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가 실린다네요. 알랭 드 보통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될 인터뷰가 실릴 것 같습니다.

 

오늘이 입동이라지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늦 가을 짭조름한 햇살에 속살을 노랗게 채운 사과를 한입 베어 뭅니다. 미만한 사과향기가 방 안에 퍼집니다. 내 삶을 아퀴지은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발 아래 사과밭이 깊어서 / 키 작은 나뭇가지마다 / 바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나는 물속으로 / 검은 머리 들락날락하는 / 새 한 마리거나 무인의 섬을 가졌다 / 우기의 계절은 끝이 없으니 / 햇볕 드는 날을 골라 / 둥글게 잘 익은 바다 하나를 따서 / 반으로 가르고 / 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 / 씨앗처럼 갇혀있는 내몸이 보인다 / 목의 가시처럼 한참 걸려 있어 /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이 사과를 닮았다 / 단단하게 여문 / 저 바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닫혔던 물길이 열리고 / 사과가 푸른 시선을 던져버린다 / 먼 바다에서 시작된 물결에 부딪혀 상흔이 심한 것일까 / 비바람에 얻어 맞은 열매처럼 / 내가 수직으로 낙하하는 중이다 / 축축하게 심해까지 가라앉아서 / 누워있으니 사과밭이다 / 내가 사과나무 아니었던가 / 양 팔에 가득하게 生을 얹어놓고 / 아득하게 한 해 지내왔으니 / 이제 바다에 등 맞대고 싶은 것일까 / 푸른 빛의 열매 하나가 누워있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김종제의 <사과밭에서> 전문 

 

순정의 물과 바람을 맞으며 익어간 사과처럼 자연스레 익어가기를 바라는 하루입니다. 겨울 초입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의 향기만큼 짙은 공감의 문을 엽니다. 그 문으로 들어가서 먹고 마시며, 나누며, 행복하기로 마음먹어 봅니다.  양 팔에 가득하게 사과 향기 나는 생을 얹어놓고 생을 긍정하는 태도로 남은 한해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야 겠습니다.

 


다음주 부터는 원음방송 시사1번지

<책 읽어주는 남자> 프로그램이 화요일 8시 40분에 시작됩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