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패션 미술의 옷을 벗기다
비가 참 시원하게도 내립니다. 질긴 여름의 신화도 이제는 마무리를 향해 가나 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의 시간과 대면하게 될것 같습니다. 오늘 현대백화점 무역점에 <샤넬 미술관에 가다> 강의를 하러 갔습니다. 첫 수업이라 마음이 많이 떨렸습니다.
저는 시간대가 오전이어서 주부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젊은 여성분들도 많아서 의외였고요, 생각보다 호응을 많이 보여주셔서 힘이 났답니다. 더욱 멋진 내용으로 채워서 즐겁게 미술 속 패션 이야기를 꾸려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옷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의 정체성을 바라보고 찾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그만큼 옷이란 것은 단순하게 우리의 외피를 덮는 소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시각, 생각의 폭, 정열, 삶에 대한 태도를 녹여내고 반영하는 일종의 거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술과 패션이 서로 만나, 서로의 장점과 상상력을 교류하고, 이를 통해 이제껏 나오지 않았던 작품들을 만들어 갈수 있는 것. 이것이 창의성의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원래 <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책 제목을 "패션, 미술의 옷을 벗기다'로 하고 싶었는데 본 제목에선 빠지면서 서론의 제목으로 들어갔었거든요. 이게 괜히 아쉽고 그러던 참이었는데 SK 텔레콤에서 글을 청탁받아 쓰면서 이번 주제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사실 <미술, 패션의 옷을 벗기다>와 <패션, 미술의 옷을 벗기다>를 가지고 출판사에서 이런 저런 의견을 들었거든요. 미술 전문 출판사다 보니, <패션, 미술의 옷을 벗기다>로 할 경우, 패션이 우선이 되고 미술이 차선이 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변호를 하고 싶었죠. 왜 굳이 그런 생각을 해야하나. 다양한 부분들이 조합되고 조직되는 세상, 그 속에서 긴장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우리들이, 왜 서열 싸움을 해야 하는지, 혹은 주체의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지 사실 저는 지금도 썩 마뜩치 않습니다.
SK 텔레콤의 티슈지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나누었던 이야기의 핵심, 미술을 통해서 삶의 다양한 면모들과 장르, 혹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 속살을 벗겨보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비 내리는 초가을의 저녁은 고즈넉하면서 약간은 비린 쓸쓸함이 담겨 있는 것 같네요.
거두어들여야할 영혼의 수확물이 풍성하길 바래보지만, 지난 열기 속에서 내가 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그저 남우새한 제 모습에 고개를 숙이게 될 뿐입니다.
요즘 아티즌(Artizen)이라고 해서, 문구류 하나, 혹은 수첩과 공책 하나에도
예술적인 풍미가 들어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군이 등장했다고 하지요. 이들은 예술의 힘을 빌어
유일무이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을 일상으로 빌려오는데는
단순하게 우리를 차별화하기 보다, 예술이 가진 다양한 힘을 통해, 우리의 삶이 풍성해지는데
그 목표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내일은 분당 삼성플라자에서 강의합니다.
또 어떤 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올까요. 굉장히 궁금해요.
준비를 잘해야 겠습니다.
9월은 부산하게 보낼 것 같습니다. 문화의 제국을 지키면서
월별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진 않았는데, 요즘은 더욱 시간을 아끼며 조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 있는지라, 문화현장이나, 소개할 그림, 혹은 서평과 영화를
보는 것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9월에는 패션쇼에도 가고, 일본영화도 집중적으로 읽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광주비엔날레를 취재하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지방에 가야 할듯 하고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 또한 올 가을 부터는
더욱 키워갈 생각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합니다.
물론 라디오 방송도 열심히 해야죠. 새롭게 시작한 9월의 첫날도 저물어 가네요.
더욱 멋진 날만 펼쳐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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