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대전시립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국 공립 미술관의
일반인을 위한 미술교양강좌에 초빙되어 <미술과 패션>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예전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이순구의 그림>에서 소개한
이순구 선생님께서 대전시립미술관의 학예사로 계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미술을 통한 건축, 패션,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추구하는 강좌를
기획하면서, 블로그에 올려진 글을 기억하시고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미술과 패션 쪽은 맡아줄 분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저는 대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겨우 버스로 2시간 거리지만, 생소했지만 둔산이란
기획도시의 면모들을 산책 겸 걸으며 이리 저리 둘러봤네요.
보시는 사진은 대전시립미술관의 모습이고요. 옆에는 예술의 전당, 그 옆에는
고암 이응로 선생님의 미술관이 있습니다.
40명 정도의 청강생들이 강좌를 들으러 왔더군요.
어찌나 열심이 들으시던지 제가 오히려 감사했고, 열심히
알고 있는 것 쉽게 풀어쓰며, 미술 속 패션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제가 무슨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아니다 보니, 그저 강사 소개할때 가장 좋은 게
제가 쓴 책을 소개하는 게 가장 좋더라구요.
대구에서 오신 블로그 독자분도 계셨고요.
처음엔 대구에서 오셨다고 해서 깜짝놀랐습니다. 무슨 이런 작은 강의
하나를 들으려고 대구에서 오시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되집어보면 이런 분들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이 블로그
공간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번 대전시립미술관 강좌에서 강의를 하겠다고 허락을 했던 건
이순구 선생님 영향이 큽니다. 올 12월 초에 나오게 될 제 책에 선생님의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출판사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거든요.
표지도 쓸지 모릅니다. 웃은 얼굴이 너무 좋아서요. 왼쪽에는 이순구 선생님 사모님이시고요.
옆에는 이응로 미술관 담당자시고요. 이응로 미술관의 건축적인 의미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오른쪽은 이순구 선생님.......
목요일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려고
녹음실에 들어가는데, 속보라고 전달받았던 것이
배우 최진실님의 자살 소식이었습니다. 대전에서 보낸 1박2일의 시간
유사 자살 사건이 2건이나 발생하는 등, 베르테르 신드롬이 또 기지개를 펴게 될까
두렵습니다. 자살은 전염병이 확산되는 방식의 패턴을 따르기 때문에 조기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무엇보다도 생명에 대한 희망과
근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환하게 웃는 우리를
찾게 되길 바램해봅니다.
이번 강의를 했던 대전 시립미술관이 있는 둔산은
기획도시입니다. 그만큼 도시의 조형성이 철저하게 사전에
기획되어 지어진 곳이어서 마치 칸딘스키의 그림 속 격자무늬처럼
질서정연하지만, 다소 정형화된 모습을 갖고 있는 곳이죠. 그런 곳에 세워진
이응로 미술관은 그 입구에서 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입구에 버티고 있는 소나무에서 문자추상을 통해 우리 민족의
미학을 현대화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예술가의 정신을 엿볼수 있지요.
10월 9일부터 시작될 전시를 위해
내부 정리 중이었지만, 가이드와 스테프분들이 친절하게
내부를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프랑스의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설계한
이응로 미술관은 백색 콘트리트를 국내 최초로 사용해서 빛과 벽면의 대비를
강조한 작품입니다. 담장과 내부 동선, 밖과 안의 풍경이 하나가 되는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건물상의 디자인적인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결코 자신을 뽐내지 않으며 주변의 물과 공기, 빛에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며
풍광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기쁨을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듯 합니다.
로랑 보두앵은 마티스 미술관을 설계했던 분이기도 하죠. 이분의 건축 철학이
동양적입니다. 이응로 미술관은 건물과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에
갖혀 있는 듯한 느낌마저 선사합니다.
문자추상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한 천장과 벽면의 형태
주변의 대나무, 모든 요소들이 촘촘하게 조합되면서,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블로거 독자분이 있습니다.
원래 온라인에서 알고 지낸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기회에 뵙고 싶었고, 반가운 마음이 너무 커서였을까, 와인을 8병이나
마셨습니다. 결국 당일로 오려던 여행이 1박 2일이 되어 버렸네요.
힘들게 시간 내어 갔던 강의였지만
저 보다 먼 곳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와주신 분들로 인해
행복하고, 웃는 얼굴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에서 그림과 화가의 삶이 닮아있음을
발견해서 행복한 하루 였습니다. 네이버에서 '애플의 라벨 뮤지엄'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애플님께서 스케줄 관리를 잘 하라며 수제 노트를 만들어 주셨고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노트를 위해, 제 블로그명과 이름까지
넣어주셨어요. 술을 여간해서 입에 대지 않는 저인데
와인을 그렇게 많이 마신걸 보면,
친구가 좋고, 만남이 좋고, 이 대전이란 곳이
마음에 들었나나 봅니다. 머리가 약간 아픕니다. 오늘은 푹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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