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서울 국제 판화사진 아트페어 후기-다이어몬드로 만든 해골

패션 큐레이터 2008. 10. 18. 01:16

 

 

오늘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 미술관에 갔다.

서울 국제판화 사진 아트 페어 오프닝 행사를 참석했다.

저번 소개한 KIAF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개인적으로 SIPA를 많이 아낀다.

가난한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미술 컬렉팅이란 걸 시작했다.

그 당시 두 달간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살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판화작품이었다.

 

온통 미술 컬렉팅 하면 유화 일색인 우리나라에서

사실 사진과 판화 장르의 촉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중적으로 유포하기 쉽고, 많은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돕는 장르가 바로 이 두 장르이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는 커지고

내실이 탄탄해진 아트페어에, 후배도 주요 작가로 선정되었다.

친하게 지내는 인도작가인 딜립샤마도 오늘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미술 컬렉팅을 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사진과 판화를 먼저 사라고 권하는 편이다. 우선 가격도 저렴하고

이를 통해서 심미안을 탄탄하게 키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대학 졸업전 카탈로그를 보다가 발견했던 작가였는데

이번 전시에 걸려 있어서 입이 함지박 만해졌다.

이규진이라는 작가인데 아직 대학원생이다. 어머니를 소재로 스토리텔링이

담긴 삽화풍의 그림을 그린다.  엄마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들이 현재의 나와 중첩되고,

우리를 둘러싼 관계의 그물망을 하나씩 건져낼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행복의 지층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 현대사진들을 좋아하기에

SIPA 아트페어를 가면 사진들을 면밀히 보는 편이다.

플렉시 글라스로 처리한 작품이 많다보니, 사진을 아무리 조심해서

찍어도 표면이 드러나는 점 이해하시길 바란다.

 

 

그래픽으로 문신작업을 하고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는

김준 작가의 사회적 문신 시리즈다. 김준 선생님과는 일본여행도 같이했지만

(이분 작업하는 분 많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털털하고

시원한 성격을 가진 분이다. 난 그의 타투 작업을 볼 때마다, 브랜드 전쟁이 벌어지는

오늘날의 기업 환경 속에 노출된 소비자들의 운명을 읽어본다.

 

 

 일본 작가의 판화 작품이었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오늘 실수로 전체 작품 도록을 사오질 못했다. 이번 주말에 들러 구매해야겠다.

 

 

오늘 본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안정민 작가님의

판화 작업이다. 천으로 만든 판에 목판을 다루듯 칼을 사용해 만들었다

천의 질감위에 각인된 과실들은 시간의 발효작용 속에

안온하게 녹아 들어서인지, 섬세하면서도, 거칠다.

 

 

차가운 도시의 다양한 단면들을 찍어 연결한 사진이다.

 

 

나는 청색이 좋다. 예전 종교화에서 쓰던

성의에 사용된 청색에서 이브 클랭의 몽환적인 청색에 이르기까지

푸름과 백색은 두개의 세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어루만지고 애무한다.

힘든 세상이라고 푸념하고 싶을 때, 여전히 푸른 하늘을 보면 힘이 나는 까닭이다.

나를 위무하는 힘이 저 하늘 어디에선가 손을 뻣치고 있을 거라는 작은 믿음.

 

 

옷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은 항상 눈길이 간다.

미술 속 패션을 소재로 글을 쓰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약간의 직업병처럼

시각이 바뀌어버린게 사실이다. 패션 소품이 가진 상징성을

담아낸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옷은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자, 새로운 정신에 맞추어

신체의 이상을 조형하는 거푸집이다. 옷이 그려진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다시 한번 영혼히 소롯하고 정갈해진다.

 

 

작가 정종미가 그려낸 한복입은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복식을 그리는 화가들이, 조선후기 시절의 복식을

거의 전형으로 그려내는 게 좀 아쉽긴 하다. 하후상박, 아래는 풍성하고 상체는 타이트하게

조여 여인의 몸선을 예쁘게 드러낸다. 여기에 매듭으로 만들어진 노리개까지 갖추었다.

 

 

작가 주도양은 원래 회화 작업을 하다가 사진으로 전향한 작가다.

그의 작업은 한 마디로 매우 독특하다. 대상에 대한 극단적인 왜곡과 360도의 모든 세상을

하나의 완결된 화면에서 보여 준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자세하게 관찰하면 그것은 모자이크 된 세상이고

짜깁기 된 세상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주체가 되어 보는 세상이 아니라

사물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라고 한다.

 

이건 매우 중요한 발언이다. 르네상스 이후 원근법의 탄생은

바로 사물의 척도로서, 모든 것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인간임을, 그의 시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주도양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믿음에 대한 저항이다.

 

 

프린트 기법을 선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일본에서 온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다양한 텍스타일의 가방과 의상이

눈에 띄여선 한컷 찍어두었다. 오른 쪽은 그 유명한 데이언 허스트의

다이어몬드로 만든 해골을 찍은 사진이다. 8601개의 다이어몬드가 박히 이 해골의

총 캐럿수는 1106 캐럿. 영국 현대 미술의 이단아인 허스트의 작가적 도발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동안 서 있었다.

"저 다이어몬드 나 다 주면 좋겠다"....하면서

 

 

정창기는 꽃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도자기의 형태미를

결부시켜 보여주는 꽃 정물 전문작가다. 그가 찍어낸 사진 속 꽃들은

자연의 꽃이지만, 철저하게 인간의 시선과 그 쾌락을 위해 조형된 꽃들이다.

그는 야생의 꽃을 꺽어 길들이고, 이를 꽃꽃이의 형태로 표현하는

행위야 말로 사물의 의미를 인간의 삶에 맞도록

조율하는 문화의 한 단면임을 주장한다.

 

 

그가 찍은 꽃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군집하거나 아무리 적어도 두 송이가 함께 있다.

그래서일까, 틀 속의 꽃들을 보면, 마치 누군가와 동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왼편 사진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작가 이름을 정확하게 적어오지 못했다. SIPA 오프닝을 빨리 취재하고

또 다른 갤러리로 옮겨 또 다른 오프닝에 참석해야 했다.

도록을 사온 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오늘 드디어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했던

<미술 속 패션 이야기>의 6주 강의가 마무리 되었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파워포인트를 만들어가며 책과 논문을 다시

읽었고, 내용을 덧붙여 설명을 했다.

 

작품 속 가방에는 무엇이 담기게 될까

예전 신고전주의 시대부터 그래왔듯, 여인들의 가방에는

사회적 예법에 필요한 물품들과, 소통을 위해, 혹은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담겨 있을거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여전히 버리지 않은 여인네의 꿈이겠지.......

 

 

옷을 만질때마다, 난 꿈을 꾼다. 천의 질감과

레이스, 리본, 천들을 이어붙인 실들의 조형성, 그 질서감

이 모든 것들이 언어가 되어, 그림을 새롭게 볼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 첫번째 소산물인 <샤넬 미술관에 가다>였다.

 

두번째 책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수 있을까

패션은 명멸하는 운명을 가진 옷이란 소재를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근대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이고 은유라고

말한다. 판화와 사진이 이미지의 대중적 유포를 위해 사용되었듯,

패션은 그 두 장르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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