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쑥쓰러움에 관한 생각들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만날 때면 얼음땡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특히 자연스럽게 만나 고충을 털어놓거나 마음의 습관을 보여버린 친구가 아닐때, 특히 책과 관련하여 인터뷰를 하거나, 다양한 기자들을 만날때, 그들 앞에서 사진을 찍을때 자연스런 얼굴이 나오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번 월간 Top Class 11월호에 인터뷰 기사가 나왔습니다. 톱 클래스는 원래 우리 시대의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인터뷰를 통해 시대의 풍경을 조망하는 작은 잡지입니다. 지난호 발레리나 김주원의 기사를 읽으면서 이 잡지를 샀었는데, 제가 이곳에 나오게 될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쌈지 천호균 대표와 제가 좋아하는 현대무용 안무가 안애순 선생님의 인터뷰가 있어서 오늘 출근길에 단박에 읽어버렸죠.
인터뷰란 형식의 글쓰기를 예전에도 몇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문화란 일상의 비타민을 흡수하면서, 삶에 도움이 되거나, 마음 속 영감을 준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속살을 들춰보는 것이 바로 인터뷰죠.
저는 이제까지 읽어본 책 중에 인상깊은 2권의 인터뷰집을 고르라면 영화 평론가 프랑수와 트뤼포가 쓴 <히치코크와의 대화>와 보그 편집장이었던 이충걸씨가 쓴 <해를 등지고 놀다>입니다. 전자는 작가로서의 히치코크의 면모와 다양한 생각의 방식을 인터뷰로 담았고 후자는 패션잡지사의 에디터답게 편하게 그들의 가장 깊은 속내를 유려한 문장으로 포섭해 드러낸 책입니다.
패션 큐레이터, Fashion Curator란 과연 뭘까요?
제가 굳이 이 용어를 제 이름 석자 앞에 붙이게 된 것은 발레리 스틸과 앤 홀랜더란 복식학자를
알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복식사하면 의례 의상학과 교수님들의
영역인줄 알고 있지만, 사실 해외를 가보면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세계적인 박물관일수록 패션관련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패션 컬렉션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지요. 그러나 보니 패션관련 자료와 역사를 취합해 정리하고 현대와 연결시켜 사유하는 전문 패션 큐레이터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런 분야가 생소합니다.
한국복식과 관련하여 패션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있지만 고증에 치우쳐있고, 현대 복식을 통해 사회를 읽고 해석하고 이를 전시기획으로 옮긴 이들은 없죠. 한가람 미술관 같은 곳에서 패션과 미술을 소재로 몇번의 전시가 있었습니다만, 그 내용이 많이 빈약하고 현대미술에 치중해 있었습니다.
이 분야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학교나 교육 단체와는 상관없이 인디 정신을 갖고 연구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섭외했던 갤러리 현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데, 빵이 아주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따스한 벽돌담 느낌이 좋아서 저를 인터뷰한 천수림 기자님이 골랐다고 하더라구요.
가을 어느 멋진 날, 사진 포즈도 취해보고, 깔끔하게 싱싱한 해물로 가득한 파스타도 먹고, 향이 짙어 혀끝에서 알싸함을 전하는 커피 한잔에 오랜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란 책을 쓰면서 고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겠죠.
감사한 건 인터뷰를 했던 천수림 기자가 정말 말끔한 문체로 인터뷰 기사를 써준 일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오랜동안 여행을 다닌 문필가 답게 중국미술과 유럽미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제 책을 정독하고 오셔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걸 절감했습니다. 이런 분을 뵈면 기분이 절도 좋아지지요.
미술 속 패션 초상화들을 곧잘 분석하면서
정작 카메라 렌즈 앞에만 서면 영 표정이 멋지게 나오지 않습니다.
원래 얼굴의 본판이 못생긴 이유도 있지만,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걸
잘 못합니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번 사진은 사진작가 이창주 선생님께서 찍어 주신 것입니다.
프로필 사진과 다르게, 여우비가 내려, 푸른 톤의 하늘빛이 가득할 때
실내에도 아취깊은 붉은 톤의 카펫과 짙은 파이어 브라운 빛깔의 벽돌로 쌓아놓은
벽의 질감이 곱습니다. 예쁜 레스토랑 분위기를 못생긴 모델이 망쳐버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3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들이 편하게 디카로 찍는 걸 경험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사실 이날
옷도 그냥 대충 입고, 검정 진바지는 이제 너무 입어 늘어난 걸 입고
찍어버렸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신경좀 쓰는 것인데요.
패션 초상화를 보면, 정면보다 프로필, 옆선이 아름답게 나오는 사람들이
멋진데, 이번 사진은 통통하게 나왔습니다. 책을 쓰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8 킬로가 불어 작년 책을 위해 프로필을 찍을 때 보다 둥글넙적한 느낌이 큽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늦게까지 글을 쓰면서 간식을 먹는 습관이 생겨 큰일입니다.
올 겨울에는 운동도 좀 하고, 밤시간의 식탐도 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얼굴이 너무 큼직해요.....그래서 슬프답니다. 올 겨울이 마무리 될때까지 꼭 10킬로를 빼서
예전 얼굴 윤곽선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큰바위 얼굴은 마음이 아프답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리움과 회환, 수확의 기쁨
해빙의 시간을 기다리는 빙점이 들어있다더군요. 얼굴 생김생김의 수려함 보다
영혼의 숙연함이 배어나오는 얼굴을 갖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가 있어서 온라인을 통해
제 얼굴을 보이고 있지만, 계속 해서 자신의 얼굴을 올리는 것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마음을 되집고, 패션 큐레이터로 살아가고 싶은
페미닌해서 참 살기 힘들었던 한 남자의 용기를 보이기 위함입니다.
얼굴에 믿음이 새겨지고, 밝은 미소가
행복한 습관이 되어버린 남자의 얼굴을 갖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 얼굴을 여러분과 함께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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