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했습니다-그림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패션 큐레이터 2008. 9. 10. 12:41

 

          케냐 나쿠르 공원에서 핑크빛 플라밍고떼와 함께

이번주부터 영남일보 객원기자 엄명숙씨의 'So Hot! So Cool!'과 '즐감! 컬처 라이프'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So Hot! So Cool!'은 새롭습니다. 그리고 따끈따끈합니다. 문화의 최첨단에 서있는 이들을 만나 봅니다.

새로운 문화가 숨쉬는 공간을 찾아 나섭니다. 열정으로 뭉친 핫 피플을 만납니다.

 

너무 뜨거운가요? 그럼 이번에는 그 대척점에서 오로지 자기 길만 가는 고집쟁이도 만나보겠습니다. 냉정과 열정이 교차하는 지면을 선보이겠습니다.

 

'즐감! 컬처 라이프'는 인문학의 향기, 예향을 품고 있는 공간을 찾아갑니다. 최신 트렌드 콘셉트를 갖춘 공간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콘셉트의 문화공간을 찾아 알찬 정보를 독자 여러분의 곁에 배달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기만의 나라를 세우고 집을 지은 한 사람이 있다. 그 집에는 따뜻함이 물씬 묻어나는 그림이 있고,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있고, 모네의 그림 속에서 나온 여인이 빨간 기모노를 입고 서있기도 한다. 그 집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와 감동과 행복을 가슴 가득 안고 그 문을 나선다. 그 집의 명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http://blog.daum.net/film-art)'

 

▲ 본업 잊은 대한민국 '파워 블로그'

이 기사를 쓰는 8월27일 현재, 그의 블로그 방문자는 하루 6만2천927명, 누적 조횟수 383만3천877건, 즐겨찾기 등록 2천336명. 지난 봄에는 대한민국 블로거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름하여 파워 블로거. 사람들은 그의 본업은 잊은 채 미술과 패션을 다루는 전문가로 기억한다.

벌써 10년이다. 백화점에서 아동복 매장을 담당하면서 그야말로 온몸의 에너지를 소진시켜 가며 일하던 어느 날, 문득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꿈꾸던 건 이게 아니야. 몰딩을 깨버리는 모티베이션이 필요했다. 블로그란 말조차 없던 시절, 그냥 텍스트만 입력하는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글을 올렸다. 일에 지쳐 녹초가 될 지경이어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 리뷰보다 해설에 가까워

사표를 내고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UBC 도서관을 차지하고 있는 그 어마어마한 도록들은 혼자 보고 말기엔 너무 아까웠다. 처음엔 사진작품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그러다가 여행을 하면 여행에 관한 글을 올렸고, 타국에서 공부하는 소회도 같이 올라갔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블로그로 전환한 그의 제국은 2005년이 되면서 어느새 누적 조횟수 150만건을 훌쩍 넘겼다.

더럭 겁이 날 때도 있다. 엄청난 책임의 무게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줄잡아 하루에 4시간 정도를 글쓰기에 할애한다.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매일매일 글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바동댈수록 독자가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의 블로그 주테마는 미술과 패션이다. 항상 따끈따끈한 전시가 친절한 설명과 시원스레 큰 사진과 함께 올라온다. 그에게 있어 미술작품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렌즈이다. 독자들이 그를 통해 그 렌즈를 갖고 세상을 보는데 동참하도록 하는 것, 그래서 그의 전시글은 리뷰라기보다는 해설에 가깝다.

 

▲ 대학시절 그림 컬렉션 입문

그는 대학 3학년 때부터 그림을 사 모은 컬렉터이기도 하다. 그의 안목이 어느 정도냐고?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 무명 한국작가의 작품이 2억원 가까이에 팔려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몇년 전, 그의 작품을 보고 무려 네 점이나 산 사람이 바로 그였다. 작품을 사려고 하자 놀라서 그냥 주겠다는 신출내기 미대 졸업생에게 재료비와 작품제작 기간,

봉사활동을 떠난 케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홍기씨.2
봉사활동을 떠난 케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홍기씨.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3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동년배의 작품 수준까지 따져서 그림값 계산방식까지 가르쳐 주었다니 과연 국제 비즈니스를 전공한 경영자다운 일이다. 앞으로 그의 블로그에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을 눈여겨봐두면 글쎄 언젠가는 대박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 '샤넬, 미술관에 가다' 베스트셀러 올라

그는 옷에 관심이 많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S대 의류학과에 두 번 내리 떨어지자 아버지는 더 이상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 길은 프루스트의 시에 나오는 '가지 않은 길'이 되어 내내 그를 뒤돌아보게 했지만, 이제 그는 살짝 돌아서 그 길에 들어섰다.

최근 그는 '샤넬, 미술관에 가다'는 책을 냈다. 책이 안 팔려 난리라는 요즈음 나온지 몇 달 안되어 2쇄를 찍었으니 성공한 셈이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미술로 푸는 복식사이다. 모든 옷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왜 그때 그런 옷이 유행했으며, 왜 그걸 입어야만 했을까. 옷을 통해 한 시대의 무궁무진한 얘기들을 풀어가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그는 중세의 복식사에 특히 관심이 많다. 거기엔 사랑이야기가 담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 패션 큐레이터가 꿈 "모든 옷엔 이야기 담겨 있어"

그의 꿈은 패션 큐레이터. 그가 복식사에 빠져든 것도 유명한 복식사가 앤 홀랜더가 기획한 'Fabric of Vision'이라는 전시를 보고서였다. 외국의 큰 박물관에는 반드시 복식 섹션이 따로 있다. 그걸 보면 담당 큐레이터의 위상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그 꿈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미술을 통해 패션을 읽는 그의 작업은 서양을 넘어 한국미술로 확대되어 갈 것이다.

경력과 취향, 어느 모로 보나 그에게선 고생한 티를 찾을 수 없다. 세상의 좋은 것만 보고 누렸을 성싶은 그이지만, 그의 시선은 세상의 아픔이 서린 낮은 곳, 불의가 숨은 어두운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닭장차에 몸을 던졌고, 3대 일간지들이 뉴스 제공을 거부하면서 다음이 곧 망할 거라고 할 때 경영학 전공자로서 그것이 왜 잘못된 판단인지 수치를 조목조목 대가며 반론을 제기했다. 요즘 한창 잘 나간다는 소망교회 신자이지만 기독교계의 편파적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자기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글을 쓰면 된다."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사람들 안으로 들어간다. 왜? 사람만이 희망이니까. 블로그로 떼돈을 벌었다는 이도 있지만 그는 광고를 달 생각도 없다. 그의 블로그는 철저하게 카피 레프트, 스크랩 프리다. 글은 돈과 같은 것, 필요한 이에게는 빌려줘도 괜찮지 않겠는가?

 

▲ "갤러리 열고 TV 출연해 그림 해설하고 싶어"

다음이 있는 한 그의 '문화의 제국'은 존재할 것이고, 그는 여전히 글을 쓸 것이다. 현재 약속된 책만 해도 세 권이 더 나와야 한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자신이 전문경영인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아직 한 번도 경영이야기를 안 했구나 싶어서 그쪽에도 방을 하나 마련해줘야 할 거 같다.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통해 자본에 침식당하고,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꿈이 되고, 힘이 되는 자본의 선한 면을 보여주고 싶다.

오프라인 독자 모임도 가져보려 한다. 같이 전시도 보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어려운 사람 돕는 일도 같이하고 싶다. 내가 좋은 걸 많이 주면 받은 사람이 그게 넘치면 또 다른 사람에게 흘러갈 것이고, 그러면 세상은 그만큼 더 좋아지고 사람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 보라 했더니 그는 "그때쯤이면 작은 갤러리 하나 정도는 열었을 거예요. 아, 연극 출연도 할 거예요.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그는 실제 영화 제작일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TV에 나와서 그림을 편안하고 쉽게 풀어주는 일도 하고 싶어요. 웬디 수녀님처럼요."

  

 


지난 화요일 인사동 경인 미술관에서 객원기자님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선 항상 짙은 배꽃향기가 납니다. 한국 미술사를 전공하신 분을 뵈어서, 오히려 제가 큰 도움이 되었고, 격려의 말씀도 들어서 힘이 났습니다. 기사의 원본은 <그림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렌즈>란 글로 있습니다. 제목을 클릭하세요.

 

오늘은 블로그얌과 단독 파워 블로거인터뷰가 있습니다. 이번주는 스케줄이 정말 만만치 않네요. <주간 한국>에서 패션과 미술을 특집으로 내는 모양입니다. 여기에 들어갈 기사를 써야 하고, 다음주엔 블로그 코리아와의 블로거 인터뷰가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